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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3.12.21 17:13:52
  • 최종수정2023.12.21 17:13:52

황금산은 서산시 대산읍 독곶리에 있다. 해발 156m에 완만한 숲길을 품고 있다. 나지막해도 산과 바다 정취가 가득하다. 바다와 기기묘묘 절벽이 조화롭다. 해안으로 내려가면 몽돌해변이 나온다. 한 옆 코끼리바위가 웅장함을 자랑한다. 긴 코로 바닷물을 마시는 듯한 형상이다. 물이 빠지면 바다로 들어가는 모습이다. 해안선은 한려수도처럼 아기자기하다. 크고 작은 섬이 물 위로 점점이 흩어진다. 해산물은 늘 먹음직스럽다. 언제가도 볼거리,먹을거리가 넉넉하다.

ⓒ 함우석주필
겨울이다. 바다가 있는 산으로 달려간다. 겨울만큼 바다가 맛있는 계절도 없다. 꽤 많은 바다 먹거리가 겨울에 제일 맛있다. 가장 풍요롭다. 겨울 여행의 목적을 잘 채워준다. 황금산이 더불어 풍요로워진다. 을씨년스러움을 풍요로운 바다가 보상한다. 겨울바다 형상이 마음의 인식보다 화려해 호화롭다. 허나 겨울바다는 모질고 춥다. 풍요와 모짐이 교차한다. 이중성의 공간이다.

몽돌해변으로 내려서는 회원들

가을이 서둘러 달아나고 한창 겨울이다. 나무들이 단풍놀이 끝내고 동면에 든다. 마른 갈잎들이 우수수 떨어져 나뒹군다. 밀려온 눈보라에 숲속길이 얼어붙는다. 산 전체가 바람에 움찔움찔 하며 웃는다. 코끝이 점점 더 시려지는 추운 겨울이다. 삭아 매달린 애기단풍잎이 파르르 떤다. 잦은 흔들림으로 살아있음을 증명한다.

무채색 속으로 겨울 한파가 기습을 한다. 흩날리는 쌀눈을 보며 사색에 빠져든다. 하얀 눈 보푸라기가 부드럽게 일렁인다. 하늘에서 흰 눈 내리니 바다가 포효한다. 해변 바람이 거세지고 파도가 너울댄다. 호호 불며 걷는 겨울 해변길이 상쾌하다. 흰 구름 사이로 햇살 한줌이 피어오른다. 낯선 행성에서 느끼는 이상한 행복이다.

황금산사

황금산의 트레킹 코스는 대략 두 가지다. 주차장에서 정상에 오르는 게 무난하다. 몽돌해변과 코끼리바위를 보기가 쉽다. 그 다음 굴금을 둘러보고 돌아가면 된다. 썰물 때에는 해안 트레킹을 즐길 수 있다. 일반적으로 대략 2시간이면 충분하다. 해안 트레킹 코스는 4시간 정도 걸린다. 이곳저곳 둘러보고 출발지로 가면 된다.

황금산은 아라메길 3코스의 들머리다. 독곶리에 위치한 해발 156m의 산이다. 서정적인 겨울 바다와 일몰이 아름답다. 해질녘 바다는 온통 붉은 빛으로 물든다. 가슴 저릴 만큼 꼭두서니 색으로 빛난다. 겨울 바다의 낭만을 품고 있어 그만이다. 예전엔 일부분만 연결돼 고립 상태였다. 지금은 육지와 완전히 이어진 내륙이다.

황금산 등산안내도

들머리에서 장승이 탐방객들을 반긴다. 나무계단 지나 널찍한 흙길이 이어진다. 솔숲 사이로 대산공단이 눈에 들어온다. 급한 경사의 솔숲이 500m쯤 이어진다. 오르막길에서 가쁜 숨을 몇 번 몰아쉰다. 머잖아 산 중턱의 쉼터 공간에 다다른다. 산길이 온통 해송과 잡목으로 울창하다. 걷다 보면 중간 중간 햇살이 새들어온다.

