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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클린마운틴(비대면)-경북 칠곡 가산산성길

복수초 벗 삼아 성벽길 걷는 맛 최고
영남대로 길목 외세침략 대비 삼중성
매년 4월이면 가산산성 달빛산행 열려

  • 웹출고시간2022.04.14 17:10:50
  • 최종수정2022.04.14 17:10:50

가산산성을 다시 돌아본다. 봄 처녀들이 봄꽃 낙하에 두근거린다. 아래선 복수초가 오순도순 피어오른다. 길 끝에서 가산바위가 위용을 드러낸다. 사람과 산이 만드는 추억이 아름답다. 봄꽃 향연으로 산길에 생기가 돈다. 청아한 물소리와 새소리가 어울리는 시간이다. 가산산성이 낮달처럼 가슴에 남는다.

ⓒ 함우석 주필
[충북일보] 4월 봄날 바람이 보내는 길이 유독 많다. 바람이 전해준 꽃향기와 풀 향기가 다양하다. 바람이 머무는 길 너머를 찾아 나선다. 발걸음이 느려질수록 풍경이 좋다. 바람이 보낸 길에 바람이 머문다. 기억을 품은 길이 낯선 이들에게 반갑다.

충북일보클린마운틴 답사팀이 경북 칠곡의 가산산성을 찾았다. 흘리는 땀 양 만큼 행복이 켜켜이 쌓인다. 길 사이사이로 바람이 봄소식을 알린다. 여유롭게 가산산성의 봄 풍경을 만난다. 작은 나무와 큰 나무가 섞여 잘 어울린다. 조각 빛이 나뭇가지 사이로 든다.

가산산성 진남문

ⓒ 함우석 주필
구름에 숨은 해가 동남하늘에 높게 뜬다. 넓은 주차장이 성문까지 커 보이게 한다. 먼 산까지 환하게 맑은 전경이 드러난다. 성벽 한 가운데 홍예문이 환하게 열린다. 정문격의 진남문 위에 누각이 자리한다. '영남제일관방'이라고 새긴 목조 현판이 번듯하다. 영남 제일의 방호 시설이라는 뜻일 게다.

평일이라 그런지 주차차량이 많지 않다. 성내 절집 혜원정사에 다다른다. 무서운 얼굴의 금강역사 2명과 마주한다. 밀적금강과 나라연금강 사이를 지난다. 석탑과 석등, 나무와 분재, 수석이 많다. 벚나무가 경내를 분리하고 잇기도 한다. 절집 오른쪽으로 비켜 가니 아스팔트다. 제법 정돈된 탐방지원센터가 나타난다.

주변에 승용차들이 잔뜩 주차돼 있다. 등산객들이 이곳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동문까지는 3.2㎞로 숲 속은 그늘이다. 폭넓은 등산로가 끝없이 길게 이어진다. 산성 사람들의 집터와 돌담장을 만난다. 등산로 주변의 골짜기에 계류가 흐른다. 20분 정도 지나 S자형의 임도를 만난다. 연록색의 봄 정취가 진하게 피어오른다.

가산산성 동문

ⓒ 함우석 주필
조금 힘이 들어도 숲길을 걷는다. 울창한 활엽수림 사이로 난 길이 완만하다. 소나무도 있지만 활엽수가 주종이다. 산자락을 지그재그로 휘감고 오른다. 임도 주변에는 큰 돌들이 무리를 이룬다. 빙하기 흔적을 간직한 크고 둥근 돌들이다. 그동안 흔히 봐온 너덜과는 모양이 다르다. 가산산성 축조에 쓰인 화강암이다.

조금씩 산세가 높아지기 시작한다. 한 굽이 휘감아 오를 때마다 느낌이 다르다. 너른 숲 사이로 키 작은 산들이 차례차례 모습을 드러낸다. 봄바람이 산비탈을 거슬러 오른다. 숲길의 활엽수들 가지에 연록색의 어린잎이 나온다. 입체감이 느껴지는 봄의 중순이다. 진달래와 생강나무 꽃들이 눈과 귀를 즐겁게 한다.

