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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 클린마운틴 특별기획 - 천년 세월이 빚은 차마고도 쉼터

구름이 방목하는 곳, 리장

  • 웹출고시간2018.07.29 15:43:50
  • 최종수정2018.07.29 15:43:53

5000m가 넘는 설산이 멀리 보인다. 진사(金沙)강이 머리를 돌려 합류한다. 위룽쉐산(玉·雪山) 남쪽이 환해진다. 고성 위로 걸친 구름이 한 폭 그림이다. 리장고성이 단번에 마음을 빼앗는다. 스타벅스가 고성과 어울려 변신한다. 천년 세월의 차마고도 쉼터가 빛난다.

ⓒ 함우석 주필
◇리장고성에 마음을 빼앗긴다

[충북일보] 길을 따라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다. 온통 발과 허리에만 정신을 쏟는다. 걷는 행위 자체가 목적이 된다. 머리에 쌓였던 잡념이 하나 둘 사라진다. 발걸음이 일정한 간격으로 반복된다. 그 순간만큼은 속세를 떠난 구도자다.

6월29일 오후 2시10분 중호도협을 떠난다. 그렇게 아쉬움을 뒤로 하고 아름다운 호도협과 이별한다. 이틀 전 나시객잔까지 왔던 빵차가 속도를 낸다. 오후 2시30분 차우토우 마을에 닿는다. 쉴 틈도 없이 휴식의 도시 리장을 향해 떠난다.

버스의 시원한 에어콘 바람에 잠을 청한다. 하지만 쉬운 게 하나도 없다. 일행 중 한 명이 다급히 외친다. "빵차에 휴대폰을 놓고 내렸나 봐요." 조금 불안한 목소리다. 버스기사가 급하게 도로 옆 휴게소에 버스를 세운다.

가이드의 전화통화가 계속된다. 15분 뒤 휴대폰을 손에 든 빵차 운전사가 나타난다. 모든 게 제자리를 찾는다. 다시 천년고성 리장(麗江)을 향해 간다. 황산터널을 지난다. 드디어 오후 4시10분 리장에 다다른다.

리장은 아름다운 분지형 도시다. 차마고도가 시작되는 지점에 있다. 그리고 이곳에는 13세기 남송시대에 조성된 리장고성이 있다. 나시족의 거주지였다. 지형적 특성으로 예부터 무역상들의 교역이 활발하게 이뤄졌다.

리장고성은 1996년 리장 대지진 때도 제대로 버틴 안전가옥이다. 전통가옥이 현대식 가옥보다 강하고 안전함을 입증했다. 그 덕에 1997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지진 대참사가 불러온 '뜻밖의 행운'인 셈이다.

리장고성은 천년 세월이 빚은 차마고도의 쉼터다. 가는 곳마다 고성의 예스러움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매혹적인 동양의 베네치아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개천은 물레방아에서 시작한다. 좁은 골목길 사이로 졸졸 흘러간다.

잠시 다리쉼도 없이 여기저기를 돌아본다. 실개천이 고성 전체로 이어져 흐른다. 만년설산, 위룽쉐산(玉龍雪山)의 빙천수와 지하수가 만나 흐르는 물길이다. 이 풍경 속을 걸으면 누구나 한 폭의 동양화 속 인물이 된다.

실개천은 고성의 곳곳으로 뻗어 있다. 때 묻지 않은 시원함이 느껴진다. 물가의 버드나무는 수려하고 샹들리에처럼 늘어진다. 300여개의 돌다리는 고전미를 간직하고 있다. 여기저기 줄선 나시족의 전통가옥들은 충분히 아름답다.

리장고성의 중심지 스팡제(四方街)를 걷는다. 전통가옥마다 주점과 라이브 카페 일색이다. 멀리서 봤던 풍경과 사뭇 다르다. 상점들은 저마다 화려한 이야기를 쏟아내고 있다. 좁은 골목길이 관광객들을 유혹한다.

오래된 응회암 골목길은 고혹적이다. 들뜬 사람들의 물결이 이어진다. 여전히 매력적이다. 전망대 위로 갈수록 음악카페가 많다. 아마추어 가수들의 노래 소리도 들린다. 제법 내공을 쌓은 듯한 목소리도 있다.

