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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수필과 함께하는 겨울연가 - 동치미 같은 공직자

  • 웹출고시간2017.12.14 17:15:03
  • 최종수정2018.01.25 16:03:41
월요일 아침이면 강의실은 떠들썩하다. 장기교육을 받으며 함께한 열 달이라는 시간이 모두에게 친숙함과 익숙함을 안겨주었다. 주말 동안 있었던 이야기꽃을 피우느라 강의실은 시끌벅적하다.

얼마 남지 않은 교육의 아쉬움을 달래고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을 탓하며, 어느 교육자가 쪄온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고구마를 펼쳐놓았다. 구미가 당겨 고구마를 하나 집어먹었다. 순간 달콤함과 동시에 목이 콱 막혀왔다. 나는 고구마를 먹을 때면 유난히 잘 체했다. 어머니가 땅속에 묻어둔 항아리 속에 어우러져 있는 무청과 쪽파 그리고 하얀 무를 꺼내 먹음직스럽게 썰어 주신 시원한 동치미는 체기를 쑥 내려주었다.

동치미 생각에 침이 고여 오지만, 얼른 찬물을 들이켜는 것으로 어머니의 손맛과 향수(鄕愁)를 달래야만 했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 해도 추억을 꺼내 먹는 것만큼 맛있는 건 없는 듯하다. 찬바람에 옷깃을 동여매는 계절이 찾아오니 밥상에 둘러앉아 찐 고구마와 동치미를 먹던 그 시절이 더없이 그리워진다.

추억에 잠겨있는 동안 주위가 조용하다. 동료들은 이제 시·군으로 돌아가 각자의 맡은 역할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서인지, 아니면 고구마가 목에 메이는지 모두가 말이 없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데 서로의 얼굴만 봐도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사이가 되었다. 점점 다가오는 헤어짐의 시간이 반가울 리 없다. 잠시의 침묵을 깨고 "어느 곳으로 돌아가느냐"라고, 한 동료가 말을 던진다. 각자 갈 곳도 다르고 맡을 업무도 다르다 보니 의견이 분분하다. 어느 조직이나 마찬가지겠지만 중간이라는 위치는 참으로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위와 아래를 이어주는 매개체의 역할로서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위치이다. 공직자가 조직에서 중간자로서의 역할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시민을 섬기는 일 아니겠는가! 모두들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 중견간부로서 교육기간 쌓아온 지식과 지혜를 맘껏 풀어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얼마 전의 일이다. 도로포장공사를 마친 보행자 신호등이 있는 도로를 건너게 되었다. 신호등에 차량은 멈춰야 하고, 사람들은 건너야 하는데 안전을 책임져야 할 차량정지선과 횡단보도 선이 그려져 있지 않았다. 도로는 시민들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었다. 시민들의 안전을 보장해야 할 표시가 사라진 이유를 설명하는 안내판도 없었다.

'신호준수! 안전주의!'라는 내용의 현수막을 걸어 놓기라도 했으면 좋으련만. 어디로 건너야 할지 망설이는 사람들과 서있는 동안 낯이 뜨거워졌다. 순간, 지난날 내 자신의 미숙했던 행정이 떠올라 부끄러웠다. 사고가 터질 때마다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하여 최선을 다하겠다는 구호를 외치는 행정이 아니었던가! 언제 어디서나 철저한 준비와 점검을 다하는 실행하는 공직자의 자세가 중요함을 깨닫는 현장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은 내가 고구마를 먹고 느끼는 체증보다도 더한 묵직한 무게로 시민들의 속을 꾹 눌렀으리라. 시민을 섬기는 일은 결코 멀리 있는 것도 아니고, 어려운 일도 아니라는 생각이다. 작은 일에도 정성을 다하고 궁금하지 않게 보살피면서, 시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주는 행정을 펴나가는 것이리라.

교육기간 동안 다양한 지식과 현인들의 지혜를 배우며, 부모형제처럼 성심성의껏 시민을 대하지 않았던 일들, 별일 아니라고 무심코 지나쳐 시민들을 불편하게 했던 일들을 반성하였다. 법규만 따지는 경직된 사고(思考)보다는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유연한 행복한 행정의 전환을 가져다주는 소중한 교육으로 생각이 넓혀갔다.

여기서 느끼고 얻은 것을 토대로 위민(爲民) 행정을 실천하는 공복의 본보기가 되도록 더욱 노력해야겠다. 그것이 시민의 행복과 지역의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공무원의 길이리라. 초겨울 찬 공기가 손을 비비게 한다. 두 손을 꼭 맞잡고 시민들의 답답함을 시원하게 뚫어 주는 동치미 같은 공직자가 되겠다는 다짐을 하는 오늘이다.

김경숙 프로필

충북대 수필창작교실 수강

푸른솔문학회 회원

신춘수필문학상 작품공모 우수상

상당구청 행정지원과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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