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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1.05.20 18:06:07
  • 최종수정2021.05.20 18:06:07

전북 완주 '공기마을 편백숲'은 인공림이다. 하지만 자연을 만끽하기 좋은 곳이다. 덜 알려져 있지만 숲은 놀랄 만큼 깊다. 상쾌한 피톤치드 향이 느껴진다. 일상의 고단함을 잊게 하는 선물이다. 5월의 편백나무 숲이 최적이다. 문득 찾아도 숲 바람이 물결치듯 흘러간다. 그 안에서 아름다운 생명들이 맥동한다. 눈에 담긴 모든 풍경이 작품으로 빛난다.

ⓒ 함우석 주필
[충북일보] 여행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우선 적절한 계절 맞추기가 어렵다. 배낭을 꾸릴라 치면 아직 이르곤 했다. 이때다 싶으면 다른 일들이 발목을 잡았다. 몇 해를 내리 겨누기만 했다. 도대체 몇 번의 봄을 보낸 건지 모른다. 지난해 봄은 코로나19에 허리띠를 잡혔다. 2021년 5월 마침내 가고 싶은 곳을 찾게 됐다. 충북일보클린마운틴 비대면 답사팀이 전북 완주 상관면 죽림리 공기마을 편백나무숲을 찾았다. 쭉쭉 뻗은 편백이 수직의 풍경을 연출한다. 과연 명품 숲이다.

먹구름 잔뜩 낀 날 새벽 서둘러 길을 나선다. 동트기 무섭게 고속도로를 내달린다. 경부고속도로 거쳐 호남고속도로로 갈아탄다. 이른 시간 편백나무숲 주차장에 닿는다. 피톤치드 향이 이미 숲을 따라 여기까지 내려온다.

금강초롱꽃

ⓒ 함우석 주필
만개한 금강초롱꽃이 반갑게 맞는다. 군락의 매발톱꽃도 화려하게 손님을 맞는다. 숲길 옆으로 뒤늦은 봄꽃들의 자랑질이 한창이다. 수직 군락의 나무 도열이 멋을 더한다. 연록과 초록의 반복은 절묘한 조화다.

산새들의 지저귐에 마음이 평화롭다. 산객도 점점 숲과 하나 돼 한 색이 된다. 답사팀이 공기마을 뒤편의 산책로를 따라간다. 곧 숲 안으로 들어선다. 편백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찬 숲을 만난다. 나무가 촘촘하게 들어서 어둑하다.

나무마다 한 치의 굴절도 없다. 수직으로 쭉쭉 뻗어 이채롭다. 숲은 벤치나 평상이 많아 쉬기 좋다. 피톤치드 향을 맡으며 느긋하게 쉬어가라는 배려다. 짙은·피톤치드 향이 한 가득이다. 몸과 마음이 봄의 활력으로 가득해진다.

숲속 나무계단

ⓒ 함우석 주필
경사진 숲에는 삼림욕장이 있다. 산객들이 쉴 수 있도록 만든 공간이다. 머물면서 나무 향을 즐길 수 있다. 잠깐 누워 낮잠을 청하는 이들도 있다. 책을 펴든 이도 있다. '걷는 숲'이라기보다 '머무르는 숲'으로 제 역할을 다 한다.

오솔길에 들면 처음 몇 분간은 좀 힘들다. 상당히 가팔라 숨이 차다. 하지만 10여분만 오르면 평탄한 오솔길이 이어진다. 완만한 나무데크를 따라 숲을 오른다. 편백들이 서로 견주 듯 하늘로 쭉쭉 뻗는다. 욕심껏 숨을 들이쉰다.

국내에서 가장 넓은 편백림이라는 말이 느껴진다. 하늘을 덮는 나무의 녹음은 보기만 해도 서늘하다. 울창한 나뭇잎 사이로 쏟아지는 햇볕은 청량하다. 봄날의 맑은 기운을 제공한다. 누구든 삼림욕을 하며 고즈넉하게 보낼 수 있다.

숲의 나무가 봄꽃보다 예쁘다. 혼자서도 맘껏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여기저기에 나무 데크가 있다. 초입부터 삼림욕을 즐길 수 있다. 그저 편백나무 세상에 빠져들면 된다. 훤칠하게 솟은 편백들을 바라보기만 하면 된다.

숲속 휴식평상

ⓒ 함우석 주필
숲에 머물다 보면 저절로 가슴이 맑아진다. 지친 몸과 마음이 절로 치유된다. 울창한 청정림을 걷는 맛이 색다르다. 공기도 햇빛도 바람도 모든 게 다르다. 하늘을 이불 삼은 숲이 시원하다. 운무라도 들면 사위가 신비롭게 바뀐다.

길은 숲으로 미로처럼 나 있다. 아래위로 여러 갈래다. 때론 빼곡한 나무들이 길을 감추기도 한다. 울창하다는 표현으론 부족하다. 밤새 내뿜은 피톤치드가 몸과 마음을 맑게 헹군다. 한 번 호흡으로 도시오염이 중화된다.

온 종일 숲에 퍼지는 편백향이 짙고 그윽하다. 그지없이 맑고 상쾌해 마음이 편하다. 완만한 나무데크를 따라 숲을 오른다. 나무로 만든 작은 목교를 지나기도 한다. 거기서도 서로 경쟁하듯 울울창창 곧게 뻗는다.

가는 곳마다 숲 사이로 부는 바람에 안개가 퍼진다. 햇볕이 비껴든 아침 산책이 상서롭다. 나무 사이로 비껴든 볕뉘가 환상의 세계를 연출한다. 신비의 나라 숲에서 느끼는 감성이다. 갑갑한 일상에서 벗어나 홀로 즐긴다.

