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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클린마운틴(특별산행)-야생화 성지 지리능선을 가다

음정마을~벽소령~세석~장터목~천왕봉~장터목~백무동 휘돌아
천년의 쉼터 지리산 천상화원 여행
신록의 계절 5월 푸르름 절정
봄부터 늦가을까지 꽃 능선
세석에서 장터목까지 철쭉 만개
파란 하늘 길엔 구름정원 펼쳐져

  • 웹출고시간2022.05.26 15:19:54
  • 최종수정2022.06.09 14:02:56

지리산 종주에 야생화가 없었다면 어땠을까. 어쩌면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야생화는 주로 높고 깊은 산 속에 핀다. 아름다움을 떠나 경외를 느끼게 한다. 희귀한 야생화라도 보게 되면 보람과 희열을 느낀다. 야생화는 철철이 바뀌어 핀다. 열흘 뒤면 또 다른 꽃이 등장한다. 이미 본 다른 꽃들은 보기 어렵다. 그야말로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다. 지리산은 지금 현호색과 참꽃마리 등 봄꽃이 한창이다. 철쭉의 빛깔은 그야말로 신의 섭리다.

[충북일보] 지리산은 이른 봄부터 늦가을까지 꽃 천지다. 무수한 산꽃과 들꽃들이 피고 진다. 5월의 지리산은 다양한 야생화 개화 시기다. 화려한 철쭉 군락 감상도 큰 즐거움이다. 연분홍의 철쭉이 지리능선을 물들인다. 이름을 부르고 눈을 맞추면 더 예쁘다. 자연의 빛깔과 향기가 그대로 묻어난다. 볼 때마다 보석 같은 이름값을 한다.

지리산은 3개도에 펼쳐 있다. 1개시, 3개 군, 15개 읍·면을 품고 있다. 봉우리만 수십 개가 넘는다. 때론 높게 때론 굽이굽이 이어진다. 어머니의 품처럼 포근하고 따뜻하다. 계곡과 폭포, 담과 소는 계절별로 독특하다. 남해로 이어지는 섬진강 풍경은 멋스럽다. 지리산의 아름다움을 더해 준다. 신록 우거진 숲이 한결 더 짙어진다.
백두대간에서 소백산릉이 갈라진다. 솟구쳐 일어나 죽령과 이화령 지난다. 속리산을 일으키고 덕유산릉에서 잠시 쉰다. 다시 남동쪽으로 뻗어 함양 벌에 선다. 하늘금 아래 세 봉우리가 우뚝 솟는다. 수려한 산세를 보기 좋게 일궈놓는다. 천왕 반야 노고에 깃든 기세가 강하다. 해발 1915m 지리산 풍경이 울울창창 골골 깊다.

지리산 찔레꽃들이 무더기로 노닌다. 아카시꽃과 동무 삼아 다정하게 핀다. 신록 짙은 공간에서 산들거리며 논다. 바람 따라 드러난 하얀 꽃이 단아하다. 벌 모으는 향기가 사방으로 흩날린다. 까마득한 젊은 날의 기억을 떠올린다. 찔레나무의 가시가 시나브로 손 끝을 찌른다. 5월 찔레꽃 기억이 아프고 쓸쓸하다.
잘 다듬어진 음정마을 임도를 따른다. 진한 녹음 숲이 피톤치드를 토해낸다. 하얗고 작은 꽃무리가 운치를 더한다. 들머리서 노린재나무 꽃향이 사방에 퍼진다. 산객들이 한참 동안을 한 곳에 머문다. 하얀 꽃 핀 산사나무도 자태를 뽐낸다. 녹음지절에 자연의 기가 충만해 진다. 맑게 갠 하늘이 주는 선물도 엄청나다.

