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름많음동두천 17.6℃
  • 맑음강릉 20.3℃
  • 구름많음서울 18.2℃
  • 구름조금충주 17.0℃
  • 맑음서산 18.6℃
  • 맑음청주 18.1℃
  • 맑음대전 18.5℃
  • 구름조금추풍령 19.0℃
  • 맑음대구 19.0℃
  • 맑음울산 20.0℃
  • 맑음광주 18.4℃
  • 맑음부산 19.1℃
  • 맑음고창 18.4℃
  • 맑음홍성(예) 18.0℃
  • 맑음제주 21.3℃
  • 맑음고산 18.8℃
  • 구름많음강화 15.3℃
  • 구름조금제천 17.2℃
  • 구름조금보은 17.3℃
  • 구름조금천안 17.8℃
  • 맑음보령 18.9℃
  • 맑음부여 18.7℃
  • 맑음금산 18.1℃
  • 맑음강진군 18.7℃
  • 구름조금경주시 20.7℃
  • 맑음거제 19.7℃
기상청 제공

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웹출고시간2020.01.30 10:41:25
  • 최종수정2020.01.30 10:41:25
2019년 양력으로 마지막 날에 안양에 사는 셋째 삼촌에게 전화가 왔다. 둘째 숙모님이 갑자기 선종하셨단다. 서울 서초동에서 제과점을 운영하는 숙모님은 감기에 걸렸어도 이를 예사롭게 여기고, 성탄절을 맞아 무리하셨다고 한다. 숙모님은 운명 전날 밤에도 일을 늦게 마치고 집에 돌아와 쓰러져서 삼촌은 놀라 119를 불렀으나, 자고 일어나면 피곤이 풀릴 것이라 하여 되돌려 보냈단다. 잠시 후에 다시 119에 실려 갔지만 안타깝게도 깨어나지 못하셨다는 비보였다.

2020년 새해 첫날을 장례식장에서 지냈다. 새로운 각오를 다짐하고 희망을 품으면서 해맞이하는 시간에 애가 녹는 아픔을 겪는 사람들이 있었다. 장례식장은 이별의 장소이다. 그리운 정과 아쉬운 한을 서로 섞여 녹아내는 이별이다. 망자(亡者)의 살아생전 잘못을 용서하고 천국 낙원으로 인도하시기를 성당 신자들이 줄을 이어 구슬프게 연도 했다. 새해 첫날이요 십 년의 첫날에 새해맞이도 뒤로하고 함께 바친 많은 분의 기도가 숙모님의 천상여행길에 위로가 되었을 것이다.

다음 날 아침 출관에 이어 서초동 성당에서 레지오 장(葬)으로 장례미사를 드렸다. 레지오 단원들은 깃발을 도열하였다. 할아버지 출상(出喪) 때 상여 뒤로 줄을 지어 따르던 만장(輓章)을 보는 느낌이었다. 50여 개 팀의 500여 명 단원이 대부분 참석했는지 8백여 석의 성당 안이 꽉 찼다. 칠순이 채 되지 않은 나이에 갑자기 세상을 떠나서인지 영성체 예식 때에는 친분이 깊은 교우들이 영정과 관을 쓰다듬으면서 지나갔다. 이세상과 저세상으로 갈라져 헤어지는 슬픔과 아픔을 그렇게 풀어갔다. 작별의 인사도 없이 육신의 모습으로 만날 수 없는 이별이라 더 안타까워했다. 살아생전 이웃들에게 소중한 정을 많이 주지 않고는 볼 수 없는 모습이다.

화장예식 시간에 점심을 먹으라고 한다. 밥을 먹을 생각이 없다. 야속한 요청이다.

세상을 달리한 지 3일 만에 육신이 불에 타는 시간에도 산자는 먹어야 한다. 그래야 힘을 내어 죽은 자를 보낼 수 있다. 죽은 자에게는 영혼의 양식이 필요하지만, 산자는 육신의 양식이 필요하다. 산자는 살아서 힘을 내야 죽은 자의 양식인 기도를 드릴 수가 있다. 그리고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할 수 있다.

용인 천주교 공원묘지 납골당에 모셨다. 납골당은 아파트 같은 모습이다. 죽으면 땅으로 들어가 썩는다는 말을 쓰기가 혼란스럽다. 그리스 신화의 지하세계를 다스리는 하데스 신(神)이 지상으로 영역을 넓힌 것 같다. 납골당에 먼저 입주한 망자(亡者)의 봉안문에 영영 헤어진 이를 그리워하는 사진과 그림과 글이 보는 이를 숙연하게 만든다.

3일 만에 한 줌의 재가 된 어머니를 품에 안고 납골당에 모신 사촌 동생들의 모습이 애처롭다. 자리를 뜨지 못한다. 한동안은 밥을 먹으러 숟가락을 들어도, TV 드라마의 슬픈 장면을 보아도, 조용한 음악을 들어도 눈물이 나올 것이다. 가장 큰 걱정은 짝을 먼저 보낸 삼촌이다. 어떻게 위로를 드릴 말이 없다. 삼촌이 숙모께 "잘 가라!"고 인사했다. 때가 되면 따라가겠다는 말로 들렸다.

조카가 결혼했다고 집으로 불러 쑥국을 끓여 주시던 숙모님이 생각났다. 봄도 아닌데 쑥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사촌 매제에게 말했다. 사촌 동생이 한동안 이해 못 할 정도로 울어도 이해하고 위로하라고 했다. 좀 덜 슬픈 자가 더 슬픈 자를 위로하며 살아야 한다. 비단결 같은 마음으로 아기 예수님을 뵌 지 며칠 되지 않았으니 천국의 낙원으로 들어갔으리라.

어릴 때 설날을 기다리던 섣달그믐날 밤에 할머니와 어머니는 대문과 창고와 화장실에 촛불을 밝히고 새해를 기다렸다. 다가오는 2020년 경자년(庚子年) 음력 섣달그믐날 밤에는 세상을 달리한 가족들을 위해 대문과 현관과 화장실에 새 해가 뜰 때까지 불을 밝혀야겠다. 음력 정월 초하루는 살아있는 가족들을 위한 날이 되기를 빈다. 언젠가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리며….

* 연도: 연옥(천당을 가기 위해 영혼을 정화하는 곳) 영혼을 위한 기도

* 레지오: 가톨릭의 사도직 신심 및 활동 단체 중 하나

* 영성체 예식: 가톨릭 미사 중에 성체를 받아 모시는 예식

전민호

충북대학교 도서관 근무

푸른솔문학 신인상 수상

가페 작품공모 대상 수상

푸른솔문인협회 회원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매거진 in 충북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세종충북지회장 인터뷰

[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