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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5.05.21 10:45:18
  • 최종수정2015.05.21 19:22:13
오월이 오나보다 했더니 어느 사이 봄꽃들은 환영처럼 스러지고 추적추적 비가 내린다. 다소곳한 빗소리에 꽃구경으로 들뜬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으며 이런저런 생각에 잠긴다. 이달 들어아이들의 전화가 잦다. 자식들이 멀리 또는 가까운 데서 어버이날을 기념해주니 기특하고 감사할 따름이다. 세상 어떤 가치와도 비교 될 수 없는 자식들과 가족인 것을. 나도 모르게 혼자 된 작은 언니 생각에 수화기를 들었다. 작은 언니는 둘째 올케의 호칭이다.

"언니 뭐하세요."

"꽃보고 놀아요."

대답이 오늘따라 서글픈 여운을 남긴다.

어느 해 가을. 느닷없이 뇌출혈로 쓰러진 오빠를 회상하면 많은 세월이 지난 지금도 가슴이 저리다. 오빠는 연이은 뇌수술에도 불구하고 사지가 마비되었고 언어능력을 상실했다. 쉰하나의 오빠는 한 마디의 말도 하지 못한 채 병석에 누워 아내의 손에 의해서만 움직이는 숨만 쉬는 거인이었다. 별다른 차도 없이 세월만 흐르자 나를 비롯한 형제들의 관심이 슬그머니 멀어져 간 것을 부인 할 수는 없다. 오빠 내외는 그렇듯 외롭고 어려운 상황에서 열아홉 해를 버티며 고통을 감내했다.

19년 8개월. 살기 분주하다는 이유로 옆에서 바라만 본 내가 언니의 눈물의 세월을 감히 이해한다 말 할 수 있을까. 오빠가 떠나시고 언니의 피땀 어린 수고로 자란 삼 남매도 성가해 나갔다. 고희를 넘겨 노인이 된 작은언니는 가족들과 함께 살던 집에 혼자 남아 덩그러니 지내고 있다. 자고새는 아침저녁을 홀로 식탁에 앉으며 말 부쳐볼 사람도 없이 고적한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다. 작은언니는 집안 구석구석을 꽃의 궁전으로 꾸며놓고 종종 형제들을 집으로 불러 따듯한 밥을 해 먹인다. 오빠는 가고 없어도 살아있는 존재로서의 남은 우리는 결속된 한 가족임을 당당히 증거 하는 셈이다.

그런 언니가 큰 병으로 수술을 받게 되었다. 지난 해 가을이었다. 언니는 의외로 담담했다. 잦은 기침을 하면서도 문병 간 형제를 되레 위로하며 얼굴에 웃음을 잃지 않았다. 한 달 두 달이 지나자 수시로 드나들던 자식들 발걸음이 뜸해졌다. 먼 곳에 사는 홀로 된 친구가 간간이 다녀갈 뿐 언니는 혼자만의 공간에서 단조롭고 적요한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근래에 언니 얼굴은 눈에 띠게 수척해졌고 외로움의 골은 주름살보다 더 깊어 보인다. 꽃다운 나이에 오빠를 만나 일가를 이루며 자식들을 보란 듯이 길러낸 끝이 병을 다스리며 홀로 살아가는 고독한 인생이라니….

계절의 찬란함은 독거노인의 고독을 더욱 남루하게 반사한다. 푸른 잎은 다시 피어나고 녹음 짙어가는 숲속에 새는 즐거운 듯 노래해도, 혼자된 사람들은 그 쓸쓸함을 어찌하지는 못하나보다. 활짝 웃는 웃음에도 한 줄기 갈바람 소리가 묻어 나오고 절절한 그리움과 허무한 마음은 그분들만의 슬픔이 어린 관조의 눈빛이 된다.

"다 그런 것이여…."

메마른 입술에는 인간사 초탈의 언어가 흐르고 있다.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머지도 않은 미래의 나의 이야기다. 묻지 않아도 자주 오지 못 하는 자식들을 공연히 변호하던 언니가 더욱 나를 슬프게 한다. 누구나 종래엔 혼자되고 마는 인생이긴 하지만 언니를 생각함에 무한의 가엾음이 일관된 가시처럼 내 가슴을 후빈다. 나 어찌 오빠와 동고동락한 작은 언니를 무심히 바라만 보았던가. 고단한 삶의 음영이 고스란히 묻어있는 작은언니 얼굴에 청량한 햇살 같은 미소가 머무르게 할 수는 없을까. 오빠를 건사하며 시들어간 언니의 청춘을 보상 할 수는 없더라도 그간의 노고에 진심 맺힌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전해야하리.

더는 늦기 전에. 오빠의 영원한 연인 작은언니께 오빠를 추모하는 온 마음을 다해 소소한 위안이나 자그마한 격려의 말이라도 드려야겠다. 하늘땅이 알 듯, 내가 오빠의 동생이라면 언니의 동생임도 마땅한 일이다. 외로운 작은 언니에게 의지가 되는 진실한 동생, 마음의 벗이 되련다.

노순희 작가

-푸른솔문학 작가회회원

-푸른솔문학 신인상

-정은문학상

-공저: '뜰엔 멈추지 않는 사랑이 있네' '반딧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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