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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클린마운틴 - 함우석 주필의 청주천리(1)

청주의 산 따라 물 따라

  • 웹출고시간2023.07.30 16:03:28
  • 최종수정2023.07.30 16:03:28
ⓒ 함우석 주필
짙은 그늘 아래 계단길이 쭉 이어진다. 쏟아진 비가 초록을 한층 더 짙게 한다. 나무들이 쭉쭉 뻗어 나란히 도열한다. 한층 생기 얻은 듯 짙푸름을 자랑한다. 들풀 무리가 어둑한 숲 바닥을 덮는다. 키 큰 나무가 시원한 그늘을 드리운다. 하늘 뒤덮은 구름이 결국 비로 바뀐다. 우암산 숲에서 서늘한 바람을 맞는다. 어디서든 다채로운 향기가 풍겨온다. 참나무 등 활엽수들이 위세를 떨친다. 식물의 천이가 숲의 모습까지 바꾼다. 우암산은 음수림으로 바뀌는 중이다.
[충북일보] 잠시나마 일상의 궤도에서 이탈하고 싶다. 그리고 그곳에서 쉼표를 찍고 싶다. 어느 나무 그늘 아래서 졸고 싶다.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떠돌고 싶다. 길을 만든 역사의 군상들과도 만나고 싶다. 길은 산속의 인대다. 봉우리와 능선을 잇는다. 청주의 산길과 물길 12곳을 선정해 둘러보기로 한다. 그곳에는 훌륭한 문화가 산재해 있다. 소중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품고 있다. 새길 앞에 무엇이 돌출할지 모른다. 산과 숲, 물에 숨은 속살을 글과 사진으로 엿보려 한다.

<글 싣는 순서>

1,우암산
2,상당산
3,구녀산
4,낙가산·것대산
5,선도산·선두산
6,양성산·작두산
7,부모산
8,미동산
9,목령산
10,동림산
11,은적산
12,옥화구곡

우암산 산중우물

ⓒ 함우석 주필
1, 우암산(牛岩山 353m)

비 갠 여름날 우암산 너머 동녘이 붉어진다. 동살 떨어져 한 아름 불덩이로 솟아오른다. 비 맞은 집 앞 능소화가 더 한 층 더 붉어진다. 밝은 햇살 아래서 모습이 평소보다 더 곱다. 이슬방울 맺힌 꽃잎이 진홍색으로 빛난다. 집 나서기 전 마당 앞을 온통 붉게 물들인다. 쉽사리 눈을 떼기 어려운 풍경을 선물한다. 하루를 여는 아침 시간에 넘치는 선물이다.

비가 멈춘 아침나절 우암산길로 들어선다. 여름비에 힘을 얻은 들풀들이 생기를 낸다. 저마다 다투어 우르르 꽃대를 곧추세운다. 세력 확장한 버섯들이 산길까지 지배한다. 한쪽엔 여름 꽃들이 점차 절정으로 향한다. 성격이 급한 순서대로 앞장을 서 나아간다. 가쁜 숨을 자주 몰아쉬며 능청하게 걷는다. 새 한 마리가 살짝 나뭇가지에 내려앉는다.

장마철 날씨가 길고 우중충하게 이어진다. 비와 안개가 교차하면서 산속을 지배한다. 하루는 쏟아졌다 하루는 쨍하길 거듭한다. 장마와 폭염이 반복되는 변덕스런 날씨다. 비가 와도 안개 껴도 후회할 수 없어 나선다. 날씨 고민하며 망설이면 놓치기 십상이다. 비가 그치니 우암산이 구름더미 속에 든다. 쏟아진 비가 숲의 초록을 한층 더 짙게 한다.

삼일공원

ⓒ 함우석 주필
살아 숨 쉬는 숲속 생명이 주는 감동이 크다. 저 멀리 선도산 너머 운해가 하얗게 흐른다. 산그리메가 느리게 굽이쳐 흘러 장관이다. 여름날 비 내리는 청주의 모습이 산뜻하다. 비가 내리는 풍경을 음미하듯 곱씹어본다. 나무와 바위가 물을 품어 도시를 살려낸다. 적신 거라곤 바짓가랑이와 등산화뿐이다. 긴긴 장마에도 입추가 도둑처럼 다가온다.

안개 자욱한 길에 작은 풀들이 떼 지어 선다. 이른 아침 홀로 피어난 예쁜 꽃들도 보인다. 하나같이 비에 씻긴 청아한 모습으로 곱다. 숲 요정처럼 앙증맞은 산딸기도 눈에 띈다. 꽃들이 발목을 잡아 돌아보고 또 돌아본다. 순간 영혼이 맑아지며 심장이 쿵쾅거린다. 몇몇 여름 꽃은 아직도 화무를 길게 즐긴다. 어떤 나무엔 수액이 단물처럼 고여 흐른다.

