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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수필과 함께하는 가을동화 - 山頂墓地 1

함기석의 생각하는 시 40

  • 웹출고시간2017.11.09 16:15:40
  • 최종수정2017.11.09 16:15:40
조정권은 서구의 물신주의 풍조를 거부하고 동양적 정신으로 우리시의 지평을 새롭게 연 시인이다. 초월적 신비주의 색채를 드러내는 그의 시에는 침묵과 정관(靜觀), 노장자의 무위자연(無爲自然), 불교적 세계관이 함께 나타난다. 동양철학에서 무(無)란 단순히 없음이 아니라 유(有)가 있기 이전의 상태로 언어나 물적 형상을 뛰어넘는 개념이다. 무극(無極)에서 태극(太極)이 나오고 태극에서 사상(四象)과 팔괘(八卦)로 분화되어 삼라만상이 발생한다고 보는 바, 조정권의 시 바탕에도 이와 같은 동양사상이 흐른다. 그에게 만물은 한때는 눈과 비의 형상으로, 한때는 바람의 형상으로, 한때는 물과 불의 형상으로 순환하는 유동적 풍경들이다. 조정권 시의 화자들이 끝없이 자신의 출생지로 돌아가 알을 낳고 죽는 연어처럼 존재의 출발지로 돌아가려는 회귀본성을 드러내는 것은 이런 배경 때문이다. 그의 시에서 풍경은 바깥의 물적 현실이 아니라 시인 자신의 내면에 투사된 정신의 풍경인 것이다.

30편으로 된 연작시 '산정묘지'에는 시인의 범신론 세계관이 깔려 있다. 정신의 극점을 향한 시인의 결연함과 견인주의 태도가 드러난다. 이 도저한 관념성 때문에 현실도피의 시라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산정묘지'는 한국 서정시의 폭을 확장하고 사유를 심화시킨 역작이다. 차갑게 빛나는 겨울산은 시인의 강인한 정신이 역동적으로 투사된 이미지고, 산정(山頂)은 시인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구도의 세계를 암시한다.

산정묘지에 대한 상상력은 이후 '신성한 숲'으로 변주된다. 신성한 숲은 인간의 문명이 닿지 않는 자연(自然) 자체, 인간의 사유와 인식이 닿지 않는 초월의 공간, 역사적 시간 바깥의 신화적 시간대, 창조주가 머무는 신성의 공간 등으로 다양하게 읽힌다. 신성한 빛을 숭배하고 스스로 빛이 되고자 하는 자만이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인데, 흥미로운 건 이 신성한 숲이 원초적 힘을 지닌 어둠의 공간을 상징하기도 한다는 점이다. 이는 시인이 빛과 어둠을 하나로 보고 있다는 반증이며, 이런 동양적 시선이 그의 시에 신비주의 그림자를 드리우는 요인이 된다.

지난 수요일 아침, 그의 부음(訃音)을 들었다. 한동안 나는 멍하니 창가에 서서 텅 빈 하늘만 바라보았다. 혼자 산길을 걸을 때 읊조리곤 하던 그의 시 '벼랑 끝'이 생각났다.

그대 보고 싶은 마음 죽이려고/ 산골로 찾아갔더니 때 아닌/ 단풍 같은 눈만 한없이 내려/ 마음 속 캄캄한 자물쇠로/ 점점 더 벼랑 끝만 느꼈습니다./ 벼랑 끝만 바라보며 걸었습니다./ 가다가 꽃을 만나면/ 마음은 꽃망울 속으로 가라않아 재와 함께 섞이고/ 벼랑 끝만 바라보며 걸었습니다.

/함기석 시인

山頂墓地 1 - 조정권(趙鼎權 1949~2017)

겨울산을 오르면서 나는 본다.

가장 높은 것들은 추운 곳에서

얼음처럼 빛나고,

얼어붙은 폭포의 단호한 침묵.

가장 높은 정신은

추운 곳에서 살아 움직이며

허옇게 얼어터진 계곡과 계곡 사이

바위와 바위의 결빙을 노래한다.

간밤의 눈이 다 녹아버린 이른 아침,

山頂은

얼음을 그대로 뒤집어 쓴 채

빛을 받들고 있다.

만일 내 영혼이 天上의 누각을 꿈꾸어 왔다면

나는 신이 거주하는 저 天上의 一角을 그리워하리.

가장 높은 정신은 가장 추운 곳을 향하는 법.

저 아래 흐르는 것은 이제부터 결빙하는 것이 아니라

차라리 침묵하는 것.

움직이는 것들도 이제부터는 멈추는 것이 아니라

침묵의 노래가 되어 침묵의 同列에 서는 것.

그러나 한번 잠든 정신은

누군가 지팡이로 후려치지 않는 한

깊은 휴식에서 헤어나지 못하리.

하나의 형상 역시

누군가 막대기로 후려치지 않는 한

다른 형상을 취하지 못하리.

육신이란 누더기에 지나지 않는 것.

헛된 휴식과 잠 속에서의 방황의 나날들.

나의 영혼이

이 침묵 속에서

손뼉 소리를 크게 내지 못한다면

어느 형상도 다시 꿈꾸지 않으리.

지금은 결빙하는 계절, 밤이 되면

뭍과 물이 서로 끌어당기며

결빙의 노래를 내 발밑에서 들려주리.

(하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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