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웹출고시간2018.10.21 16:20:26
  • 최종수정2018.10.22 09:19:01

길이 가을의 한 복판에서 산객들을 맞는다. 산객들이 대나무 수채화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오래된 뽕나무 향이 전하는 맛을 음미한다. 대나무 사이로 비친 햇빛의 산란이 신비롭다. 청정 원시림이 감춰진 호수와 잘 어울린다. 호수와 숲이 함께한 구슬뫼길 한 바퀴에 마음이 깨끗해진다. 걷기여행의 참맛을 알게 해 주는 구슬뫼길이다.

[충북일보] 2018년 10월20일 오전 9시 10분. 충북일보클린마운틴 회원들이 군산저수지 입구에 선다. 호수를 배경 삼아 기념사진을 찍는다. 이내 구슬뫼길(구불길 4구간)로 들어선다. 한 사람 한 사람 저수지 제방 아래로 내려선다.
오른쪽으로 억새밭이 은물결로 펼쳐진다. 형형색색의 바람개비 공원이 함께 한다. 왼쪽은 저수지 제방길이다. 일제 강점으로 잃어버렸던 수변의 옛길을 찾아 간다. 걷기 열풍으로 다시 태어난 치유의 길이다.

억새가 열어놓은 길로 들어선다. 억새의 하늘거림이 가을 느낌을 충만하게 한다. 억새 무리가 하얗게 줄을 선다. 억새꽃이 은빛으로 출렁인다. 아담한 저수지공원과 잘 어울린다. 금방 산책이 끝날 것 같다. 걷다 보니 생각이 달라진다.

하늘거리는 은빛의 가을꽃을 만지며 걷는다. 바람이 만든 억새의 노래가 살갑다. 은빛 물결이 호숫가 풍경을 바꾼다. 대나무 군락이 한동안 이어진다. 왕버들 군락도 수변에 즐비하다. 저수지를 따라 나지막한 산을 넘는다.

구절초 군락지

구슬뫼길에서 억새소풍을 즐긴다. 길가에 핀 들꽃이 화창하게 웃는다. 가을날 맑은 볕에 발걸음이 가볍다. 억새풀이 하늘거리며 소리를 낸다. 소리를 따라 구불구불 아름다운 풍광이 만들어진다. 자연과 교감하며 대화한다.

시간이 벌써 오전 10시를 넘는다. 가을을 가득 안고 점점 더 길의 한 가운데로 든다. 가을날 저수지 풍경이 맑다. 청량함을 찬찬히 눈 속에 담는다. 회원들에게 자연에 동화를 주문한다. 회원들이 마침내 스스로 숲이 된다.

몇 마디의 말로 회원들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회원들이 터벅터벅 여유 있게 수변길을 걷는다. 길에서 여유와 자유를 점차 찾아 간다. 숲에서 만난 역사의 흔적이 그대로 풍경이 된다. 자연과 생태, 역사를 아우른다.

대나무숲

수변산책로엔 다양한 풍경이 펼쳐진다. 걷다 보니 멋진 대나무 숲길과 마주한다. 왕버들 군락지도 다시 만난다. 각종 가을꽃들과 말을 나눈다. 저수지가 숲과 만나 맑은 길을 완성한다. 회원 한 사람이 대나무 숲을 보고 급히 뛰어간다.

오전 10시 10분. 얼마 지나지 않아 첫 번째 죽림원에 닿는다. 대나무길이 둥글게 펼쳐진다. 고고한 숲을 따라가니 왕버들 군락이 경이롭다. 드넓은 연꽃정원은 평화롭다. 풍경 하나하나가 걷는 이의 눈을 사로잡는다.

연꽃 군락지

군산저수지에 가을이 깊다. 물론 아직은 녹색풍경이 느림보처럼 흐른다. 가을날 산야에 핀 들꽃도 여전히 화창하다. 하늘의 구름, 들과 산, 온갖 사물이 넉넉하다. 저수지에 비친 데칼코마니 풍경은 행복을 두 배로 선물한다.

수변길이 들려주는 노랫소리가 나직하고 오붓하다. 수변을 따라 난 갈래 길이 소박하고 아름답다. 수변의 나뭇잎에 조금씩 노랗고 붉은 색이 묻어난다. 시간이 길로 흘러 숲에서 멈춘 듯하다. 색색의 이야기가 조각보가 된다.

상강(霜降)이 코앞이다. 상강 지나면 가을이 깊어진다. 가을 기러기 떼가 날아든다. 어느 시인의 표현처럼 걷는 건 새로운 출구 찾기다. 갇혔던 곳에서 빠져나감이다. 걸으면 생각이 새로워진다. 만남이 새로워지고 느낌이 달라진다.

오전 11시 이른 점심을 한다. 눈앞에 펼쳐진 호수 풍경을 즐긴다.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온 듯하다. 구슬뫼길이 저수지와 어우러져 굽이친다. 저수지에서 새들의 재잘거림이 들린다. 청암산 기운 따라 가을 속으로 빠져든다.

낮 12시 주변을 정리하고 다시 걷는다. 분주했던 마음에도 여유가 생긴다. 회원들이 낙엽 쌓인 길을 사부작사부작 걷는다. 담소가 끊이지 않는다. 서로가 품은 소소한 삶의 이야기를 전한다. 한 줄로 걷는 회원들이 길 따라 구부러진다.

호수에 비친 버드나무 데칼코마니

가을 색으로 바뀐 주변 수풀과 함께 일렁인다. 회원들의 걸음걸이에서 여유와 풍요, 자유가 느껴진다. 청량한 하늘이 환경을 더 쾌적하게 한다. 아름다운 저수지가 한눈에 보인다. 피톤치드가 쏟아진다. 몸도 마음도 상쾌해진다.

