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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5.07.30 10:18:46
  • 최종수정2015.07.30 10:18:41
정문앞 커다란 소나무가 낯설지 않다. 나무그늘 의자에는 노인들 몇 사람이 앉아 담소를 나누고 있다. 십여 년 가까운 세월이 흘러갔나보다. 예전에 어머니를 모시고 이곳에 왔을 때 낯설고 불안했던 기분이 아직도 생생하다. 처음 찾아간 낯선 곳에서 어머니는 다시 고향으로 가자고 어린애처럼 나를 졸랐었다. 잠든 어머니 얼굴을 바라보며 밖으로 나와 한동안 울었던 기억이 되 살아난다. 매주 주말이면 찾았던 이곳 모든 게 낯 익는다. 아담한 요양원 건물이나 깨끗하고 잘 정돈된 내부 시설물들이 옛날 그대로 나를 반겨주고 있다. 바뀐 건 사람들뿐이다. 사무실 직원 요양사들, 방마다 들어있는 환자나 노인들은 모두가 처음 보는 사람들이다.

요양원 방문을 마치고 구내 휴게실로 갔다. 찻잔을 앞에 놓고 지그시 눈을 감고 지난날을 회상해 본다. 수 없이 많은 애환(哀歡)의 추억들이 머릿속으로 교차한다. 한산한 휴게실안 옆자리에 깔끔한 차림의 노인이 혼자서 앉아있기에 차를 한잔 권하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환자의 보호자로 면회를 온 게 확실해 보였다. 나도 과거에 어머니를 이곳에 모시고 매주 토요일마다 찾아왔다고 하니 반가워한다. 그는 몇 년 전부터 부인이 치매를 앓고 있어 요양원에 오게 되었다고 한다. 매일 찾아와 한 끼라도 함께 식사를 하며 부인을 돕는다고 한다. 부인이 무척 좋아 하시겠다고 하니 그의 대답은 뜻밖이었다. 치매증세가 심해 남편을 몰라본다고 한다.

노인의 얼굴을 바라보며 순간적으로 나는 뭉클한 감동을 느꼈다. 사랑이란 게 무엇일가· 그가 부인을 애틋하게 그리워하며 좋아하는 감정이 바로 부부간의 사랑이 아닌가. 숫제·남편을 몰라보는 부인에 대한 정성이 숭고한 사랑으로 느껴졌다.·참된 사랑의 모습에서 가슴이 찡하고 눈시울이 붉어졌다.·사랑은 받는 것이 아니라 주는 것이라고 하는 사실을 새삼 느끼는 순간 이었다.

나의 어머니는 주말에 내가 나타나면 침대에 누운 채로 미소를 지으며 내 이름을 부르셨다. 나를 알아보고 계셨다. 참된 사랑이란 육체적인 것도 아니고 로맨틱한 사연만도 아닌 것 같다.

사랑에는 조건이 있을 수 없다. 진정한 사랑이란 있는 그대로를 오롯이 받아드리는 것이다.·사람들은 흔히 이야기 한다. 내가 열열이 누군가를 사랑하는데도 상대방은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그건 비극적인 사랑이라고. 그러나 과연 이것이 비극적인 사랑일까· 내가 누군가를 사랑할 때 그 사람도 반드시 나를 사랑한다면 행복한 사랑이라 할 수 있을까. 사람에 따라 이것이야말로 행복한 사랑이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자. 서로가 함께하는 사랑이라면 사랑의 불확실성은 사라지게 된다. 그리운 사람 만남을 기다리는 초조함이나 설레임도, 좋아하는 이의 손을 잡거나 입맞춤하는 두근거림 같은 감정은 모두 없어진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사랑하지 않아 비극이 발생하는 이유는 따로 있을 것이다.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다는 건 자기 인생에서 가장 소망스러운 일이다. 그렇지만 사랑은 환희(歡喜)와 고통을 함께 가져다준다. 인간에게 가장 큰 행복을 가져다주면서, 동시에 가장 큰 불행을 안겨주기도 하는 것이 바로 사랑이라는 감정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사랑을 받는다는 것! 사랑은 서로 간에 주고받을 때 가장 큰 행복이다. 불행하게도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사랑하지 않는 사태는 빈번하게 발생하는 게 현실이다. 바로 여기에 사랑의 감정이 낳을 수 있는 불행의 씨앗이 숨어있다.

사랑이 증오와 분노로 바뀌는 경우를 우리는 자주 보게 된다. 사랑의 비극은 막아야 한다.

같은 요양원에서 우리 어머니는 침대에 누워 계셨지만 나를 알아보고 미소를 지으셨다. 손을 잡거나 볼을 비비며 모자(母子)는 사랑의 감정을 나누었다. 나를 알아보지 못하는 아내와 함께 앉아 식사를 한다는 노신사. 남편의 정성과 애틋한 마음을 몰라보는 아내에 대한 사랑이 얼마나 공허한 것일까. 이제는 영원히 볼 수 없는 어머니 얼굴, 잠시 만났던 노신사의 가련한 사랑, 사랑은 어차피 행복과 불행의 씨앗을 함께 지니고 있는가 보다. 요양원 정문을 나서며 왠지 허전하고 서글픈 기분이 엄습해 왔다.

◇ 이황연 수필가

푸른솔문학 신인상 수상

성균관 典仁

농협중앙회 지점장 정년퇴임

바르게살기운동 청원군협의회장 역임

저서:<인생과 나의 삶> 공저:<반딧불><무심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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