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8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충북일보클린마운틴(비대면)-철원 한탄강 주상절리길

잔도한탄강의 절경 가슴에 품고 걷는다
용암이 식으며 생긴 주상절리 명품
수직 벼랑 이루며 곳곳 비경 탄생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품경

  • 웹출고시간2021.12.16 17:01:33
  • 최종수정2021.12.16 17:01:33

한탄강은 풍경만으로도 남다르다. 다른 강에서는 볼 수 없는 명품이다. 여기에 벼랑 잔도까지 설치됐다. 지금껏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시야로 한탄강을 감상할 수 있다. 반드시 걸어 봐야 할 이유 중 하나다. 순담계곡은 철원8경에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그 병풍 같은 수직 벼랑에 잔도가 놓였다. 오늘도 수많은 사람들이 그 위를 걷는다.

ⓒ 함우석 주필
[충북일보] 수직 절벽에 길이 난다. 파이프를 박아 선반 매달 듯 길을 낸다. 중국에나 가야 보던 '잔도(棧道)'가 국내에도 여럿이다. 잔도는 중국에서 기원한다. 험준한 산악 지형을 극복하기 위한 방편이었다. 전쟁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국내 잔도는 다르다. 전쟁용이 아니다. 길 자체가 목적이다. 걷는 사람의 자극 크기를 놓고 경쟁한다. 충북 단양강 잔도가 가장 먼저 놓였다. 이어 전북 용궐산 하늘길 잔도가 만들어졌다. 강원 한탄강 주상절리길 잔도가 제일 늦다.

충북일보클린마운틴 답사팀이 한탄강 주상절리길 잔도를 다녀왔다. 기막힌 경치를 보며 걸을 수 있는 벼랑길이다.

한탄강의 풍경이 독특하고 매력적이다. 눈길 닿는 곳마다 한 폭의 풍경화다. 아름다운 주상절리가 쉼 없이 이어진다. 바위 협곡 따라 절리의 모양이 다채롭다. 검은색 현무암의 수직 절벽이 짜릿하다. 뜨거운 용암이 식으며 만들어진 작품이다.

벼랑을 따라 허공에 아득한 인공의 길이 놓인다. 아름다운 풍경에 짜릿한 공포를 더한다. 절벽과 허공 위로 놓인 잔도가 아찔하다. 한탄강을 따라 잔도가 이어진다. 그 옆으로 흐르는 물줄기가 도도하다. 들머리부터 풍경이 예사롭지 않다.

드르니 스카이전망대

오전 10시 10분, 드르니 매표소로 향한다. '드르니'란 이름이 정겹고 순하다. '들르다'라는 뜻을 가진 순우리말이다. 후삼국 시대 왕건이 쫒기며 들른 곳이란다. 긴 데크 계단 아래로 쪽빛 강물이 흐른다. 마침내 주상절리길 잔도에 들어선다.

무대 같은 전망데크가 조망을 밝게 한다. 나무 계단을 내려서면 맷돌랑전망쉼터다. 맷돌바위가 있던 자리는 예쁜 모래톱 차지다. 조금만 더 가면 민출랑전망쉼터다. 수직절벽 아래 하얀 계류가 일품이다. 강물을 거슬러 하늘 길을 걷는다.

'민출랑'은 깎아지른 절벽의 전라도 사투리다. 말 그대로 깎아지른 단애가 이어진다. 그 아래에선 세찬 여울이 포효하듯 흐른다. 우렁찬 강물소리가 탄식처럼 들린다. 후삼국 전쟁과 6·25 전쟁이 오버랩 된다. 슬픈 넋들의 아픈 노래가 들린다.

너른 바위

한탄강은 기암의 절리가 병풍을 치는 곳이다. 억겁의 시간이 조각한 바위미가 신비롭다. 수직절벽에 놓인 주상절리의 모습이 경이롭다. 때론 포도송이 같고 때론 바나나 같다. 절리 예술의 경연장이다. 영가의 넋이 위로 받기에 충분하다.

한탄강 물줄기와 거대한 암벽이 한데 어우러진다. 마치 신이 만든 조각공원을 걷는 기분이다. 잔도가 끝나면 출렁다리의 연속이다. 데크 사이로 굵은 소나무가 불쑥 튀어나오기도 한다. 자연환경 훼손을 최소화하려는 철원군의 조처다.