흙냄새와 소나무 향이 그윽하게 진동한다. 30분 정도 지나니 하늘빛이 밝아진다. 높은 하늘과 맑은 날씨가 완연하다. 따갑게 내리쬐는 볕이 땅을 말린다. 들녘의 작물들이 함께 잘 익어간다. 한로 앞둔 하늘이 쪽빛으로 물든다.

기러기 몸짓에 가을이 더 깊어진다. 뽕나무터널에서 나는 향은 상큼한 치유제다. 대나무길을 다시 지난다. 구슬뫼길이 멈추는 법을 가르친다. 잠시 삼림욕을 즐긴다. 온전한 휴식과 함께 마음이 편안해진다.

짧은 휴식을 뒤로하고 다시 걷는다. 호수 위 오리떼 군무가 색다른 풍경이다. 오후 2시 구슬뫼길 군산저수지 수변길 걷기를 마친다. 가을이 오래 기억될 것 같다.

글·사진=함우석주필

취재후기-구슬뫼길 세밀하게 살펴보기

가을 정취가 제법 난다. 하늘이 푸르고 숲이 붉어진다. 수풀이 이리저리 구부러지고 우거진다. 오랫동안 머무르고 싶은 풍요의 길을 찾아간다.

군산저수지 수변로가 깊숙이 이어진다. 산책로 길이가 무려 13.8 km나 된다. 보통 걸음으로 4시간 가까운 시간을 필요로 한다.

구슬뫼길은 군산시가 조성한 도보여행 코스다. 구불길 4구간에 속한다. 등산로와 수변로 두 가지로 만들져 있다. 억새 무성한 곳이 바람개비 공원이다. 입구에서 토끼와 거북이가 반긴다. 억새풀길이 조성돼 있다.

저수지 입구에서 오른쪽 방향으로는 억새밭이 있다. 왼쪽은 저수지 제방으로 걷는 길이다. 등산과 산책이 모두 가능하다. 드넓은 저수지를 끼고 있는 낭만이 담보된다. 그 속에 있는 것 자체가 낭만이다.

핵심구간은 저수지 연안을 따라 걷는 수변 오솔길이다. 충북일보 클린마운틴 회원들이 걸은 길이다. 가족과 함께 걷기에도 좋다. 저수지를 한 바퀴 다 걸으면 5시간 정도 걸린다. 물론 시간에 맞춰 일부구간만 이용할 수도 있다.

등산로를 이용하면 거리 단축이 가능하다. 하지만 느리게 걷고 싶다면 수변길이 알맞다. 숲 곳곳에 앉아서 여유를 즐길 수 있는 평상이 마련돼 있다. 삼림욕을 할 수 있는 의자도 있다. 백 살 넘은 왕버드나무 군락지는 명품이다.

대나무 숲 구간은 구슬뫼길의 진품이다. 습지와 대나무 숲, 왕버드나무 군락지 등은 자연의 보고다. 그대로 천혜의 자연경관을 이용한 생태자연학습장이 된다. 학생들에게 자연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자연 학습장으로 각광받고 있다.

물도 공기도 참 깨끗하다. 물가엔 갈대가, 산에는 억새풀이 산다. 억새풀은 최고의 가을 장관이다. 초입부터 억새가 은빛으로 너울댄다. 단풍을 능가하는 억새의 절정이다. 죽향 묻어나는 오솔길도 마음을 잡는다. 솔바람 소리가 귀를 흔들고 지나간다.

왕버드나무 물그림자는 매력적이다. 계절에 관계없이 조용하고 아름답다. 셔터를 누르면 그대로 한 폭의 그림이 된다. 원시림의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생긴 대로 걷는 둘레길이다. 이름도 구불구불 구불길이다.

걷는 내내 잔잔한 호수와 대화가 가능하다. 느리게 오랫동안 함께 할 수 있다. 사람과 대지가 나눈 교감의 흔적이 덧대져 좋다. 한 발 한 발 옮길 때마다 산머리 도는 구름과 함께 한다. 조신한 발걸음에 풍경도 숨죽인다.

우거진 나무 숲속길이 좋다. 평평한 길보다 오르내리는 산길이 좋다. 들풀과 들꽃, 송진 냄새 등 온갖 나무향이 좋다. 산길의 최대 매력은 냄새다. 구슬뫼길은 이 모든 걸 갖추고 있다. 구슬뫼길은 호수로 안정을 찾고 수변풍경으로 완성된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배너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

[충북일보]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은 "충북체육회는 더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한다"고 조언했다. 다음달 퇴임을 앞둔 정 사무처장은 26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방체육회의 현실을 직시해보면 자율성을 바탕으로 민선체제가 출범했지만 인적자원도 부족하고 재정·재산 등 물적자원은 더욱 빈약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완전한 체육자치 구현을 통해 재정자립기반을 확충하고 공공체육시설의 운영권을 확보하는 등의 노력이 수반되어야한다는 것이 정 사무처장의 복안이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학교운동부의 위기에 대한 대비도 강조했다. 정 사무처장은 "학교운동부의 감소는 선수양성의 문제만 아니라 은퇴선수의 취업문제와도 관련되어 스포츠 생태계가 흔들릴 수 있음으로 대학운동부, 일반 실업팀도 확대 방안을 찾아 스포츠생태계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행사성 등 현장업무는 회원종목단체에서 치르고 체육회는 도민들을 위해 필요한 시책이나 건강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의 정책 지향적인 조직이 되어야한다는 것이다. 임기 동안의 성과로는 △조직정비 △재정자립 기반 마련 △전국체전 성적 향상 등을 꼽았다. 홍보팀을 새로 설치해 홍보부문을 강화했고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