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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0.01.30 10:41:25
  • 최종수정2020.01.30 10:41:25
2019년 양력으로 마지막 날에 안양에 사는 셋째 삼촌에게 전화가 왔다. 둘째 숙모님이 갑자기 선종하셨단다. 서울 서초동에서 제과점을 운영하는 숙모님은 감기에 걸렸어도 이를 예사롭게 여기고, 성탄절을 맞아 무리하셨다고 한다. 숙모님은 운명 전날 밤에도 일을 늦게 마치고 집에 돌아와 쓰러져서 삼촌은 놀라 119를 불렀으나, 자고 일어나면 피곤이 풀릴 것이라 하여 되돌려 보냈단다. 잠시 후에 다시 119에 실려 갔지만 안타깝게도 깨어나지 못하셨다는 비보였다.

2020년 새해 첫날을 장례식장에서 지냈다. 새로운 각오를 다짐하고 희망을 품으면서 해맞이하는 시간에 애가 녹는 아픔을 겪는 사람들이 있었다. 장례식장은 이별의 장소이다. 그리운 정과 아쉬운 한을 서로 섞여 녹아내는 이별이다. 망자(亡者)의 살아생전 잘못을 용서하고 천국 낙원으로 인도하시기를 성당 신자들이 줄을 이어 구슬프게 연도 했다. 새해 첫날이요 십 년의 첫날에 새해맞이도 뒤로하고 함께 바친 많은 분의 기도가 숙모님의 천상여행길에 위로가 되었을 것이다.

다음 날 아침 출관에 이어 서초동 성당에서 레지오 장(葬)으로 장례미사를 드렸다. 레지오 단원들은 깃발을 도열하였다. 할아버지 출상(出喪) 때 상여 뒤로 줄을 지어 따르던 만장(輓章)을 보는 느낌이었다. 50여 개 팀의 500여 명 단원이 대부분 참석했는지 8백여 석의 성당 안이 꽉 찼다. 칠순이 채 되지 않은 나이에 갑자기 세상을 떠나서인지 영성체 예식 때에는 친분이 깊은 교우들이 영정과 관을 쓰다듬으면서 지나갔다. 이세상과 저세상으로 갈라져 헤어지는 슬픔과 아픔을 그렇게 풀어갔다. 작별의 인사도 없이 육신의 모습으로 만날 수 없는 이별이라 더 안타까워했다. 살아생전 이웃들에게 소중한 정을 많이 주지 않고는 볼 수 없는 모습이다.

화장예식 시간에 점심을 먹으라고 한다. 밥을 먹을 생각이 없다. 야속한 요청이다.

세상을 달리한 지 3일 만에 육신이 불에 타는 시간에도 산자는 먹어야 한다. 그래야 힘을 내어 죽은 자를 보낼 수 있다. 죽은 자에게는 영혼의 양식이 필요하지만, 산자는 육신의 양식이 필요하다. 산자는 살아서 힘을 내야 죽은 자의 양식인 기도를 드릴 수가 있다. 그리고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할 수 있다.

용인 천주교 공원묘지 납골당에 모셨다. 납골당은 아파트 같은 모습이다. 죽으면 땅으로 들어가 썩는다는 말을 쓰기가 혼란스럽다. 그리스 신화의 지하세계를 다스리는 하데스 신(神)이 지상으로 영역을 넓힌 것 같다. 납골당에 먼저 입주한 망자(亡者)의 봉안문에 영영 헤어진 이를 그리워하는 사진과 그림과 글이 보는 이를 숙연하게 만든다.

3일 만에 한 줌의 재가 된 어머니를 품에 안고 납골당에 모신 사촌 동생들의 모습이 애처롭다. 자리를 뜨지 못한다. 한동안은 밥을 먹으러 숟가락을 들어도, TV 드라마의 슬픈 장면을 보아도, 조용한 음악을 들어도 눈물이 나올 것이다. 가장 큰 걱정은 짝을 먼저 보낸 삼촌이다. 어떻게 위로를 드릴 말이 없다. 삼촌이 숙모께 "잘 가라!"고 인사했다. 때가 되면 따라가겠다는 말로 들렸다.

조카가 결혼했다고 집으로 불러 쑥국을 끓여 주시던 숙모님이 생각났다. 봄도 아닌데 쑥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사촌 매제에게 말했다. 사촌 동생이 한동안 이해 못 할 정도로 울어도 이해하고 위로하라고 했다. 좀 덜 슬픈 자가 더 슬픈 자를 위로하며 살아야 한다. 비단결 같은 마음으로 아기 예수님을 뵌 지 며칠 되지 않았으니 천국의 낙원으로 들어갔으리라.

어릴 때 설날을 기다리던 섣달그믐날 밤에 할머니와 어머니는 대문과 창고와 화장실에 촛불을 밝히고 새해를 기다렸다. 다가오는 2020년 경자년(庚子年) 음력 섣달그믐날 밤에는 세상을 달리한 가족들을 위해 대문과 현관과 화장실에 새 해가 뜰 때까지 불을 밝혀야겠다. 음력 정월 초하루는 살아있는 가족들을 위한 날이 되기를 빈다. 언젠가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리며….

* 연도: 연옥(천당을 가기 위해 영혼을 정화하는 곳) 영혼을 위한 기도

* 레지오: 가톨릭의 사도직 신심 및 활동 단체 중 하나

* 영성체 예식: 가톨릭 미사 중에 성체를 받아 모시는 예식

전민호

충북대학교 도서관 근무

푸른솔문학 신인상 수상

가페 작품공모 대상 수상

푸른솔문인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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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 어려운 히말라야 기후변화가 눈사태 규모 키워"

[충북일보 신민수기자] 온 국민이 네팔 히말라야 안나푸르나에서 실종된 교사들의 무사귀환을 기원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17일(이하 현지시간) 트레킹 도중 눈사태에 휩쓸려 실종됐다. 최근 히말라야는 트레킹을 즐기는 사람들로부터 '꿈의 루트'로 불리며 각광을 받아 왔다. 특히, 사고가 발생한 트레킹 루트가 평소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 길로 알려지면서, 사고 발생 지역과 원인 등 구체적인 경위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본보는 전문 산악인이자 사고가 난 트레킹 코스를 십여 차례 다녀온 박연수(사진) 전 직지원정대장을 만나 관련 내용을 짚어봤다. ◇사고가 난 트레킹 코스는 어떤 곳인가 "사고는 히말라야 호텔(해발 2천920m)과 데우랄리 롯지(산장·해발 3천230m) 사이의 힌쿠 케이브(해발 3천170m) 지역에서 발생했다. 이 코스는 히말라야 트레킹 루트 가운데 한국이 가장 많이 찾는 길이다. 고소적응만 된다면 초등학생들도 어렵지 않게 다닐 수 있다. 눈사태 위험 지역도 아니다." ◇평소 '안전지대'로 알려진 데우랄리 지역에서 사고가 발생했다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16일부터 데우랄리 지역 기상이 악화됐고, 기록적인 폭설이 내렸다. 현지인들도 '근래에 이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