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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 클린마운틴 특별답사 - 강원도 인제 원대리 자작나무숲

순백의 세계를 걷다북방의 숲이 전하는 순수
우리 모두 자작나무다

  • 웹출고시간2021.01.03 15:55:43
  • 최종수정2021.01.03 16:07:02

강원도 인제 원대리 자작나무 숲이 빛난다. 곱고 하얀 살갗을 드러내며 하늘로 뻗는다. 늘씬한 몸매가 눈 풍경을 한층 빛나게 한다. 겨울이면 더 하얗게 빛나는 장면을 만든다. 겨울의 아름다운 동화적 배경을 선물한다. 눈밭의 늘씬한 나무들이 이국을 연출한다. 자작나무에서 자작자작 하얀 소리가 난다. 동심으로 돌아가 하얀 새해 소망을 담는다. 대체 이 신비한 자작나무는 어디서 왔을까.

ⓒ 함우석 주필
[충북일보] 겨울의 끝을 잡고 깊은 숲 여행을 떠난다. 청주를 떠난 지 3시간여 만에 강원도 인제군 원대리 자작나무숲 입구에 닿는다. 하얀 눈을 기대했지만 만족스럽지 않다. 오전 10시 숲길 안내소에 도착한다. 원대리와 남전리를 잇는 외고개다. 자작나무 숲길의 시작점이다. 길은 두 갈래로 나뉜다. 두 갈래길 중 윗길을 따른다. 미끄러운 오른쪽 등산로를 포기하고 왼쪽의 임도를 타고 오른다.

임도는 경사가 완만하고 폭이 넉넉하다. 트레킹 삼아 걷기에 무리가 없다. 가다보면 듬성듬성 뿌리 내린 자작나무들을 만난다. 물론 무리를 이룬 집단군락지도 있다. 결코 지루하지 않다. 고도가 높아지면서 시야도 트인다.

자작나무숲 종합안내도.

강원도 인제의 겨울 하늘이 맑다. 가까이 보이는 준봉들의 자태가 시원하다. 마음을 살피며 걷는다. 내가 나를 들여다보는 수오의 시간이다. 완만하게 굽이진 임도를 걷는다. 채 녹지 않은 눈 밟는 소리가 경쾌하다. 깨어나는 소리다.

경사진 임도를 20분 정도 오른다. 자작나무가 햇볕에 하얀 몸을 드러낸다. 아직 본격적인 자작나무 숲이 아닌데 마음이 급하다. 몸이 저절로 달려간다. 작은 전망대와 나무의자가 발걸음을 잡아당긴다. 행복한 이끌림이다.
눈이 쌓여 그대로 얼어붙은 길이 군데군데 있다. 40분을 더 지나니 발걸음이 헐거워진다. 여기저기서 탄성이 들린다. 자작나무숲을 본 사람들의 반응이다. 좌측으로 자작나무 숲 진입로가 보인다. 발걸음을 분주하게 옮긴다.

비탈을 돌자 자작나무 숲이 눈에 가득 들어온다. 하얀 나무 벽을 만난 듯한 풍경이다. 자작나무가 숲을 빼곡하게 메운다. 며칠 전 내린 눈과 함께 온 천지가 순백의 세계다. 하얀 껍질이 나목 사이에서 빛난다. 드디어 자작나무 숲이다.
모두가 한 결 같이 숲으로 향한다. 빽빽한 은빛 세상에 들어선다. 여기저기서 감탄사가 쏟아져 나온다. 순백의 하얀 나무들이 숨 막히게 빼곡하다. 줄 선 나무들이 사열하듯 반듯하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하늘을 향해 곧추 선다.

하늘에선 곧게 뻗은 가지들이 동그랗게 머리를 맞댄다. 파란 하늘 아래 모여 원을 그린 동무들 같다. 시샘하는 듯 바람이 분다. 나무바다가 하얗게 출렁거린다. 하늘로 뻗은 백화(白樺)의 자태가 경이롭다. 나무에 낀 까만 옹이마저 아름답다.

사랑의 포토존.

감탄의 연속이다. 영영 길을 잃고 싶은 풍경이다. 적어도 이 순간만큼은 무장해제 당하고 싶다. 자연은 참으로 위대하다. 세상만사 개의치 않고 묵묵히 제 길을 간다.·자기를 잃지 않고 자신을 피워낸다. 스러지는 것마저 자연스럽다.

원대리 자작나무숲은 참 예쁘다. 천천히 음미하며 오래 머물 수 있다. 자작나무의 매끈한 수피도 만져볼 수 있다. 맑고 깨끗한 기운이 마음으로 스며든다. 멀리서 보는 것과 딴판이다. 일상에서 입은 상처가 시나브로 아문다.

자작나무 수피벗김 피해목.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풍경이다. 수천 그루의 자작나무들이 하얀 공간을 빼곡하게 채운다. 금방이라도 숲의 요정이 나올 것 같다. 왜 자작나무숲이 백미(白眉)인지 알 수 있다. 자작나무가 왜 '당신을 기다립니다'를 의미하는지 알 것 같다.

한참을 바라본다. 특이한 모습을 하나 발견한다. 나무들마다 하얀 수피에 눈썹 모양과 팔(八)자 모양의 흔적을 하고 있다. 가지의 흔적이 독특한 그림으로 표현된다. 주의를 기울여 바라보니 보이는 흔적들이다. 산수화 모양도 있다. 나무들 사이로 사람들의 모습이 들락날락한다. 그마저 자작나무의 일부처럼 보인다. 숲과 어울려 하나가 된다. 하얀 잔설과 나무, 사람이 풍경으로 바뀐다. 오후 햇살을 받은 숲이 빛난다. 하늘과의 거리가 가늠되지 않는다.