잔도만 있는 게 아니다. 의외의 숲길이 이어져 감동을 줄 때가 있다. 강 건너 주상절리가 강물에 빠지기도 한다. 너른바위전망쉼터를 고민 없이 지난다. 가파른 계단을 오르니 스카이전망대다. 드르니 스카이전망대서 본 한탄강이 순하다.

쌍자라바위

쌍자라교와 돌단풍교를 지난다. 동주황벽에 걸린 검은색 절리가 예술이다. 한탄강스카이전망대를 지난다. 절벽에 매달린 와이어가 독특하다. 반원형의 교각을 떠받치는 힘이다. 샘소전망쉼터에서 다리쉼을 한다. 화장실도 있어 편리하다.

강물에 비치는 암벽이 아름답다. 선돌교 옆으로 바위 하나가 우뚝 솟는다. 주변 운치를 돋보이게 하는 선돌이다. 구리소에선 여울 물소리가 가마솥 물처럼 끓는다. 수평절리가 시루떡처럼 쌓인다. 쪽빛소와 샘소를 기암절벽이 감싼다.

잔도의 압도적인 구간은 단연 순담 스카이전망대다. 벼랑의 직벽에 철제 로프로 매달아 지탱한다. 반원형의 길이 허공을 떠돈다. 여기서 느끼는 고도감은 상상 초월이다. 사방으로 터진 개방감에 공포가 배가된다. 투명 유리의 스릴까지 더해진다.

칼로 벤 듯 수직을 이루는 벼랑이 이어진다. 잔도 바닥엔 구멍이 숭숭 뚫린다. 바닥 구조물 사이로 파란 강물이 흐른다. 커다란 바위도 내려다보인다. 한 발자국 내딛기가 두려울 만큼 아찔하다. 난간도 뻥 뚫려 허공에 붕 뜬 기분이다.

드르니전망쉼터 내려가는 길

U자 모양 전망대가 나타난다. 한탄강 협곡에서 강한 바람이 불어온다. 마침내 순담계곡이 보인다. 나무 계단을 따라 한 걸음씩 발걸음을 옮긴다. 한탄강 절경이 병풍처럼 펼쳐진다. 물줄기가 거침없이 굽이쳐 흐른다. 벼랑 잔도 끝이 보인다.

한탄강 잔도가 중국 무협지 속 풍경 같다. 아슬아슬한 풍경이 이어진다. 아래서 보면 까마득한 벼랑 위에 걸린 것 같다. 하지만 주상절리길은 평지에 가깝다. 들머리는 살짝 내리막의 느낌마저 든다. 강이 발아래 저 낮은 곳에서 흐르니 그렇다.

길 안으로 들수록 흥미진진하다. 강을 끼고 있는 벼랑이 평지의 높이와 비슷한 덕이다. 27만 년 전 신비 속으로 여행이다. 허공에 발을 딛고 걷는 아찔한 산책이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절경을 품는 일이다. 가히 신이 만들어낸 조각공원이다.

비가 내린다. 청주로 돌아오는 내내 가슴이 두근거린다.

<취재후기>한탄강 주상절리 협곡

한탄강 주상절리길 잔도 조성사업은 2018년 시작됐다. 그리고 3년만인 지난달 긴 작업이 끝났다. 철원군은 지난달 19일 주상절리길 잔도를 개방했다. 구간은 한탄강 순담계곡의 순담매표소~동온동 드르니마을 3.6㎞다. 입장료는 1만원이다. 절반은 철원사랑상품권으로 돌려받는다. 한탄강은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등재됐다. 지정 이유는 분명하다. 지금부터 27만 년 전은 한반도의 제4계 화산활동 시기다. 그러니까 백두산과 한라산, 울릉도 성인봉이 일제히 폭발했던 때다. 한탄강 일대에서도 화산 활동이 활발했다. 시뻘건 불길과 함께 끓어 넘치는 용암이 흘러내렸다.

