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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5.07.09 13:28:41
  • 최종수정2015.07.09 13:28:36

개 미 / 문태준(1970 - )


처음에는 까만 개미가 기어다니는 줄 알았다

생각에 멈춰 있는 줄 알았다

등멱을 하러 앞드린 봉산댁

젖꼭지가 가을끝물 서리맞은 고욤처럼

말랐다

댓돌에 보리이삭을 치며 보리타작을 하

며 겉보리처럼 입이 걸던 여자

해 다 진 술판에서 한 잔 걸치고 숯처럼

까매져서 돌아가던 여자

담장 너머로 나를 키워온 여자

잔뜩 허리를 구부린 봉산댁이 아슬하다

봉산댁의 젖꼭지를 개미와 고욤으로 비유한 점이 기발하다. 젖꼭지의 흔들림을 개미가 기어나니는 움직임으로 보고, 붙어 있는 모습을 골똘히 생각하는 양 이미지화 하고, 말라붙은 젖꼭지를 서리 맞은 고욤으로 객관화하니까 마치 살아있는 생물체처럼 생동감이 난다.

겉보리처럼 걸죽한 입과 숯처럼 까매진 가슴을 가진 봉산댁. 삶이 순탄했으면 나긋나긋한 입을 가졌을 것이나, 삶 자체가 겉보리처럼 꺼칠꺼칠하니 입이 걸었을 것이다. 삶이 순탄했으면 가슴에 기쁨이 가득할 것이나, 그렇지 못하니 산다는 게 매양 가슴을 태우는 일이었으리라.

봉산댁의 에로스적인 생명력과 억척스러운 강임함을 담장 너머로 보아온 소년. 봉산댁의관능을 설레임으로 바라보고 봉산댁의 고된 삶을 신산한 마음으로 바라보며 성장한 소년. 그 소년이 자라서 성인이 되었지만, 잔뜩 허리 구부린 봉산댁처럼 자신이 아슬하다.

인간은 50세 중년이든 80세 노년이든 누군가에게 자신을 비춰보면 모두 다 이처럼 자신의 현존재가 아슬하다.

/ 권희돈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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