숲속 돌탑길

ⓒ 함우석 주필
날씨에 조바심을 낼 까닭이 전혀 없다. 비가 오면 그대로 숲의 운치가 넘친다. 우산을 쓰고 천천히 걸어도 된다. 누구의 간섭 없이 느긋한 시간을 보내면 된다. 그저 호젓한 시간을 즐기면 된다. 가슴 깊이 파고든 상쾌함을 느끼면 된다.

조금 무료하다 싶으면 산새들이 돕는다. 떼창으로 심심함을 달래준다. 길섶에는 각종 들꽃들이 눈 호강을 시켜 준다. 간간이 눈에 띄는 탐방객들의 등산복도 화사한 꽃이 된다. 걷는 사람들 모두가 꽃으로 피어나는 공간이다.

시간이 지나도 숲 향이 물결치듯 흘러간다. 그 안에서 그 에너지로 아름다운 생명들이 맥동한다. 눈에 담긴 모든 풍경들이 작품으로 빛난다. 도열한 편백 군락이 여전히 수직 풍경을 빚는다. 지친 몸과 마음이 절로 치유된다.

쭉쭉 뻗은 편백나무숲은 시원하다. 하늘을 덮은 청정림은 울창하다. 그 사이로 난 숲길은 색다르다. 공기도 다르고 햇빛도 다르다. 한참 거닐다 돌아보면 편편이 명품이다. 사철 푸른 나무가 눈 맞춤을 하며 반긴다.

숲이 점점 초록빛으로 날아오른다. 편백나무 사이로 분 바람이 청량하다. 한참 머물며 봄날의 나무 향에 취한다. 가야할 시간이다. 구름마저 천천히 흐르는 이른 한낮에 답사를 마친다. 공기마을 편백나무 숲이 그대로 힐러가 된다.

돌아오는 동안에도 편백향이 짙고 그득하다. 맑고 상쾌하기 그지없다. 모두가 편백향으로 물든 하루다. 몸과 마음, 기분까지 상쾌함으로 채운 날이다. 채움으로 아름다운 비움을 배운 하루다.

오동나무꽃

ⓒ 함우석 주필

<취재후기>영화 '최종병기 활' 촬영 장소

공기마을 편백나무숲은 상관숲으로도 불린다. 전북 완주에 있다. 전주에서 남원 가는 국도를 지나간다. 상관면 죽림리 공기마을 편백숲이다. 1976년 마을주민들이 나서 만들었다. 뒤편 산자락에 85만9천500㎡(26만여 평)이나 된다.

이후 40년 넘게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았다. 사람들이 들기 시작한 것은 2011년 영화 '최종병기 활'이 촬영된 후부터다. 주인공 남이(박해일 분)가 청나라 장군 쥬신타(류승룡 분)에게 화살을 날리는 마지막 장면을 이 숲에서 찍었다.

공기마을 유래도 재미있다. 마을 뒷산엔 옥녀봉과 한오봉이 있다. 여기서 내려다보면 마을이 밥그릇처럼 생겼다고 한다. 그래서 생긴 이름이 공기마을이다. 창암 이삼만 선생이 만년을 보낸 곳으로도 알려져 있다.

편백숲으로 가는 길은 어렵지 않다. 죽림리 초입에서 공기마을까지 좁은 길을 따르면 된다. 2㎞ 남짓 오르면 커다란 주차장이 마을 입구에 있다. 주차장을 조금 지나자 편백숲 오솔길이란 팻말이 있다. 여기를 들머리로 삼으면 된다.

숲 한가운데 삼림욕장도 마련돼 있다. 휴식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공간이다. 돗자리 펴고 머물면서 나무향을 즐기는 곳이다. 한낮 잠깐 누워 낮잠을 청하기도 한다. 아름답게 걷는 숲이라기보다는 행복하게 머무는 숲이다.

머물며 즐길 수 있는 곳은 세 곳이다. 먼저 주차장에서 임도 산책로 입구의 편백 숲에 들 수 있다. 다른 하나는 더 쉽다. 임도 산책로를 따라 가면 된다. 돌탑 부근의 개울을 끼고 있다. 숲 주인이 수백 개 돌탑을 쌓아 신령스럽다.

마지막 세 번째는 삼림욕장의 편백숲이다. 임도 산책로 반환점을 1㎞쯤 앞두고 산자락 아래에 있다. 입구 주차장에서 가장 멀긴 하다. 하지만 삼림욕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삼림욕장은 공기마을 편백 숲 가운데 가장 인적이 드물다.

비대면 시대 소수의 인원과 찾기 적당하다. 나 홀로 머물기도 좋다. 시간에 쫓기지 않고 느긋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사색을 위한 공간으로 적당한 곳이다. 푸르름이 솟아나는 봄날, 걷기 여행지로 이보다 좋을 순 없다.

걷는 걸 힘들어 하고 부담스러워 하는 이들은 여전히 많다. 숨쉬기 운동이 운동의 전부로 여기는 이들도 있다. 그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최적의 장소다. 가던 길을 따라 더 걸으면 족욕을 즐길 수 있는 유황편백탕도 있다.

공기마을 편백숲은 편백향에 유황족욕까지 피로 풀기에 최적이다. 물론 화려한 볼거리는 없다. 대신 부담 없이 호젓한 공간에서 마음껏 자연을 누릴 수 있다. 나들이 욕구가 솟구치는 봄날 밀집과 밀접을 피해 안전하게 봄을 즐길 수 있다.

전체 숲길 가운데 편백숲 산책로는 2㎞ 남짓이다. 편백 사이를 이리저리 헤치며 나아간다. 여러 차례 오르고 내린다. 때론 가파르고 때론 평탄하다. 통나무 다리도 몇 개 건넌다. 가끔 계곡물 소리도 듣는다. 길은 꽤 좁지만 걷기에 어렵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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