시원한 5월 산바람에 마음도 시원하다. 인적 드문 으슥하고 낯선 길을 걷는다. 알싸한 아침 숲 공기가 뿜어져 나온다. 둥글레와 귀룽나무가 반갑게 맞는다. 달콤한 꽃향기가 숲길까지 밀려온다. 청아한 새소리가 숲속 향을 완성한다. 포근한 지리산 품속을 천천히 걷는다. 새소리 오케스트라를 들으며 벽소령에 이른다.
활엽수가 주류인 숲길이 이어져 간다. 완만한 길이 끝나고 된 비탈이 버틴다. 작은 능선 하나 지나니 평탄하지 않다. 어느 봉우리에서든 조망이 막힘없다. 사방이 시원하게 장중하게 흘러간다. 섬진강 물줄기와 너른 들판이 꿈같다. 흘러가는 물과 들의 조화가 아름답다. 천왕봉이 지리산 주봉답게 우뚝하고 장엄하다.

영신봉 쪽은 아직 봄 정취가 가득하다. 다양한 야생화들이 산객들을 반긴다. 녹색 숲은 바라보기만 해도 진정제가 된다. 스트레스 호르몬 농도를 뚝 떨어트린다. 흰 구름이 산자락과 섬진강을 덮는다. 능선 따라 일렁이는 모습이 장관이다. 고산초원이 구름 위 꽃밭처럼 보인다. 5월의 녹음정원 풍경이 이색적이다.

산세의 푸르름이 이루 말하기 어렵다. 범접 어려운 바위 무리가 일렁거린다. 날 세운 창검바위와 수직 벼랑이 즐비하다. 감히 발들이기 어려운 지리 풍경이다. 가파른 급경사 구간 소나무가 보인다. 암벽과 나무터널이 신세계로 이끈다. 거친 숨이 이상향의 땅으로 안내한다. 티벳의 샹그릴라 같은 무릉의 세계다.
저 아래서 힘 모은 골바람이 한꺼번에 힘을 쓴다. 가지 못하는 안타까움에 더 아름답다. 세석운해가 속계와 선계를 구분한다. 바위 봉우리와 암벽 풍경이 웅장하다. 기묘한 바위들이 상상력을 자극한다. 그림엽서 풍경들이 연이어 늘어선다. 인생을 닮은 봉우리가 노을 속에 진다. 구름이 양떼처럼 떠가고 새는 무희 같다.

거칠게 솟은 바위 오르니 촛대봉이다. 억센 바윗돌과 산비탈을 넘고 넘는다. 함께 어우러져 오감을 행복하게 한다. 꽃무리가 태양을 쫓아 와 허리를 편다. 너무 일찍 피면 큰 열매 맺지 못하는걸 아는 듯하다. 꽃도 천천히 피어날수록 생명력 길다. 인생의 꽃 개화 시기를 생각한다. 연하던 초록 잎이 어느새 진해진다.
천년의 쉼터 지리산 정원이 아름답다. 탐방로 주변에 형형색색 들꽃이 핀다. 세석~장터목 철쭉군락이 화려하다. 얼레지 현호색 등 야생화가 눈에 띈다. 천연 빛깔과 향기가 그대로 묻어난다. 신록 우거진 숲이 한결 아름다워진다. 무심하면 잘 보이지 않는 산꽃과 들꽃이다. 지리산 여행에 또 다른 즐거움을 준다.

천왕봉을 바라보며 다시 한 걸음 내딛는다. 한 고개를 내려서면 금방 숲 터널이다. 장터목 가는 길에 연분홍 철쭉을 본다. 미세먼지 걷히고 파란 하늘 드러난다. 보이지 않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바람의 연주가 길이와 넓이 따라 다르다. 만나는 꽃무리마다 즐거움을 더해준다. 자연 속에서 몸도 마음도 편안해진다.

컴컴한 숲길을 나오면 햇볕이 가득하다. 능선길마다 멧돼지 흔적이 뚜렷하다. 반달가슴곰 주의 현수막도 여럿이다. 자연이 내주는 감동은 결코 야박하지 않다. 아늑한 숲속에도 연분홍 철쭉이 한창이다. 작고 예쁜 모습으로 산객들을 반긴다. 조용하고 운치가 있어 머물기에 좋다. 산사나무와 고광나무 꽃은 특재료다.