한탄강은 화산활동과 함께 생겼다. 서울에서 원산을 잇는 철도가 경원선이다. 이 철도가 북한 땅으로 접어들어 다섯 번째 기차역이 견불량역이다. 처음 화산이 폭발한 건 이 역에서 북동쪽으로 4㎞쯤 떨어진 이름 없는 산이다. 뒤이은 폭발 역시 북한 땅인 오리산에서 불을 뿜었다.견불량역 쪽 화산의 용암은 진득해 금세 식어서 굳어졌다. 하지만 오리산 용암은 묽어 추가령 계곡을 넘어 한탄강의 물길 자리를 타고 흘렀다. 임진강 하류까지 무려 90㎞를 내달렸다. 용암의 양도 어마어마했다. 서울 면적보다 더 넓은 650㎢(1억9600여 만 평)의 땅을 용암이 다 뒤덮었다.

용암이 식으면서 물길이 막혔다. 물살은 화산석의 틈새를 가르며 새로운 길을 찾기 시작했다. 땅의 틈새를 뚫고 점점 더 깊이 들어갔다. 강바닥은 점점 낮아졌다. 물살이 자꾸만 더 강변을 깎아내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며 용암이 식어갔다. 주상절리가 수직 벼랑을 이룬 지형이 됐다.

한탄강 협곡의 비경은 이렇게 만들어졌다. 기기묘묘한 풍경이 많은 이유도 이런 생성 배경 때문이다. 한탄강은 너른 들판 아래 푹 꺼진 자리에 있다. 깎아지른 벼랑을 이루며 흐른다. 수직 협곡 아래로 내려가야 비로소 강을 볼 수 있다. 평야의 땅 아래 갈라진 계곡 사이로 지하처럼 흐르기 때문이다.

한탄강 주상절리길엔 노약자도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어느 곳에서나 잔도 입구로 들어설 수 있다. 물론 교량 구간이나 보행 데크의 접속구간에 오르내림이 있긴 하다. 그렇다고 힘겨울 정도는 아니다. 길의 전체 구간은 3.6㎞ 남짓이다. 잔도 구간은 709m다. 보행 데크 구간은 2.24㎞ 정도다.

하이라이트는 단연 잔도 구간이다. 직벽에 쇠파이프를 박아 매달아 짜릿하다. 잔도 구간이 709m라면 결코 짧지 않은 거리다. 물론 훨씬 긴 보행 데크 구간도 아찔하기는 마찬가지다. 걷다 보면 어디까지가 잔도이고 보행 데크인지 알 수 없다. 거의 전 구간에서 잔도를 걷는 듯한 느낌이다.

지난 11일 주상절리길에 또 하나의 명품이 등장했다. 마침내 물윗길에 완성됐다. 물윗길의 가장 큰 매력은 길 위에서 보이는 풍경이다. 걷다보면 기암절벽이 첩첩이 겹쳐진다. 강을 따라 접혀 있던 협곡이 서서히 펼쳐진다. 옥색의 강물 풍경이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답다. 눈이라도 오면 정취를 더한다.

물윗길은 총 8㎞ 구간이 운영되며 유료화 된다. 입장료는 1만원이다. 잔도와 마찬가지로 철원사랑상품권으로 5천원을 환급해준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

[충북일보]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은 "충북체육회는 더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한다"고 조언했다. 다음달 퇴임을 앞둔 정 사무처장은 26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방체육회의 현실을 직시해보면 자율성을 바탕으로 민선체제가 출범했지만 인적자원도 부족하고 재정·재산 등 물적자원은 더욱 빈약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완전한 체육자치 구현을 통해 재정자립기반을 확충하고 공공체육시설의 운영권을 확보하는 등의 노력이 수반되어야한다는 것이 정 사무처장의 복안이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학교운동부의 위기에 대한 대비도 강조했다. 정 사무처장은 "학교운동부의 감소는 선수양성의 문제만 아니라 은퇴선수의 취업문제와도 관련되어 스포츠 생태계가 흔들릴 수 있음으로 대학운동부, 일반 실업팀도 확대 방안을 찾아 스포츠생태계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행사성 등 현장업무는 회원종목단체에서 치르고 체육회는 도민들을 위해 필요한 시책이나 건강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의 정책 지향적인 조직이 되어야한다는 것이다. 임기 동안의 성과로는 △조직정비 △재정자립 기반 마련 △전국체전 성적 향상 등을 꼽았다. 홍보팀을 새로 설치해 홍보부문을 강화했고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