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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5.11.19 15:15:13
  • 최종수정2015.11.19 15:15:13
쌀에도 눈이 있고 태풍에도 눈이 있고 판소리에도 눈이 있듯이 시에도 눈이 있다. <가시리>의 눈은 임의 앞에 수식어로 붙은 '셜온'이다. 셜온(서러운) 이는 임을 떠나보내는 여인인데, 여인은 자기한테 붙여야 할 셜온을 무정하게 떠나는 임 앞에 붙여놓았다. 이 낱말 하나의 위치를 살짝 바꾸어 놓은 것이 가시리의 문학적 묘미를 살려놓았다.

무정하게 떠났지만 자기를 떠날 때는 서러운 마음으로 떠났다고 생각함으로써 스스로 위안을 받는 심리이다. 서러운 마음으로 떠나는 임의 심리는 임의 객관심리가 아니라 화자의 소망적사고이다. 정신분석학에서는 이렇게 자리를 바꾸어놓는 심리를 자리바꿈(displacement)이라고 한다.

임 앞에 서러운이라는 수식어를 붙임으로써 그 다음의 스토리는 전혀 다르게 전개된다. '가시렵니까 가시렵니까 날러는 어찌 살라하고 버리고 가시렵니까' 하고 서럽게 우는 여인이 아니라, '나를 떠나기가 서러운 임을 내가 보내는 일이 가능해졌고, 가시는 대로 빨리 돌아오라는 당부가 가능해졌다.'

물론 꽃을 떠난 새처럼 한 번 떠난 임은 돌아오지 않는다. 만약에 임이 돌아온다면 통속에 빠지고 말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은 나를 떠날 때 서러워했어, 서러워하는 임이었지만 내가 보냈지, 라는 주체의식이 이별의 아픔을 스스로 치유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보여 진다.

이솝우화 신포도 이야기도 이와 비슷한 심리를 지닌 이야기이다. 나무꼭대기에 매달린 포도를 보고 그곳에 올라갈 수 없는 여우, 저 포도는 시어서 먹지 못한다면서 체념해버리는 여우의 태도는 매우 현명해 보인다. '달콤함'이란 말을 대신에 '시다'라는 말을 바꾸어놓음으로써 성취할 수 없는 욕망에 대한 아쉬움을 홀가분하게 털어버린다.

우리는 자극이 많은 시대에 살고 있다. 텔레비전 모니터 속에도 SNS 액정화면 속에도 화나는 일 뿐이다. 느닷없이 찾아오는 불행은 또 얼마나 많던가. 어쩌면 잘 산다는 것은 숱하게 닥쳐오는 부정적인 자극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달려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시련이 닥쳐올 때마다 가시리의 여인처럼 우화속의 여우처럼 단어 하나를 살짝 바꾸어 마음의 평화를 얻어봄이 어떨까.

/ 권희돈 시인

가시리 / 고려가요(작자미상)

가시리 가시리잇고

버리고 가시리잇고

날러는 엇디 살라·고

버리고 가시리잇고

잡사와 두어리 마나난

선하면 아니 올셰라

셜온 님 보내압노니

가시는 듯 도셔 오쇼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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