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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수필과 함께하는 가을동화 - 동행

함기석의 생각하는 시 39

  • 웹출고시간2017.10.19 17:28:18
  • 최종수정2017.10.19 17:28:18
고정희의 시는 부패한 시대와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투시, 남성중심 이데올로기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의식을 드러낸다. 그녀는 독재체제의 폭압과 자본주의의 재앙을 야성적 절규로 토해내는데, 절규의 이면에 농도 짙은 슬픔과 눈물, 삶에 대한 열망과 사랑이 처연하게 배어 있다. 이런 특징 때문에 그녀의 시는 비극적 아름다움의 세계를 구현한 절규의 시, 여성해방을 부르짖는 생명의 시 등으로 불리곤 한다.

고정희 시의 중요 특징 중 하나는 시대와 역사, 사회와 여성에 대한 비극적 인식이 허무와 좌절로 몰락하지 않고 생의 활력을 만들어내는 반발력으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이것은 여성의 정체성에 대한 근원적 반성, 여성의 고통스런 삶에 대한 뼈아픈 자각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만큼 그녀에게 여성성의 문제는 절박하고도 중차대한 사안이었다. 그러나 당시의 우리 사회는 여성성 문제가 사회 전면으로 부각되지 않는 분위기였다. 여성에 대한 폭력과 억압이 독재시대의 미화된 이데올로기에 의해 철저하게 은폐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시대상황 속에서 시인은 여러 사회활동을 통해 여성에 대한 억압구조가 민중에 대한 억압구조와 결코 다르지 않음을 뼈저리게 느낀다. 그리하여 여성의 문제를 당대의 문제, 인간의 문제로 확장하여 울림 깊은 시들을 낳는다. 그 결과 한국 현대시에서 여성주의 시의 영토는 한층 깊어지고 넓어진다.

그녀는 주로 여성의 인권과 가치, 남녀차별과 사회모순, 근현대가 여성에게 자행한 야만적 폭력, 아시아 국가들의 서구 식민지화 등을 비판적 관점에서 접근한다. 남성에 의해 식민지화된 여성성의 신화들을 과감하게 깨부수고, 남성 우월주의 지배문화 혹은 가부장제 부성문화의 모순을 적극적으로 극복하려 한다. 역사 속에서 주종관계로 고착된 남녀차별을 없애고, 여성과 남성이 아름다운 동행 관계 생명의 관계로 나아가길 열망한다. 그녀가 삶과 몸과 시를 던져 아파한 당대의 현실과 동행의 참된 의미를 되새겨볼 일이다.

/함기석 시인

동행 - 고정희(高靜熙 1948~1991)

스산한 불빛들로 가득한

가리봉동의 밤거리를 걸으며

동행의 의미를 생각했습니다

음산한 어둠으로 가득한

구로동의 골목길을 더듬으며

저무는 우리 삶 어깨동무해 주는

동행의 기쁜 날 생각했습니다

가리봉동에 엎드려 웃는 여자들이

지폐를 헤아리는 남자들의 발아래서

여름날 수풀처럼 무성했다가

가을날 단풍처럼 무르익었다가

겨울날 눈발처럼 휘날렸다가

진구렁 가랑잎 되어 뒹구는 길 돌아오며

동행하는 무서움 생각했습니다

유방에 불을 켠 여자들이

동해안처럼 줄선 남자들의 발아래서

실크로드의 황혼이 되었다가

허구한 날 강태공의 월척이 되었다가

홍등가 이무기의 횟감이 되었다가

더는 내려갈 수 없는 곳, 거문도

거문도로 내려가는 길 돌아오며

동행하는 분노를 생각했습니다

오 거문도 해안에서 우는 여자들이

한반도의 썩은 물로 철썩이다가

한반도의 쓰레기로 솟구치다가

그러나, 그러나

세상의 더러움 다 걸러내고

푸른 해일 일으키며 달려오는 곳에서

깊은 바다 이끌며 돌아오는 포구에서

동행의 벅찬 힘 생각했습니다

동행의 소중함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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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세종충북지회장 인터뷰

[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