2시간쯤 천천히 길을 따르니 동문이다. 임도를 따라서 노란 띠가 길게 이어진다. 긴 줄에 복수초 군락지 안내판이 보인다. 노란색의 꽃 군락지가 드넓게 펼쳐진다. 봄날 신비로운 숲이 노란 꽃색에 젖는다. 동문 좌우로 성벽이 날개처럼 이어진다. 네모진 문과 홍예가 옛날 모습 그대로다. 돌담들이 수풀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가산산성 복수초

ⓒ 함우석 주필
순서를 망각한 꽃들이 덩달아 난리다. 매화 산수유 목련 벚꽃의 순서가 없다. 동시다발로 마구 어우러져 함께 핀다. 산속 복수초는 해가 뜨면 꽃을 피운다. 해가 지면 꽃잎을 닫고 잠자리에 든다. 꽃말대로 영원한 행복을 전하려 한다. 꿋꿋한 생명력으로 노란 얼굴 내민다.

가산산성에서 가장 사랑받는 봄꽃이다.

숨을 고르며 올라온 꽃과 눈을 맞춘다. 노란 꽃이 위성안테나처럼 활짝 핀다. 꽃잎 가운데 진노랑 꽃술이 빼곡하다. 해 떠야 꽃잎을 조금씩 열기 시작한다. 해가 지면 어김없이 꽃잎을 꼭 닫는다. 비가 오는 날에도 꽃잎을 열지 않는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 낯 색이 좋다. 복수초 감상을 마치고 동문을 돌아본다.

가산산성 동편 성벽

ⓒ 함우석 주필
동문으로 들어서는 길에 수문을 만난다. 무너진 수문지 발굴 조사가 눈길을 끈다. 복수초 보호를 위해 임도를 따라 걷는다. 동문 위 내성을 따라 난 산성길을 따른다. 가산 산정 쪽으로 잠시 걷다가 내려온다. 중문을 먼저 가기로 하고 방향을 바꾼다. 두 날개처럼 뻗은 성곽이 인상적이다. 동문을 지나 임도를 따라 노닥노닥 간다.

동문에서 중문으로 오르는 길은 두 갈래다. 동문에서 직진해 올라간다. 칠곡도호부 터를 만난다. 성에는 동·서·북문 등 3개의 대문과 함께 8개의 암문이 있다. 산성마을터와 관아터를 오래 바라본다. 관아터를 지나서 또 하나의 문을 만난다. 낙엽송 숲길을 지나면 곧바로 중문이다. 중문 중앙을 가로질러 가산바위로 간다.

소나무 전나무 잣나무가 하늘을 찌른다. 주변의 수림과 어우러져 더욱 아름답다. 올망졸망 솟아있는 산세가 예쁘다. 팔공산과 비슬산, 가야산, 금오산 등이 보인다. 대구권 내 명산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길 끝에서 가산바위가 위용을 드러낸다. 진흙이 곱게 쌓여 만들어진 퇴적암이다. 두텁게 반석 형태로 평탄한 층을 이룬다.

가산바위

ⓒ 함우석 주필
가산바위는 성벽 사이에 있는 기암이다. 국내 일반적인 화강암 바위와는 다르다. 수백병사가 앉을 수 있을 만큼 널찍하다. 사방경관과 봉우리와 별들이 펼쳐진다. 오래도록 지역의 대표적 중요 명승지다. 멀리 대구시 영남대로 풍경이 시원하다. 정상에서 점심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가산산성이 선물하는 풍경이 아름답다.

아쉬움 뒤로하고 가산바위를 내려선다. 중문까지 산성길을 따라 봄볕을 즐긴다. 중문에서 숲길을 버리고 외성을 따른다. 멋진 낙엽송을 지나 가산에 닿는다. 깎아지른 벼랑끝에 유선대가 절경이다. 그 옆에 용바위까지 더해지니 그림 같다. 다시 동문을 지나 남포루로 방향을 튼다. 솔숲 성곽길에 풍기는 소나무향이 짙다.

가산 정상표지석

가산산성에도 봄이 빨리 오기 시작한다. 100여 과 440여 종의 식물들이 자란다. 4월이면 작은 식물이 올라와 자랑한다. 찬찬히 들여다보면 복수초라는 걸 안다. 산성을 오르다 보면 많은 나무를 만난다. 생강나무 굴참나무 느티나무가 웃는다. 상수리나무 서어나무가 연한 잎을 낸다. 꽃이 먼저 펴도 꽃 보기가 결코 쉽지 않다.