황금산 정상탑

눈부신 서해 풍경이 발길을 더디게 한다. 바다 풍경이 막혔던 가슴을 트이게 한다. 어느 샌가 시나브로 기분이 상쾌해진다. 황금산 정상 떡갈나무 숲에 돌탑이 있다. 황금산 높이 156m를 알리는 표지석이다. 임경업 장군 모신 황금산사가 함께 한다. 멀리 바다 보며 가다보면 정상에 닿는다. 황금산이 서산 쪽의 수문장 역할을 한다.

황금산사에서 바라본 서해바다

황금산사는 무엇보다 조망이 빼어나다. 가로림만이 한 폭의 그림처럼 다가온다. 황금산사엔 임경업 장군 초상화가 있다. 풍어와 안전을 기원하기 위한 기도처다. 지금도 매년 4월 1일에 동제를 지낸다. 황금산의 앞바다는 황금목으로 불린다. 물이 깊고 파도가 높아 험난한 뱃길이다. 임경업 사당을 뒤로 하고 해안으로 간다.

사거리 쉼터에서 바닷가 길로 내려선다. 내려가는 도중에 소망의 돌탑도 만난다. 산악회 리본과 소망 쪽지가 펄럭거린다. 자연과 대화하며 자신을 돌아보기 좋다. 숨겨놓고 몰래 찾는 명승지로 유명하다. 울창한 솔숲에서 삼림욕을 하기 딱이다. 산길과 숲길을 걷고 오르고 다시 채운다. 행복 기원하는 돌탑이 만복 건강탑이다.

몽돌해변

탁 트인 바다의 파도 소리가 요란하다. 모래 대신 크고 작은 자갈들이 깔린다. 아담한 몽돌해변이 우아하게 펼쳐진다. 몽돌들이 사그락 사그락 흔들며 떠든다. 돌길을 따라 가니 코끼리바위를 만난다. 눈과 사진, 마음에 욕심껏 풍경을 담는다. 순간을 받아들이니 아름다움이 배가된다. 해안과 어울리는 바다가 낭만을 품는다.

나무계단 오르니 다시 계단이 이어진다. 몸에 스미는 솔 향으로 발걸음이 가볍다. 완만한 숲길과 탁 트인 바다가 어울린다. 주상절리의 절벽해안 풍경은 압권이다. 몽돌해변 코끼리바위는 극한 비경이다. 해질녘 낙조 풍광은 황홀함을 넘어선다. 산길과 숲길을 걷고 오르고 다시 채운다. 황금산에서 산과 바다의 정취를 즐긴다.

코끼리바위

코끼리바위는 황금산 최고의 절경이다. 단연코 산객의 발길을 가장 오래 붙든다. 기념사진을 찍게 만드는 명소 중 명소다. 높이 5m 넘는 거대한 긴 코가 압권이다. 바닷물 마시는 듯한 형상은 사실적이다. 자연의 신비에 탄성이 절로 터져 나온다. 암벽 틈새 뿌리박은 소나무는 경이롭다. 강인한 생명력과 멋스러움을 자아낸다.

나무 사이로 몽돌해변이 살짝 드러난다. 회원들마다 와∼ 하는 탄성을 자아낸다. 오랜 세월 파도가 해낸 일들을 떠올린다. 몽돌로 온통 뒤덮인 해변이 참 아름답다. 푸른 바다와 푸른 하늘이 눈부시게 좋다. 서로 부대끼며 신비로운 소리를 만든다.·완만한 숲길과 몽돌로 가득 찬 해변이다. 주상절리의 풍광이 조화로운 공간이다.

코끼리바위를 중심으로 해변이 나뉜다. 썰물 때면 코끼리바위 아래를 오고간다. 아치형 코끼리 목 부위쯤 되는 구멍이다. 몽돌해변서 계단 넘으면 다른 세상이다. 가파른 언덕 너머 해안 절경이 일품이다. 주상절리 절벽이 수만 년 세월을 말한다. 해안은 온통 넓적한 돌무더기 공간이다. 모두 몽돌이 아니라 주상절리 파편이다.

장대하게 치솟은 돌산 노송이 아름답다. 암벽 틈에서 자라 하늘로 곧게 뻗어간다. 바다와 어우러져 한 폭 동양화를 그린다. 촛대 같은 바위 꼭대기서 독야청청 한다. 다시 계단 넘어 몽돌해변으로 돌아온다. 몽돌의 재잘거림을 뒤로하고 올라온다. 햇빛 가리던 마지막 단풍잎이 떨어진다. 지는 낙엽의 나직한 속삭임이 강렬하다.