그래도 지나친 상업화엔 눈살이 찌푸려든다. 다닥다닥 이어진 상가 영업도 맘에 들지 않는다. 저녁이 가까워지자 고성은 시장바닥으로 변한다.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그저 밀려다닌다. 어깨를 스치고 부딪는다.

해질 무렵 상점마다 주렁주렁 붉은 등을 내달기 시작한다. 온 세상을 비추려는 기세다. 골목골목 수많은 인파가 몰려든다. 고성이 더욱 출렁인다. 관광객들 때문에 발 디딜 틈이 없다. 고즈넉한 산책은 아예 불가능하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걷는다.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느끼는 여행을 이어간다. 밤 9시 리장고성 관광을 마친다. 삼겹살에 소주 한잔의 뒷맛을 즐긴다. 꿈같이 지난 시간이다.

리장고성 상가

ⓒ 함우석 주필
리장고성의 중심지 스팡제(四方街)를 걷는다. 전통가옥마다 주점과 라이브 카페 일색이다. 멀리서 봤던 풍경과 사뭇 다르다. 상점들은 저마다 화려한 이야기를 쏟아내고 있다. 좁은 골목길이 관광객들을 유혹한다.

오래된 응회암 골목길은 고혹적이다. 들뜬 사람들의 물결이 이어진다. 여전히 매력적이다. 전망대 위로 갈수록 음악카페가 많다. 아마추어 가수들의 노래 소리도 들린다. 제법 내공을 쌓은 듯한 목소리도 있다.

그래도 지나친 상업화엔 눈살이 찌푸려든다. 다닥다닥 이어진 상가 영업도 맘에 들지 않는다. 저녁이 가까워지자 고성은 시장바닥으로 변한다.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그저 밀려다닌다. 어깨를 스치고 부딪는다.

해질 무렵 상점마다 주렁주렁 붉은 등을 내달기 시작한다. 온 세상을 비추려는 기세다. 골목골목 수많은 인파가 몰려든다. 고성이 더욱 출렁인다. 관광객들 때문에 발 디딜 틈이 없다. 고즈넉한 산책은 아예 불가능하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걷는다.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느끼는 여행을 이어간다. 밤 9시 리장고성 관광을 마친다. 삼겹살에 소주 한잔의 뒷맛을 즐긴다. 꿈같이 지난 시간이다.

운무에 덮힌 위룽쉐산

ⓒ 함우석 주필
◇용이 잠든 영산, 위룽쉐산

6월30일, 동티벳 여행 9일차다. 실제로 이번 여행의 마지막 날이다. 새벽 5시 잠깐의 소동이 인다. 일명 전기 차단기 해프닝이다. 객실 전체가 온통 암흑이다. 다행히 짧은 영어로 의사소통에 성공한다. 금방 모든 게 해결된다.

어둠이 걷히기 전 위룽쉐산을 향해 떠난다. 위룽쉐산은 '은빛용이 춤추는 것 같다' 해서 만년설에 붙여진 이름이다. 우리식으로 읽으면 옥룡설산이다. 히말라야 산맥의 끝자락에 있다. 동티베트 여행, 리장의 백미라고 할 수 있다.

오전 6시20분 버스에 오른다. 버스가 아직은 캄캄한 시내를 가로질러 간다. 한 시간 뒤 셔틀버스로 갈아탄다. 다시 한 시간 가량 이동해 케이블카에 탑승한다. 아래로 등산로가 보이고 비가 내린다. 신비감이 커진다.

10분 정도 지나 케이블카에서 내린다. 해발 4200m에 만들어진 위룽쉐산 데크길이다. 13개의 설산 봉우리가 줄지어 늘어선다. 신비한 빛으로 산객들을 유혹한다. 한 마디도 하지 않은 채 성스러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신비함이 깃든 마테호른 같다.

비 오는 날 설산 주변이 온통 뿌옇다. 은빛용이 하늘에서 내려와 엎드린다. 옥룡이 도약할 준비를 하는 것 같다. 4천m대를 여러 번 경험했지만 여전히 머리가 띵하고 헛구역질이 난다. 잠시 숨을 가다듬고 정신을 집중한다.

고도계가 해발 4300m에서 멎는다. 잘 만들어진 나무계단을 따라 올라간다. 사람들의 가쁜 숨소리가 가깝게 느껴진다. 사진 몇 장을 찍으며 숨을 고른다. 다시 한 발을 내딛는다. 마지막 숨을 몰아 다리를 긴장시킨다.

