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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수필과 함께하는 봄의향연 - 장애인의 봄나들이

  • 웹출고시간2015.04.02 14:52:28
  • 최종수정2015.04.02 14:52:23

창문을 통해 거실에 스며드는 햇살에는 새로운 생명들을 움트게 하는 진한 사랑이 배어있었다. 꽃샘추위에 몸을 움츠리며 보낸 춘분도 엊그제 같은데 벌써 청명이 가까이 왔다는 사실을 믿기 어려웠다. 가는 세월 잡을 수 없고 오는 세월 먹을 수 없다는 말이 실감나게 가슴을 파고든다.

이맘때가 되면 각 지방에는 봄맞이 행사가 열린다. 봄맞이 축제 중에는 유난이 내 마음이 끌리는 행사가 있다. 철원에서 열리는 다슬기 축제다.

어렸던 시절에 냇가로 가보면 돌에 새까맣게 다슬기가 붙어 있었다. 다슬기를 잡다보면 어느새 종다래끼에 가득 찼다. 다슬기가 가득담긴 종다래끼를 들고 집으로 돌아오면 어린 동생들은 물론 어른들까지 좋아하시며 대견스러워 하셨다. 고향은 대청댐으로 수몰이 되었고 이제는 돌아갈 수 없는 고향의 즐거웠던 추억으로 떠올라 다슬기 축제에 호기심과 관심을 갖게 된 것이다.

그렇다고 축제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아무에게도 얘기 할 수가 없었다.

내가 축제에 참가한들 남들이 즐기고 있을 때, 나는 틀림없이 낙오자가 되어 절망과 고독의 수렁에 빠질 수밖에 없다.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한걸음도 걸을 수 없는 하반신 마비의 중증 장애인이라 서다. 거기다가 당뇨병의 후유증으로 외쪽 다리를 절단했기 때문에 내 모습은 부담스럽게 보인다.

왼쪽 다리가 절단 되고 부터는 나도 모르게 사람을 만나는 것이 두렵고 부끄러웠다. 사람들의 시선은 한쪽 다리가 없이 휠체어에 앉아있는 내 모습을 신기한 듯 동정어린 눈으로 바라보는 것은 더욱 싫었다.

하지만 열등감에서 벗어나게 된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종교에 귀의하면서 장애인이라는 이름이 신의 저주가 아니라 오히려 신이주신 축복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신은 나를 곁에 두기위해서 장애를 준 것이라는 확신과 믿음을 갖게 된 것이다. 그 후로 나의 마음과 행동에는 커다란 변화의 물꼬가 트이기 시작했다. 왼쪽 다리가 없다는 것이나 스스로 서지도, 걸을 수도 없는 장애를 가진 것이 결코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정상인에 비해 생활하는 방식이 다를 뿐이라는 긍정적인 생각을 갖게 되었다.

일요일 미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봄 날씨치고는 하늘도 맑았다. 이런 날 우중충한 집안에서 보낸다는 것이 싫었다. 아내와 함께 햇빛을 받으며 산책을 하고 싶었다.

아내는 가정은 물론, 나 때문에 마음 놓고 나들이를 할 수가 없는 사람이다. 더군다나 휠체어를 밀고 밖을 나간다는 것은 아내로서는 괴로운 심정이고, 이 마음을 그 누구도 알리가 없다.

산책로 왼편으로는 실개천이 흐르고 오른편에는 주말 농장이 조성돼 있다. 파종기가 되었기 때문에 가족들이 옹기종기 땅을 일구며 정성들여 씨앗을 뿌리고 있었다. 비록 땀 흘리며 일을 하면서도 즐겁고 행복함으로 얼굴에는 만족한 빛이 역력했다. 그들의 모습이 참으로 부럽다.

힘든 농사일을 하면서도 만족하고 기뻐하는 표정을 보면서 문득 성당에서 깨달았던 생각이 떠올랐다. 나도 다른 사람을 위하여 기여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하는 의문이었다. 사회에 대한 봉사· 이런 일은 꿈도 꿀 수 없는 일이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분명히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것이라는 자신이 생겼다.

나보다 더 불행하게 살아가는 장애인들이 수 없이 많을 것이며, 비록 정상인이라 할지라도 마음이 병든 사람들도 얼마든지 있지 않은가. 그 들에게 물질적인 도움을 줄 수는 없지만 장애인으로 살아가면서 좌절을 극복하며 당당하게 사는 모습을 보여 주고 싶었다.

삶의 꿈을 저버리고 사는 사람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갖고 살아갈 수 있게 하는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줍게라도 컴퓨터 자판기를 두드릴 수 있는 내 손을 푸른 봄 하늘에 자신 있게 펼쳐보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즐거웠고, 아내의 얼굴도 어느 때 보다 밝아보였다.

이광우 수필가 약력

-충북대수필창작(인터넷 작품교류)

-푸른솔문학 신인상 수상(수필등단)

-푸른솔문학 작가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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