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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차 충북일보 클린마운틴-오대산 천년 숲길, 선재길

  • 웹출고시간2017.09.17 15:21:40
  • 최종수정2017.09.17 15:21:40

선재길이 가장 아름다운 가을을 준비 중이다. 점차 초록에서 빨강 노랑의 단풍으로 물들어간다. 짙은 나무그림자가 속계와 선계를 가르는 듯하다. 오대천 물소리는 세속의 줄을 끊는 아름다운 소리다. 선재길이 오대산 최고의 매력 포인트로 거듭나고 있다.

ⓒ 함우석주필
[충북일보] 축복의 계절에 선다. 가을의 길목이다. 서늘한 바람이 태풍의 징조를 알린다. 그래도 다행히 비가 내리지 않는다.

2017년 9월16일 86차 충북일보 클린마운틴 회원들이 선재길을 걷는다. 느릿느릿 걷다 호흡을 멈춘다. 소박한 자세로 자연에 깃든다. 차가운 정신으로 깨침의 길에 든다. 월정사로 들어선다.
너른 마당에 빗질 자국이 정갈하다. 고개 돌리는 곳마다 정성스러운 수고가 느껴진다. 비우고 지우는데 애쓴 수행자의 흔적이 보인다. 월정사를 뒤로 하고 상원사로 향한다. 한동안 생태탐방로가 이어진다. 머잖아 '회사거리'에 도착한다.

걷는 내내 한적하다. 숲의 속살까지 보인다. 숱한 사연이 길 위로 올라온다. 일제강점기 나무 베는 소리가 들린다. 아픈 사연이 연이어 들린다. 나무뿌리 몇 개가 속살을 드러내고 있다. 무수한 발길을 받아내 윤이 난다. 아픔과 고달픔의 흔적이다.

흔적 없이 사라졌던 옛길이 그려진다. 안내판을 따라 탐방로에 들어선다. 가까운 거리에서 징검다리가 오대천을 가로지른다. 지난 7월 폭우로 많이 훼손돼 좀 아쉽다. 그래도 물길 따라 지그재그로 건너간다.

동피골까지 신갈나무와 단풍나무가 함께 동무한다. 성미 급한 나무는 벌써 빨간 꽃잎을 만든다. 벌써 가을이 이만큼 와 있다. 숲에선 나무의 생사가 끝없이 반복된다. 얼마 전 폭우로 생을 마감한 고목 몇 그루가 눈에 띈다.
제법 넒은 배추밭을 지난다. 올해 절집 김장을 책임질 배추다. 작은 놈에서 큰 놈까지 다양하다. 그래도 한 결 같이 결연한 자태로 절집 살림을 책임질 태세다. 배추도 세상에 나와 나름의 할 일이 있음을 알려준다.

오대천이 선재길과 446번 지방도를 가른다. 찻길에선 숲길을 제대로 보기 어렵다. 숲길의 비밀이 그대로 지켜진다. 나무들이 빽빽해 알 길이 없다. 계곡 물 소리까지 요란하다. 덕분에 산객들의 달달한 비밀이 지켜진다.

울울창창한 숲 아래 반석 또한 늠름하다. 귀만 열고 입을 닫는다. 물과 바위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소중하다. 귀를 막고 입만 연 세월을 반성한다. 바위에 엎드려 물의 소리를 듣는다. 상선약수(上善若水), 선재길에서 물의 교훈을 얻는다.
한 시간 쯤 걷다보니 사극에서나 봄직한 다리가 나타난다. 섶다리다. 굵은 소나무로 기둥과 상판을 만들고 잔가지를 얹었다. 소나무와 참나무 가지가 얼기설기 엮인다. 그 위로 흙을 덮으니 계곡을 가로지르는 길이 된다.

쭉쭉 뻗은 전나무가 내뿜는 피톤치드향이 강렬하다. 다람쥐의 먹이활동도 활발하다. 계곡과 숲을 헤집고 다니며 제집임을 자랑한다. 다리를 지나자 거제수나무(자작나무과)가 양파처럼 제 몸을 벗고 있다.

길이 계곡을 따라 왼쪽과 오른쪽을 반복한다. 숲 속 냄새 따라 앞으로 나간다. 우뚝한 나무 하나에 눈길이 간다. 어느새 상원사에 다다른다. 사찰 입구에 아름드리 전나무가 당당하다. 사찰을 외호하는 신장처럼 서 있다.