왜목마을 상징탑

졸참나무 낙엽들이 융단길을 선물한다. 바스락거리는 낙엽이 겨울을 알려준다. 속삭임을 귀로 즐기며 생각에 젖어든다. 산책로에 각종 낙엽이 융단처럼 깔린다. 코끝 얼리는 겨울바람이 산중을 지난다. 찬바람이 어깨만 스쳐 지나도 헛헛하다. 계절이 스스로 하루하루 절로 깊어진다. 황금산 바닷가에서 저무는 하루를 본다.

앞에 놓인 풍경에 몸과 마음을 맡겨본다. 가까운 산도 먼 산도 아름답게 드러난다. 해변 바람이 들리고 이어 모래가 보인다. 하늘에 구름 들어오니 바다가 펼쳐진다. 억새꽃 보푸라기가 부드럽게 일렁인다. 낯선 행성에서 느끼는 이상한 행복이다. 무채색 속에서 느껴지는 쓸쓸함이 크다. 저물어가는 해를 보며 사색에 빠져든다.

황금산은 아라메길 종착지이기도 하다. 오랫동안 군사작전지역으로 통제됐다. 산과 바다의 정취로 각광받는 공간이다. 산의 서쪽은 주상절리의 바위절벽이다. 깊은 바다와 마주한 해식동굴들이 있다. 예부터 금을 캐던 곳으로 전해지고 있다. 원래 이름은 항금산(亢金山)으로 전한다. 실제로 금이 발견되면서 황금산이 됐다.

황금산 소나무숲길

서산9경 중 7경으로 그리 높지는 않다. 살짝 가파르고 너덜로 된 구간이 나온다. 등산로가 전반적으로 평탄해 걷기 쉽다. 땀을 좀 내면 눈앞으로 바다가 펼쳐진다. 해변은 모래가 아닌 굵직한 몽돌 밭이다. 뒷다리를 접은 거대한 코끼리도 보인다. 해가 바다로 잠기면 바닷물은 금빛이다. 온통 물들면 가슴이 벅찰 만큼 아름답다.

황금산은 섬이었지만 지금은 육계도다. 동쪽은 육계사주와 습지로 이뤄져 있다. 서쪽 해안에는 해식애와 파식대가 있다. 해식애와 파식대가 만나는 부분이 높다. 해안선 가까이에서 파도에 깎이기 쉽다. 침식과 풍화를 거친 해식동이 많이 있다. 침식 지형으로 시 아치(sea·arch)도 있다. 시 스택(sea·stack)의 위용도 훌륭하다.

남근목

가을 보낸 황금산이 겨울을 빨리 맞는다. 완만한 숲길 속이 적요하고 고즈넉하다. 밀려오는 바닷바람에 옛일을 반추한다. 가슴 속에서 시원한 함성이 흘러나온다. 불어온 바람이 방전된 마음을 충전한다. 마음이 어둠 속 성냥불처럼 환히 빛난다. 마법처럼 순간의 공간이동에 성공한다. 바람이 심장을 관통해 서해바다로 간다.

12월은 한 해를 마무리 정리하는 때다. 시간은 영원하지만 내 시간은 유한하다. 적절하게 효율적으로 잘라 잘 써야 한다. 황금산에서 한 해를 찬찬히 되돌아본다. 호젓한 산길이 성찰하기 좋은 공간이다. 앙상한 나무와 형형한 바위가 어울린다. 맑은 날 덕에 대나무가 반짝반짝 빛난다. 겨울 빛과 낙엽 밟는 소리가 모두 고맙다.

서해바다 윤슬이 바람 따라 일렁거린다. 물빛이 은색에서 금색으로 교대를 한다. 햇빛에 비친 잔물결들이 신비를 더 한다. 나무 사이로 내려온 햇볕이 숲을 데운다. 볕뉘가 숨바꼭질 하듯 나무 사이로 든다. 찰나의 아름다움에 시간을 반추해 본다. 12월 황금산에 뉘엿뉘엿 해가 떨어진다. 사방 숲으로 짙은 겨울 풍경이 펼쳐진다.

글·사진=함우석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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