한 발 두 발 집중해 전망대 끝에 닿는다. 가쁜 숨을 다시 모은다. 4680m다. 주위를 둘러봐도 보이는 게 별로 없다. 희미하게 설산의 윤곽만 보인다. 몇 사람이 갑자기 호흡곤란과 어지러움을 호소한다. 표고가 높을수록 행동에 조심해야 한다.

겁 없는 행동은 간혹 치명적인 화를 부른다. 무언가를 결정해야 하는 순간이다. 비가 그치지 않는다. 하산을 결정한다. 다시 한 발 한 발에 집중한다. 대피소에 다다른다. 통증을 핑계 삼아 다리쉼을 한다.

설산 중심부로 눈을 돌려본다. 희미함 속에 옥룡의 머리가 드러난다. 경이로운 풍경이다. 지상의 색으로 표현하기 어렵다. 예기치 못한 선물에 급히 카메라를 꺼내든다. 하지만 셔터를 누를 새가 없다. 설산의 머리가 구름 속에 갇히고 만다.

그 후 옥룡의 얼굴은 끝내 다시 볼 수 없었다. 산의 속살에 닿을 수 없었다. 별유천지비인간( 別有天地非人間)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구름 띠가 길어진다. 산 정상을 휘감고 풀어주지 않는다. 위룽쉐산이 그 속에 숨는다.

비에 섞인 바람을 만져본다. 차갑고 시원하다. 신들의 손짓이라는 느낌이 든다. 모든 굴레에서 벗어나 자유인으로 돼보려 한다. 함께 걷는 의미를 생각한다. 관계 속에서 사랑을 배운다. 영원히 변하지 않는 것을 생각한다.

산이 좋아 떠난 여행이다. 걷는 게 좋아 배낭을 쌌다. 최대한 자유를 만끽하려 한다. 도스토엡스키의 사랑을 떠올린다. "나는 존재한다. 고로 사랑한다." 비가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빗방울 소리가 명징하게 들린다.

다시 찾아온 허리 통증을 참는다. 1차 집결 장소로 서둘러 간다. 일행들과 바삐 산을 내려간다. 람월곡의 물빛이 온통 옥빛이다. 호수 뒤로 옥룡의 위용이 대단하다. 호수와 어울려 더 신비롭다.

인상리장 공연

ⓒ 함우석 주필
◇거장의 연출, 인상리장 가무쇼

이른 점심을 먹고 공연장으로 들어선다. 비가 계속 내린다. 그래도 기대는 한 가득이다. 장이머우(張藝謀) 감독의 '인상리장' 가무쇼를 두고 하는 말이다. 날씨가 좋으면 뒤쪽으로 위룽쉐산이 보인다. 하지만 공연 내내 볼 수가 없다.

관객들 앞으로 배우들이 떼 지어 나온다. 공연의 시작이다. 500여명의 연기자와 100필의 말이 출연한다. 험준한 차마고도를 오갔던 소수민족 마방들의 삶을 그리고 있다. 배우들이 고마울 정도로 열심히 공연을 한다. 내리는 비가 무색할 정도다.

원형극장을 울리는 소수민족들의 노랫소리는 맑고 청아하다. 노랫소리와 북소리가 산을 호령한다. 배우들과 말들이 공연장을 질주한다. 관객의 혼을 쏙 빼놓는다. 죽음을 감수했던 차마고도의 험난한 여정을 보여준다.

전문배우가 아닌 현지 주민들의 내공이 훌륭하다. 배우보다 더 실감이 난다. 빗물 때문인지 공연 내내 눈가에 눈물이 맺힌다. 관객석으로 배우의 진입은 긴장감을 더한다. 저절로 서라운드가 완성되는 광경이다.

무대는 호기롭고 광대한 장관이다. 볕 좋은 날엔 구름 뒤로 위룽쉐산의 장엄함이 그려진다. 무엇보다 음악과 배경이 어느 대형공연 못지않다. 리장을 찾는 여행자라면 반드시 봐야 할 공연이다.

공연장을 나선다. 공항으로 가기 전 시간이 좀 나 흑룡담 공원 탐방을 한다. 한국식당에서 냉면도 맛있게 먹는다. 오후 4시10분 리장공항으로 향한다. 계속된 행운에 감사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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