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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수필과 함께하는 겨울연가 - 눈 내리는 밤

연숙희 수필가

  • 웹출고시간2015.02.12 15:49:37
  • 최종수정2015.02.12 15:49:12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깊어가는 겨울밤이다.

눈 내리는 고요한 밤은 화백이 그림을 그리듯 형상을 담아 그려내는 이야기처럼 감미롭다.

그리움은 은근한 사랑이요 설렘과 두근거림을 싣고 여행을 떠난 방랑자와도 같다.

이른 아침 커튼을 젖히고 밖을 내다보니 밤새 눈이 내려 테라스에 소복이 쌓였다.

겨울의 흰 눈을 바라보면 지난날 한 소년을 그리며 사춘기를 보내야 했던 애틋한 추억이 떠오른다.

남녀공학이던 중학시절 학교 규칙에 준수하여 앞머리를 가지런히 넘겨 핀을 꼽고 멋진 쎄라복을 입었다.

교복의 위력은 마음까지도 성장케 했는가.

언제부터인지 까만 교복에 모자를 쓴 머슴아만 스쳐 지나가도 가슴이 쿵쿵 방아를 찧듯 요동을 쳤다.

뛰는 감정을 억누르려 해도 내 의지와 상관없이 두근거리는 심장을 어이 달래랴.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던 겨울 어느 날, 반 주번 차례가 되어 교무실 청소를 해야 했다.

그곳에 한 소년도 주번을 맞았는지 유리창을 닦고 있었다. 서로를 의식하며 청소를 하던 중 우연히 그 소년과 눈을 마주치게 되었다.

그와 나는 약속이라도 한 듯 서로 당황하며 고개를 돌리고 말았다.

눈길을 주지 않으려 해도 자꾸만 시선이 끌리었다. 마치 플러스마이너스 전류가 맞닿은 양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뛰는 가슴을 감추며 아무렇지도 않은 듯 교무실 책상을 닦고 나오려는데 '저기요!' 하는 소리가 들려 돌아보니 소년은 '이거.......' 하며 네 것 아니냐는 듯 손수건을 흔들고 서 있다.

나는 쑥스러워 고맙다는 인사는커녕 손수건을 빼앗듯이 가로채고 휙 돌아섰다.

이유 없이 도도한척 냉정을 취한 것은 그에 대한 관심을 감추려함이었다. 사춘기 소녀의 유일한 자존심이었으리.

그날 이후 소년의 얼굴이 아름아름 떠오르는 것은 무슨 연유일까.

맑고 순수한 소녀의 가슴에 이성을 느낀 감정은 행동으로 옮겨졌다.

그가 있는 교실을 지나 볼일도 없는 교무실을 들락거리며 행여라도 그가 눈에 띌까 또, 나도 그의 눈에 띄기를 은근히 바랬다.

소년의 마음도 나와 같은 것이었을까.

한날 그 남학생으로부터 편지 한 장이 날아왔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무슨 말을 썼을까 궁금하여 견딜 수가 없었다. 펼쳐보니 'l love you' 라는 단어 몇 자 뿐이다.

모든 감정이 함축되어 긴말이 필요 없다는 듯 싱겁기 짝이 없는 편지였다.

열네 살, 청순하고 아직 풋내 나는 소녀인 것을, 둥지 안에서 이제 막 내려와 날개 짓도 못하는 병아리인 소년이다.

그러나 담 넘은 고양이 야옹거리듯 잔잔한 소녀의 가슴에 띄운 편지 한 장은 일렁이는 파도처럼 마음에 파문이 일었다.

그날 밤은 잠이 오질 않았다. 사랑한다는 것은 어떤 걸까.

눈이 크고 턱 주위에 여드름이 송송 났던 그를 생각하니 가슴이 두근거렸다.

소년의 그림자만 스쳐도 가슴이 요동칠 것 같은 두근거림은 멈추질 않고 소년을 향한 관심과 그리움은 날마다 더해갔다.

그 해 크리스마스가 다가올 쯤, 소년은 만나자는 편지를 보내 왔다.

마음이 설레었다. 손꼽아 기다리던 그날 아침 밤새 눈이 하얗게 쌓여 시야가 눈부시게 밝았다.

동구 밖 은행나무 앞에서 준비한 선물상자를 들고 시린 손을 호호 불며 그가 오기를 기다렸다.

밤새 쌓인 눈 때문인지 그는 오지 않았다. 십여리 길속에 눈을 헤치고 나오기가 쉽지 않았으리.

체념한 채 돌려주지 못한 선물을 뜯었다. 인형을 바라보니 빙그레 웃는 모습이 소년의 미소와 흡사하여 나도 덩달아 피식 웃음이 지어졌다.

십 수 년이 지나서 동창회 때 청년이 된 그를 만났다.

우리는 멋쩍게 서로 눈인사를 했다.

예전처럼 설레고 두근거림이 없는 것은 왜일까. 그리움은 성숙으로 이끄는 지름길이었나.

겨울의 눈은 그리움의 전령사처럼 추억을 되새기게 한다.

고요한 이 밤은 까만 교복에 눈매가 고왔던 그 소년의 모습을 그려본다.

창가로 쌓인 눈을 바라보며 지난날의 학창시절을 회상하니 가슴이 뭉클해 온다.

연숙희 수필가 약력

-푸른솔문학 신인상

-효동문학상 대상

-푸른솔문인협회 회원. 푸른솔작가회 회원

-저서 : 수필집 '영롱한 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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