천왕봉 정상석

천왕봉과 장터목을 향해 다시 길을 나선다. 능선 따라 좌우 골짜기 날씨가 다르다. 한쪽에선 흰 구름 떠가고 한쪽은 푸르다. 하늘 맑게 펼치니 신기하고도 재밌다. 산에서 느낄 수 있는 자연의 행복이다. 제석봉 생태복원 나무들이 교훈을 준다. 생태계 새 생명 씨앗 터 역할을 다한다. 지리산의 또 다른 생명 터이자 쉼터다.
천왕봉 정상석이 일행을 크게 반긴다. 몇 번째인지 모르지만 다시 또 반갑다. '한국인의 기상 여기서~'를 주억거린다. 천왕봉에 고운 햇살이 아름답게 드리운다. 경이로운 자연에 겸손히 두 손 모은다. 늦은 봄바람이 보낸 풍경이 유독 좋다. 바람이 전해준 꽃·풀 향기에 만족한다. 힘들게 오른 수고에 대한 보상을 멋지게 받는다.

천왕봉 아래 경치를 눈에 담고 걷는다. 바람이 머무는 길 너머를 찾아 나선다. 연하봉에서 세석까지 능선이 유려하다. 촛대봉 아래 세석평전을 찬찬히 살핀다. 구상나무 군락 사이로 연분홍 철쭉이 불탄다. 발걸음이 느려질수록 풍경이 더 좋다. 바람이 보낸 길에 바람이 다시 머문다. 나뭇가지와 잎이 조각 빛으로 갈라진다.

깊은 산에 숨은 고즈넉한 길을 따른다. 짙은 푸르름이 점점 여름을 머금는다. 조금 눈 돌려 보니 하늘빛이 참 푸르다. 섬진강 물빛이 고스란히 반짝거린다. 멀리 사성암이 자리한 오산이 눈앞에 보인다. 관심으로 바라본 적이 없으니 생소하다. 절집도 그리워 지리산을 보는 듯하다. 지리산에 들면 언제나 그리움에 잠긴다.

구상나무꽃

천왕봉을 품은 지리산이 온통 꽃 천지다. 봄꽃 지고 여름 꽃들이 때를 기다린다. 덜꿩나무와 귀룽나무가 살짝 웃는다. 산사나무와 돌양지꽃이 서로 반긴다. 섬노린재와 쥐오줌풀은 이름과 다르다. 고광나무와 풀솜대도 잘 어울린다. 화려한 벚꽃 대신 고매한 산들 꽃 천지다. 세상 궁금한 동자꽃 등 여름 꽃들이 대기 중이다.

은근한 5월이 다양한 얼굴로 찾는다. 옥빛 계곡이 힘찬 물소리로 굽이친다. 청아한 물소리와 새소리가 어울린다. 서로 다른 사람이 길 위서 발을 맞춘다. 길 사이사이 바람이 여름 소식을 알린다. 기억 품은 길이 낯선 이들에게 반갑다. 작은 나무가 큰 나무에 섞여 잘 어울린다. 지리산의 기운이 내 곁으로 다가온다.
백무동 쪽으로 하산 길을 잡는다. 계절이 여름의 징검다리를 슬쩍 건넌다. 맑은 새소리와 시원한 바람이 지난다. 멀리 가지 않아도 긴장을 풀고 즐길 수 있다. 시간이 갈수록 풀과 꽃은 더 강해진다. 힘겹게 내려가며 서로의 마음을 느낀다. 보기만 해도 흐뭇한 미소가 흐른다. 마주할 때마다 고운 모습을 보여준다.

호젓한 숲길과 억센 바위 등을 겹쳐 지난다. 좀 완만하긴 해도 힘들긴 마찬가지다. 녹음 사이로 찾아든 볕뉘가 따갑다. 주위를 유심히 둘러본다. 여름의 기운이 다가온다. 내 곁으로 조금 더 온다. 여름의 거친 숨이 숲에 닿는다. 봄을 넘어온 나무가 소리를 낸다. 여름을 맞고 있는 지리산을 떠난다. 슬그머니 다음을 기약한다.

글·사진=함우석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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