잠시 멈춰 지나온 길을 돌아본다. 풍성한 나뭇잎들 사이로 바람이 숨어든다. 시원한 바람에 맑은 햇살이 참 아름답다. 숲이 내뿜는 숨이 마음을 정화시킨다. 선재길은 지금 온전한 '가을길'을 준비 중이다.

글·사진=함우석 주필

취재후기 - 선재길

선재길은 국립공원관리공단이 2013년 10월 옛길을 복원하면서 붙인 이름이다. 선재는 화엄경에 등장하는 지혜로운 구도자 '선재동자(善財童子)'에서 따왔다. 천년 역사가 살아나오는 이야기의 길이다.

오대산 월정사와 상원사를 이으며 갖가지 일화를 풀어낸다. 선승들만 걷는 구도자의 길만은 아니었다. 화전민과 같은 중생도 함께 걷던 길이었다. 고난과 아픔의 길이었다. 불교와 인연이 없어도 충분히 숙연하고 아름답다.

오대산은 해발 1563m의 높은 산이다. 오대산이 품은 계곡과 길도 많다. 그중 선재길은 오대천과 함께 하는 길이다. 전국의 내로라는 숲길 중 가장 아름다운 길이다. 요즘엔 가을 척후병들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월정사는 한국전쟁 당시 팔각구층석탑(국보 제48호)을 제외하고 깡그리 불탔다. 1964년 탄허스님(1913~83)이 재건했다. '월정사=탄허스님' 등식 성립이 가능한 까닭은 여기 있다. 그런 탄허스님이 걷던 길이 선재길이다.

상원사는 월정사의 말사다. 하지만 명성은 결코 뒤지지 않는다. 한국전쟁 당시 월정사를 불태운 국군이 상원사로 올라왔다. 한암선사는 불상 앞에 정좌하고 소리쳤다. 스님의 일갈에 압도당한 장교는 문짝만 뜯어 마당에서 태웠다.

상원사 적멸보궁엔 부처의 진신사리가 모셔져 있다. 신라 성덕왕 때 만든 동종(국보 제29호)도 상원사에 있다. 한때 한강 시원지(始源地)로 불렸던 우통수도 절에서 멀지 않다. 물의 근원이었고, 구도자에게는 지혜의 샘이었다.

현대에선 탄허스님을 빼놓을 수 없다. 탄허스님은 한국 현대불교의 거목이다. 유불도(儒佛道)에 통달한 학승(學僧)이었다. 탄허스님은 10대 후반에 이미 상당한 학문의 경지에 달했다. 상원사 한암 스님(1876~1951)과 3년간 서신 문답 끝에 상원사로 출가한다.

약관의 청년과 57세 노선사가 나눈 교분은 '도'를 주제로 한다. 출가 후 탄허스님은 평생 경전 번역에 매진했다. 그리고 시대의 선각자로 추앙받았다. 지금도 전국 사찰에는 그의 제자가 강백(講伯·경론을 강의하는 승려)으로 이름을 떨치고 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선재길을 개통하기 전에도 길은 있었다. 월정사가 2004년부터 걷기 행사를 하면서 옛길 복원사업이 시작됐다. 아득한 천 년 전에 스님들이 두 발로 다졌던 흔적을 되찾는 작업이다.

선재길은 스님들이 가꿔온 숲이다. 대를 이어 정성껏 돌봤다. 나무의 간격도 조절하고 간벌도 하면서 길을 냈다. 부족하면 식목도 했다. 그렇 스님들의 손끝으로 가꿔졌다. 그래서인지 스님들과 잘 어울린다.

선재길은 순수하다. 천년의 지혜를 알린다. 여전히 '길(道) 찾는 길'이다. 구도의 의미는 예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다. 오대천을 흐르는 물소리가 화엄경 암송소리로 변한다. 내면의 소리에 집중하라고 가르침이다.

상원사를 내려오면 가을을 준비하는 자연과 만난다. 숲이 만드는 정취가 향긋하다. 단풍나무 하나가 빨간 잎을 만든다. 이미 반야에 든 한암스님과 탄허스님의 일갈이 허공을 삼킨다. 오대천 물소리가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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