자작나무 움막.

겨울 풍경이 유난히 예쁜 숲이다. 하얀 수피가 볕을 받아 반짝거린다. 신비한 풍경을 만든다. 은밀하고 몽환적인 별천지가 된다. 하얀 나무껍질이 눈부심을 더한다. 자작나무가 바람에 흔들린다. 저마다의 향기와 빛을 낸다.

하얀 숲에서 사람도 하얗게 변한다. 자신에게 시선을 돌려 반성한다. 내 안의 것을 들여다보는 시간이다. 등 뒤에서 자작나무가 배웅을 한다. 눈 쌓인 숲에서 자작자작 소리가 난다. 자작나무 숲에서 생명을 느낀다. 새 희망을 갖는다.

자작나무 숲속교실.

자작나무의 백화방창(白樺方暢)은 구원이었다. 나무 사이로 맑은 햇살이 나부낀다. 하얀 나무와 파란 하늘이 잘도 어울린다. 다시 분명해진다. 자연을 닮아야겠다. 세상사에 흔들리지 않고 내 길을 가야겠다. 수오의 시간을 좀 더 갖는다.

2021년 새해를 반갑게 맞는다. 아픔의 시간이 지나 새로워진다. 내가 새로워야 모든 게 새롭다.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

<취재후기>자작나무

백화(白樺)-백석산골 집은 대들보도 기둥도 문살도 자작나무다 밤이면 캥캥 여우가 우는 산도 자작나무다 그 맛있는 메밀국수를 삶는 장작도 자작나무다 그리고 감로같이 단 샘이 솟는 박우물도 자작나무다 산 너머는 평안도 땅도 뵈인다는 이 산골은 온통 자작나무다

시인 백석이 자작나무의 고마움을 그린 '백화'(白樺)란 시다. 자작나무 열매는 마치 오리나무의 길쭉한 형태를 닮았다. 나무의 껍질(수피, 樹皮)은 눈(雪)을 맞은 듯 하얗다. 겨울에 먼 데서 보면 마치 눈이 온 것 같은 풍경이다.

자작나무는 무리를 지어 하늘을 향해 쭉쭉 뻗어 올라간다. 또 다른 세상의 공간이다. 100년을 사는 동안 북방의 추위를 견디며 사람에게 많은 것을 남긴다. 사람들에게 제각각 아름다운 기억을 나눠준다. 아낌없이 베풀고 사라진다.

어느 것 하나 버릴 게 없다. 껍질은 겨울에 땔감 불쏘시개로 쓰면 좋다. 목재는 질이 좋다. 경남 합천 해인사 팔만대장경의 목판 일부가 자작나무다. 수액과 껍질은 약으로도 쓰인다. 껌으로 유명한 자일리톨 성분도 자작나무에서 나온다.

자작나무는 순우리말이다. 기름기가 풍부해 불에 잘 탄다. 타면서 나는 소리가 '자작자작'이다. 여기서 따온 이름이 자작나무다.·물론 작명에 따른 설은 여러 가지다. 한자로는 '백화'(白樺)다. 흰 백(白)에다 자작나무 화(樺)를 쓴다.

자작나무 숲은 사계절 모두 아름답다. 특히 겨울에는 하얀색 자작나무와 하얀색 눈이 어울린다. 동화 속 분위기를 연출한다. 하얀색의 자작나무는 태생적으로 눈과 잘 어울린다. 자작나무가 하얀 이유는 살기 위해서다.

자작나무의 수피는 허물을 벗듯 살짝 벗겨진다. 하얀 수피(樹皮)를 벗기면 종이처럼 여러 겹이 된다. 거기에 글자를 새겨 넣어도 좋을 만큼 왁스질이 있다. 옛날에는 종이 대신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는 걸 보면 그러한 듯하다.

자작나무는 햇빛은 물론이고 눈에서 반사되는 열까지 받는다. 화상을 막고 빛을 반사하기 위해 나무껍질이 하얗게 변했다고 한다. 그래서 햇빛이 쏟아질 땐 더 아름답다. 자작나무의 윗부분이 빛을 반사하면서 빛의 물결을 만든다.

자작나무엔 반달눈썹 같은 옹이 자국이 참 많다. 높이 자라기 위해 스스로 잔가지를 떨어낸 흉터다. 옹이 자국이 동그란 눈동자를 깜빡일 것 같다. 혹시 모를 공격에 방어 태세를 취하는 것 같다.

자작나무는 추운 지방에서 자란다. 강원 인제읍 원대리 자작나무 숲은 자연적으로 자란 게 아니다. 원대리의 원래 주인은 소나무였다. 재선충으로 소나무가 말라죽어 모두 베어냈다. 그 자리에 자작나무를 심어 지금의 숲이 됐다.

자작나무 남방한계선은 북한이다. 식생대는 북한의 추운 산간지방, 만주벌판, 시베리아, 북유럽에 걸쳐 있다. 남방한계선 너머 자작나무숲은 원대리가 처음이다. 1974~1995년 20여년에 걸쳐 70여만 그루를 조림해 만들어졌다.

대부분 30년을 넘어서면서 나무의 키가 20~30m에 달한다. 축구장 9개 넓이인 6만 m² 규모다. 지명을 따 '원대리 자작나무 숲'이다. 사위가 고요해 '속삭이는 자작나무 숲'으로도 불린다. '힐링'과 재미를 겸한 숲이다.

이국적인 풍경의 숲은 사진촬영을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탔다. 사람들이 알음알음 찾아오기 시작했다. 산림청이 진입로를 정비하고 탐방로를 조성해 일반에 본격적으로 개방했다. 그게 2012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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