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자에게 길들여져 사는 낙타의 자유가 비애를 연상시킨다면, 자신의 의지로 자유를 찾는 사자는 니체의 초월적 의지를 연상시킨다.
낙타와 사자의 본성을 비교하면서 마지막으로 선택한 문장이 '사자는 절대로 짐을 지지 않는다'이다. 단정적인 서술어 문장으로 반복되다가 마지막 반복되는 문장은 시인의 강력한 아포리즘(메세지)이다. 메시지의 방향은 사자처럼 살라는 독자에게 권고하는 형식이라기보다는, 시인 자신에게로 향하는 다짐의 성격이 짙어 보인다.
필자의 이런 해석이 맞는다면, 시인의 속엣말을 추상하여 보는 일도 재미있을 듯하다. 이는 분명 시인에 대한 인식이 전복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낙타처럼 살았다. 사람들 눈에 드는 일을 중요하게 여겨서 늘 거절하지 못하고 살았다. 착한 여자 콤플렉스로 살다가 보니까, 자아 존중감을 상실하게 되었다. 이제는 누구의 무엇으로 살지 않고 내 삶의 주인으로 살아가야겠다.
그래서 마지막 문장에 '절대로'라는 수식어가 들어간 게 아닐까.
시인을 만나고 싶다. 아무래도 근자에 시인의 내면세계의 지평이 변한 듯싶다. 내면의 소리가 바뀌면 세상을 보는 시각이나 사람을 보는 눈이 달라진다. 시인의 달라진 시각으로 하는 세상 이야기하며 사람 이야기 하며 삶의 이야기 하며 사물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
/ 권희돈 시인
사자는 짐을 지지 않는다 / 이영숙(1964 - )

낙타는 제 어미의 어미처럼
짐꾼 앞에 무릎 꿇고 등을 주지만
사자는 제 어미의 어미처럼
그 누구에게도 몸을 굽히지 않는다
채찍을 기억하는 낙타는
채찍 안에서 자유를 찾지만
정글을 기억하는 사자는
자신에게서 자유를 찾는다
낙타는 짐꾼을 기억하며 무릎을 꿇고
사자는 초원을 기억하며 무릎을 세운다
사자는 절대로 짐을 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