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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5.04.09 18:33:17
  • 최종수정2015.04.09 18:33:15
박목월 시인은 '사월의 노래'에서 "돌아온 사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 든다. 빛나는 꿈의 계절아 눈물 어린 무지개 계절아"라고 봄을 맞는 심정을 노래했다. 봄이 생명의 계절임을 이보다 잘 표현한 구절도 없을듯하다. 봄은 생명체만이 아니라 세상 온 만물에까지 생명을 불어넣는 신비한 계절이다. 그래서인지 어제 내린 봄비로 말갛게 모습을 드러낸 시골집 석축이 백 년 세월을 뛰어넘은 지금도 볼만하다. 궁궐이나 큰 절에서 보는 우람하고 반듯한 모양은 아니나, 크고 작은 돌들이 튼실하고 올망졸망하게 자리를 잘도 잡았다. 돌들이 차근차근 얹혀서 높이 쌓였을 뿐인데 돌 하나하나에 마음이 끌리는 걸 보면, 정이란 살아있는 생명체에만 해당하는 말은 아닌가 보다. 우리 집 자랑인 담장도 이 석축이 없었더라면 존재할 수 없었기에 더 애착이 간다.

담장 안은 평화롭고도 분주하다. 매화가 꽃망울을 터뜨리고 죽은 줄 알았던 상사화도 싱싱한 녹색 잎을 펼치며 부산하다. 향이 좋은 어린 소나무와 선홍색 화려함을 자랑하는 동백, 맛이 좋은 단감나무가 촉을 틔운다. 담장 안팎이 꽃과 나무의 조화로 황홀하다.

지난봄에 감나무들 둥치에 얼기설기 쳐놓은 방범용 철사를 걷어내고 새 울타리를 둘렀다. 가는 철근을 가로 세로로 촘촘히 엮어 그 사이마다 공간이 생긴 울타리로, 초록색 칠을 입혀 외관도 산뜻한 메쉬펜스다. 오늘은 덩굴손이 울타리를 붙잡고 올라갈 수 있도록 펜스에 기대어 덩굴장미와 오미자를 심었다. 초록색 울타리에 걸린 정열의 붉은 장미와 오미자의 빨간 열매는 상상만 해도 흐뭇하지 않은가. 인간의 원초적인 감각이 미감이리니 아름다운 광경을 바라보는 이들과 공유하고도 싶었다.

오미자가 많이 열리면 그걸 따서 강장제나 기침약으로 사용하거나, 한의원인 큰아들에게 아비가 주는 선물로도 좋지 않을까. 여름에는 인삼과 맥문동을 오미자와 같이 넣어 생맥산을 만들어 차게 두었다가 밭에서 지치게 일한 후 갈증이 나면 여름 보약으로 복용하련다.

법정 스님은 소유하던 난 두 분(盆)마저 집착이 될까 봐 남에게 주어 버렸건만, 시골집 담장 안까지 꽃과 나무를 들이는 게 욕심이나 허영은 아닌지 모르겠다. 그러나 모든 면에서 스님을 닮지 못하는 내가 이것이라고 어찌 그의 사려 깊은 행동을 따라갈 수 있을까. 다만 의식주의 해결이 인간이 지닌 본능이듯 눈 가까이서 미적 실체를 느끼고자 하는 마음 또한 그런 것이라고 하면 어떨까. 작고 낡은 집이지만 심고 가꾸어 꽃 대궐을 만들고 싶은 마음은 욕심이라기보다 작은 소망이라 하고 싶다. 아무려면 어떤가. 희망을 갖는다는 건 어쩌면 선의의 욕심을 품는 것인지도 모른다.

약국에서 'B형 간염 치료제의 진화'라는 최신 약물 정보를 접하다가 오늘은 봄기운이 완연한 시골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공간적으로는 도시와 시골을 넘나들고 시간상으로는 과거와 현재가 혼재된 흔치 않은 삶을 사는 셈이다. 좋아서 시작한 시골생활이지만 항상 만족할 수야 있을까. 시골 일이 힘에 부쳐 가쁜 숨을 몰아쉴 때도 잦다. 그러나 인생은 자기가 마음먹은 것을 하나씩 이루어 가는 과정이라면 약간의 고달픔 쯤이야 극복하지 못할 것도 없다. 수필가 윤오영은 "사람은 행복한 맛에 사는 것이 아니라 행복을 추구하는 맛에 산다. 추구할 것이 없는 사람은 극히 불행한 사람이다."라고 말했지 않은가.

세상은 편리해지고 물자는 풍족해져 이를 모두 갖춘 도시를 사람들은 떠나지 못한다. 이에 반해 내가 시골에 발을 담근 건 다른 삶을 살고 싶어서였다. 거창한 목표라기보다는 소박한 희망이었다. 불편하고 꾀죄죄한 삶이 되더라도 자연 속에서 생활하며 물질이 해결하지 못하는 보다 높은 세상을 꿈꾸었다. 오늘만 해도 누가 산천을 저렇게 아름답게 물들일 수 있으며 봄의 향기를 낼 수 있을까. 아직은 꿈이라 해도 새로이 펼치고 싶은 제2의 인생을 위하여 오늘도 꽃과 나무를 심는다.

정의륙 작가 약력

푸른솔문학신인상. 푸른솔문학작가 회원. 부산수필문학회 회원

정은문학상 수상

저서: <감동이 있는 세상을 그리며>

공저: <심연에 자리한 이름> <반딧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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