청주 도심에서 우암산 가는 길은 아주 많다. 수동 삼일공원 들머리 길이 제법 가파르다. 정상까지 오르다 보면 온몸이 땀에 젖는다. 산정에서 상당산성 가는 길은 내리막이다. 양지바른 길 옆 묏등이 유난하게 눈에 띈다. 산정에서 내려와 보현사로 길을 이어간다. 산정에 오르기 전 갈래 길이 눈에 들어온다. 도심 뒤편 우암산 능선이 여전히 우람하다.

청주향교

ⓒ 함우석 주필
재킷 벗어 배낭에 넣으니 바람이 시원하다. 먼 자태와 달리 우암산이 예전과 같지 않다. 산에 들면 변한 모습이 여기저기서 보인다. 정상에 다다르는 길에도 변화가 뚜렷하다. 소나무 대신 활엽수들이 득세를 하고 있다. 금강송이든 리기다든 눈에 띄게 줄고 있다. 얼마나 줄어들고 있는지 단언할 수는 없다. 시간이 갈수록 쇠잔해진 모습이 애처롭다.

더 큰 문제는 생각보다 빠른 숲속의 변화다. 기후변화 같은 환경 요인의 변화 때문이다. 생태계 교란과 외래종의 유입도 한 몫 한다. 급격한 도시화로 생태적 천이를 겪고 있다. 멀리 보이는 것과 가까이 있는 것이 다르다. 길엔 안전하게 다닐 시설만 있으면 된다. 쉼터와 화장실 정도만 있어도 된다. 시간과 공간 사이서 다투는 건 길손의 몫이다.

청주사람들은 우암산서 하루를 시작한다. 산길 오르내리며 새벽공기를 마시곤 한다. 우암산 순환도로를 에둘러 뛰거나 걷는다. 달리고 걸으면서 청주의 하루를 열어간다. 청주의 한 해도 매년 우암산에서 시작한다. 청주의 중심에 서서 동서남북을 관장한다. 청주의 역사와 문화의 중심지로 거듭난다. 그래서 그런지 이름도 높이도 사람도 많다.

방송국 송신탑

ⓒ 함우석 주필
우암산은 자연 환경 청주답사 1번지 코스다. 청주의 자연을 살펴보며 걷는 걷기길이다. 호랑이가 들판으로 내려오는 형상을 한다. 위에서 보면 소가 누운 모습이라고 한다. 청주시민들의 입장에선 뭣이든 상관없다. 흉물스럽게 변한 모습이 안타까울 뿐이다. 도시화 과정에서 중턱엔 순환도로가 났다. 능선은 체육시설로 파헤쳐져 보기 흉하다.

우암산은 한반도 등줄기 백두대간 손이다. 속리산서 뻗어 나온 한남금북정맥 가지다. 상당산 서쪽 줄기에 걸려있는 소산줄기다. 거슬러 오르면 백두산으로 이어지게 된다. 해발 높이 353m 독립된 산 모습을 한다. 정상을 중심으로 남과 북 3좌의 연봉이다. 동쪽으로 당산(唐山)에 까지 이르고 있다. 무심천과 함께 청주를 상징하는 산천이다. 선사시대부터 지금까지 청주의 중심 터다. 시민의 삶과 문화의 터전으로 자리 잡았다. 외곽에서 시내를 바라보면 젤로 눈에 띈다. 침엽수와 활엽수로 혼합산림을 형성한다. 계절마다 다른 풍경을 보여주는 공간이다. 많은 시민들이 등산로로 애호하는 장소다. 산 이름도 많고 오르고 내리는 산길도 많다. 둘레길을 조성하는데도 의견이 다양하다.

우암산은 여전히 청주의 대표적 명산이다. 하지만 옛 우암산성 흔적까지도 사라졌다. 대신 산 높이만한 방송탑이 풍경을 해친다. 산기슭 위까지 주택과 사찰이 들어서 있다. 청주의 진산은 그저 그 옛날 명성일 뿐이다. 지금은 67만 도시의 뒷동산으로 전락했다. 지금도 여전히 파괴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 더 나은 보존과 활용 방안을 찾아내야 한다. 대부분의 산들도 두 세 개 이상 이름이 있다. 시대에 따라 이유에 따라 다르게 지어진다. 보는 방향이나 지역전설 등에 따라 정한다. 우암산은 유별나게 많은 이름을 갖고 있다. 오랜 역사와 함께 하면서 얻은 이름들이다. 시대를 달리하면서 각종 이름이 지어졌다. 당이산 장암산 대모산 무암산 우산 등이다. 목암산 목은산 와우산 등의 이름들도 있다.

