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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수필과 함께하는 겨울연가 - 마지막 지상에서

함기석의 생각하는 시-26

  • 웹출고시간2017.02.23 10:48:38
  • 최종수정2017.02.23 10:48:37
김현승은 기독교정신을 바탕으로 인간의 절대고독을 탐색한 시인이다. 그는 명징하고 절제된 언어를 사용하여 관념을 사물화하거나 반대로 사물을 관념화하는데 능한 시인이다. 그의 시는 순수와 고독의 세계에 뿌리내리고 있으며, 자연과 인간의 동반자적 관계를 추구한다. 그의 시세계를 이루는 중심 주제는 역사와 현실인식, 자연과 사물의 견고성 탐구, 존재론적 고독, 초월과 구원의 문제 등으로 요약된다. 그의 시는 대체로 나뭇잎, 낙엽, 재 같은 삶의 무상함을 상징하는 이미지와 뿌리, 열매, 보석 같은 단단한 이미지가 대립하면서 갈등과 긴장을 유발한다.

김현승이 처음 시를 쓰던 1930년대는 다다이즘, 초현실주의 같은 서구 모더니즘 문학이 유입되던 시기다. 일제의 탄압 수위가 점점 높아지는 상황에서 그는 식민정책에 무기력한 암울한 현실과 자연을 새롭게 노래한다. 이때 그는 시의 중심에 산, 강물, 나무, 바위, 바람 같은 자연물을 두지 않고 인간을 세워 민족감정을 표출한다. 당시 김현승은 누이동생과 함께 신사참배를 거부하다 함께 투옥되는데, 감옥에서 동생이 죽으면서 극심한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겪는다. 이를 계기로 그는 7~8년 정도 절필한다.

마지막 지상에서-김현승(金顯承 1913~1975)

산까마귀

긴 울음을 남기고

해진 지평선을 넘어간다.

사방은 고요하다!

오늘 하루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나의 넋이여,

그 나라의 무덤은

평안한가.
해방을 계기로 1949년부터 그는 다시 시를 쓰기 시작하고 기독교 신앙을 바탕으로 인간의 내면세계를 탐구한다. 그에게 1960년대는 신앙과 현실 사이의 갈등이 가장 고조된 시기였다. 종교에 대한 회의와 심리적 갈등이 깊어지면서 그는 신을 잃어버렸다는 생각에 빠져들었고 극심한 종교적 상실감 속에서 그는 절대고독을 체험한다. 신앙의 세계에서 방황하면서 인간에 대한 한계와 동정을 시로 표현한다. 이 시기에 그는 인간의 본질적인 생명을 고독으로 이해했으며, 근원적인 출구가 없는 절대고독의 세계에 탐닉한다. 그에게 절대고독은 감상적 허무의식(虛無意識)이 아니라 자신을 재발견하려는 인간 본질에 대한 추구의지 또는 자유의지가 낳은 절박한 결과였다. 결국 신의 무한성이나 영원성이 실재하지 않음을 그는 깨닫는데, 이는 무한이나 영원도 결국 생명과 함께 끝난다는 무신론적 세계관과 맞닿는다. 그러나 1973년 둘째 아들 결혼식장에서 고혈압으로 쓰러진 후 그는 다시 기독교 신앙으로 귀의한다.

이후의 시기는 영혼과의 대화기, 생의 정리기였다. 심신이 모두 병약해진 그는 신앙의 심오한 세계를 체험하면서 지나온 삶들을 참회하여 순수한 신앙시를 쓴다. 절대고독이 마음 깊은 곳에 자리 잡은 후 종교적 회의와 자기부정을 통해 그는 다시 신의 품으로 회귀한 것이다. 그는 고백한다. "생명을 거두는 날까지 나는 또 이러한 시를 쓸 것이다. 나의 생애에서 시를 빼어버리면 나의 일상생활은 빈 껍질과 같은 것들이다."

'마지막 지상에서'는 김현승이 작고하기 두 달 전인 인 1975년 2월 '현대문학'에 발표된 시다. 지상에서의 삶을 정리하려는 시인의 평안한 마음이 긴 울음을 남기고 해가 진 지평선을 넘어가는 산까마귀 이미지로 그려져 있다. 죽음을 앞두고 겸허하게 세상과 자연을 수용하는 시인의 관조적 태도가 엿보이고, 삶을 되돌아보며 반성의 기도를 드리는 시인의 모습이 여백에 정제되어 있다. 그가 생의 마지막 시기에 쓴 시들은 신과 영혼의 묵언의 대화, 생명에 대한 깊은 인식에서 나온 아픔이 스미어 있다.

/함기석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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