솔잎 사이로 조각난 햇빛이 넘실댄다. 이슬 젖은 들꽃들이 그 틈에 몸을 턴다. 봄바람 소리가 숲속 생명의 문을 연다. 낙엽 아래 숨은 새싹을 맥동하게 한다. 따뜻함과 차가움을 거듭하며 깨운다. 맑은 물소리와 새소리가 힘을 보탠다. 복수초 꽃봉오리들이 노랗게 열린다. 가산산성 봄 물결이 노랑으로 바뀐다.

벚꽃 터널이 산객들을 정답게 맞는다. 바람에 실려 온 봄꽃 향기가 흘러간다. 꽃들이 화사한 볕의 온도에 반응한다. 감춰뒀던 꽃 미학의 본질을 드러낸다. 이별이 아쉬운 연인을 살짝 위로한다. 봄 물결이 둘 사이를 마음껏 헤엄친다. 꽃향기 사뿐거리는 봄의 중심에 선다.

연초록이 더해져 깊은 울림을 남긴다.

글·사진 = 함우석 주필

<취재후기>삼중의 성, 가산산성

경북 칠곡에는 가산산성이 있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겪은 후 세워졌다. 잇따른 외침에 대비하기 위해 세워진 성이다. 진남문 양 쪽으로 시원한 물이 흐른다. 골짜기와 능선의 지세가 효율적이다. 포곡식과 테뫼식으로 산성을 둘러싼다. 외성 내성 중성의 삼중 구조를 이룬다. 1980년에 중수돼 오늘에 이른다.

동문 안쪽은 홍예, 밖은 네모진 문이다. 거의 옛 모습 그대로여서 보기에 좋다. 돌을 쌓아 벽을 만든 지혜가 돋보인다. 성곽 숲길을 따라 걸으면 좋다. 남문에 올라서 일대를 내려다봐도 좋다. 달빛 밝은 날 밤 정취가 특히 훌륭하다. 보름날 밤이면 걷는 이들이 적지 않다. 자연생태 둘레길로 명성을 얻은 지도 오래다.

가산(架山)은 팔공산 비로봉의 산맥에 있다. 서북쪽으로 15㎞ 내달린 지점에 위치한다. 산정상부는 상당히 넓은 평지다. 7개의 봉우리가 에워싸고 있다. 그 덕에 칠봉산(七峰山)으로도 불린다. 아는 사람들은 대개 팔공산 가산산성이라 부른다. 팔공산에 밀리고 가산산성에 눌려 잊힌 이름 같아 애잔하다.

가산산성의 전체 구조는 계곡과 봉우리를 이어 쌓은 포곡식이다. 내·중·외성을 따로 쌓은 국내 유일의 삼중성이다. 내성 축조는 인조 때인 1640년이다. 중성은 영조 때인 1741년에 완성했다. 외성은 숙종 때인 1700년이다. 전쟁의 상처가 만든 긴 시간의 결과물이다. 시기를 달리해 장기간에 걸쳐 쌓아야 했다.

가산산성 축조 후 외적의 침입을 단 한 차례도 받지 않았다. 그러나 한국전쟁을 비껴가지 못했다. 낙동강 전투 중심부여서 전쟁의 상흔을 아주 크게 입었다. 골짜기마다 피비린내 나는 전투가 이어져 불가피 했다. 당시 퍼부은 폭탄세례로 크고 작은 생채기가 났다. 국군과 미군, 인민군의 최대 격전지였다. 가산산성은 옛 산성 축성방식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학술적 가치 또한 매우 크다. 내성은 축성 당시 둘레가 4천710보로 기록돼 있다. 성벽은 여장 1천887첩, 동·서·북문의 삼문과 암문을 갖췄다. 성안에는 연못 9개소, 우물2개소가 있다. 장대인 진남대, 창고 7개소, 빙고, 사찰 4개소를 세웠다.

대구 팔거현 칠곡도호부 관아도 이 때 옮겨왔다. 군사적 전략적 요충지와 함께 행정중심 기능을 병행했다. 성안에는 칠곡도호부 관아 터가 남아 있다. 동문을 지나 중문가는 길 왼쪽에 넓게 남아 있다. 산성의 전체 길이는 11.1km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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