우암산 정상표지석.

ⓒ 함우석 주필
우암산은 일제강점기 무렵부터 이름이다. 이름을 바꾸자는 의견이 유독 많은 이유다. 하지만 우암산은 항상 변함없는 모습이다. 언제나 청주시민들을 보듬어주는 산이다. 그저 몇몇 사람이 산을 흔들고 있을 뿐이다. 일제 때 일부러 명칭을 바꾼 기록도 없다. 혼란스럽게 하지 말고 그대로 두는 게 좋다. 청주의 향기를 느끼며 힐링하는 공간이다.

우암산 높이에 대한 자료도 각양각색이다. 332m 338m 353m 등으로 혼란스럽다. 이름은 그렇다 해도 높이는 하나여야 한다. 충북도와 청주시가 함께 해 통일하면 된다. 우암산에는 토성자리와 사찰터 등이 많다. 설화 전설로 꾸민 스토리텔링이 풍부하다. 한낮 산행과 답사를 겸한 좋은 걷기길이다. 소나무 숲과 참나무 숲길을 이어걷기 좋다.

우암산은 다른 도심 산에 비해 숲길이 좋다. 주변에 청주향교와 국립청주박물관이 있다. 어린이회관과 명암유원지, 3·1공원도 있다. 청주시민의 휴식처로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우암산 기슭 수암골은 유명해진지 오래다. 수동에서 보는 해질녘 청주풍경은 빛난다. 붉은 낙조 덕에 온 동네가 벌겋게 물든다. 골목길도 붉게 물들어 한낮보다 아름답다.

청주전경.

ⓒ 함우석 주필
장맛비가 예고된 날 다시 우암산을 걷는다. 해질녘에 물 먹은 숲이 생생하게 깨어난다. 비온 끝이라 그런지 녹색 숲이 더 선명하다. 우암산과 수암골을 병풍삼아 한 잔 기울인다. 진초록의 산그리메 타고 조각구름 흐른다. 산줄기 따라 띠구름이 넘실넘실 춤을 춘다. 어느새 주위에 스멀스멀 어둠이 밀려든다. 우암산, 여전히 청주를 상징하는 진산이다.

저녁나절 내내 사람들이 거기서 북적인다. 여름날 비갠 뒤 보는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우회도로 전망대서 본 전경은 고혹적이다. 어스름 빛이 만들어내는 도심은 신비롭다. 저물녘 황금빛 풍경은 치명적인 유혹이다. 붉게 물들어 넘어가는 해가 되레 난만하다. 해가 진 뒤엔 창문 너머로 야경이 펼쳐진다. 도심의 불빛으로 아름다움이 더 또렷해진다.

얼마 지나지 않아 청주가 푸르게 일렁인다. 반짝이는 네온사인들은 낭만적 판타지다. 달동네 수동이 그 사이에 스토리를 만든다. 야간 산행은 주로 저녁 해거름에 시작한다. 전망 좋은 곳에서 만난 일몰은 최고 가치다. 적막과 고요는 나만의 시간을 보내게 한다. 하늘의 별빛과 도심 야경이 오롯이 내 거다. 그 신기 절묘한 어울림에 넋을 잃기 일쑤다.

한여름 밤 우암산 숲길에 서 보는 것도 좋다. 신선놀음으로 도끼자루가 썩는 줄 모른다. 등산로와 둘레길이 촘촘하게 연결돼 쉽다. 발길 닿는 대로 어렵지 않게 나갈 수 있다. 동서남북 어디든 연결돼 길을 잃지 않는다. 갈림길 많아 멋대로 목적지를 정하면 된다. 우암산서 보는 청주의 야경은 새 명물이다. 이내부턴 하늘에서 별이 황홀하게 반짝인다.

청주의 도심은 화려한 불빛으로 뒤덮인다. 황홀한 별빛과 화려한 불빛이 감흥을 준다. 우정과 사랑을 나누기에 꽤 좋은 공간이다.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는 어느 날이든 좋다. 밤풍경은 그 때 그 때 감정색감이 좀 다르다. 어느 날이라도 특별하게 밤을 보낼 수 있다. 폭염의 열대야도 피하고, 운치도 있어 좋다. 서로 사부작사부작 걷다 보면 닿는 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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