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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19주년>충북일보 클린마운틴-강원 계방산

설설 걸어 설화터널… 새해 희망 걸어둔다
반짝반짝 겨울왕국, 눈꽃 천국, 설화명산
충북일보 창간 19주년 건강한 언론관 소망

  • 웹출고시간2022.02.20 14:20:08
  • 최종수정2022.02.20 14:20:08

겨울 산의 최대 묘미는 눈꽃과 상고대다. 눈꽃 터널은 환상세계로 가는 입구다. 눈꽃과 상고대는 평생 잊을 수 없는 추억이다. 볼 품 없는 곳이라도 최고의 경관을 선물한다. 이즈음 계방산 눈밭 길엔 하얀 눈꽃과 상고대가 핀다. 산정은 북서풍으로 차지만 조망이 탁월하다. 계수나무 숲길의 아침풍경이 펼쳐진다. 나무마다 가득 피어난 순백의 상고대가 찬란하다. 아늑한 능선을 따라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희망을 찾아 걸어 본 계방산이 아름답다.

ⓒ 함우석주필
[충북일보] 충북일보클린마운틴이 강원도 계방산(해발 1557m)을 찾았다. 본보 창간 19주년을 맞아 찾은 목적산행이다. 2월의 계방산은 영하 20도의 강추위를 견디고 있었다. 시베리아 북서풍을 온몸으로 받아내는 중이었다. 백두대간의 서편에서 우뚝한 기상을 보여주고 있었다. 산정의 계수나무 군락에 핀 하얀 상고대는 아름다웠다. 하얀 눈은 파란 하늘 아래서 더 눈부시게 빛났다. 한 폭의 화려한 겨울 유화를 그려냈다. 눈꽃 천국, 설화명산이었다.

계방산 정상석

새벽 5시 어둠을 가르며 북으로 내달린다. 청주에서 3시간쯤 더 달려 운두령에 닿는다. 세찬 북풍이 고갯마루를 울며 넘는다. 거대한 풍차가 만드는 바람소리가 웅장하다. 산행 시작 전부터 손발이 몹시 시리다. 아이젠을 신고 핫팩을 문지른다. 장갑과 비니로 중무장을 한다. 체감온도 영하 20도 이하를 실감한다.

운두령 주차장을 들머리로 산행을 시작한다. 가파른 계단을 오른다. 그늘진 등산로 곳곳이 미끄럽다. 잔설이 희끗희끗 남은 곳도 있다. 앙상한 나무 가지 비집고 볕이 든다. 겨울나무 사이로 푸른 산죽이 빛난다. 한 겨울 산길의 스산함을 덜어준다. 겨울 풍경이 아름답기 그지없다. 골을 타고 맑고 찬 북서풍이 흐른다. 헷갈릴 일 없는 아주 솔직한 길이다. 약간의 오르막과 내리막이 이어진다. 초반과 다르게 점점 더 된 비알길이다. 좁은 산길에 산객들이 몰려 교행이 어렵다. 그래도 너나 나나 모두들 밝은 표정이다. 오를수록 쌓여 있는 눈이 점점 많다. 머잖아 쉼터에 도착한다. 정상까지는 아직도 절반 정도 남은 장소다.

탐방로 입구

쉼터를 지나 전망대로 향한다. 가지에 매달린 하얀 상고대가 눈에 띈다. 능선을 타고 내려온 골바람이 나뭇가지를 흔든다. 햇살에 반짝이며 영롱한 은가루를 뿌려댄다. 아름다운 풍경이다. 산객들의 스마트 폰이 나무 위로 향한다. 다양한 자세로 작품을 담아낸다. 어쩔 수 없이 산행이 조금씩 지체된다. 앞만 보며 걸으니 별로 보이는 게 없다. 산정에 가까워질수록 식생이 쪼그라든다. 관목의 뒤틀린 마디마다 세월이 보인다. 파란 하늘과 흰 눈의 대비가 선명하다. 뽀드득대는 눈 밟다 보니 어느새 전망대다. 겹겹이 포개진 산줄기가 살아 움직인다. 솜처럼 덮인 눈 이불에 봄이 움튼다. 한 겨울에도 봄은 오고 있다.

전망대에 도착한다. 설화 명산이 펼쳐진다. 하늘이 숨바꼭질 하듯 얼굴을 내민다. 하양과 파랑의 긴 향연이 이어진다. 들면 들수록 순백의 눈꽃터널이 깊다. 겨울나무들마다 눈꽃을 뒤집어쓴다. 떨어지는 하얀 눈가루가 쌀가루 같다. 듬성듬성 푸른 주목이 묘한 감성을 불어넣는다. 세상 이치 꿰뚫는 현자 같다. 하늘을 품은 나무들이 기지개를 켠다. 계절 따라 바뀌는 자연색을 드러낸다. 새벽어둠을 밝히는 수마노 불빛 같다. 가던 걸음 멈추고 나무 이름을 묻는다. 흔들려도 꺾이지 않는 강한 생명체다. 거친 숨소리가 바람을 타고 흩어진다. 이곳저곳 놀이터처럼 휘젓고 다닌다. 눈으로 보는 겨울 청량감이 상쾌하다.

아침 해마저 게으름을 피운다. 남쪽 하늘 위로 지나는 해를 보며 나란히 걷는다. 숲속 자연의 소리에 마음이 편해진다. 추위 이긴 풍경이 절정으로 간다. 찰나의 순간에 아름다움이 드러난다. 바람과 빛, 눈의 시간이 이어진다. 계방산 하늘이 심해의 바다처럼 맑다. 숲의 나무들이 이슬로 하얗게 젖는다. 전망대에서 정상을 향해 조금 더 걷는다. 가빠진 숨소리가 숲 고요를 깨트린다. 선물처럼 주어진 귀한 시간에 들뜬다. 한 겨울 늙은 나무가 주는 위로가 크다. 경건한 위압감을 갑옷처럼 입고 선다. 깃든 시간과 거대 위용으로 압도한다. 한 사내를 한순간에 제압한다. 수백의 세월 푸른 삶을 유지한 풍모다.

눈밭길의 괴목

높고 낮은 깔딱 고개를 지나 오르막을 오른다. 뽀드득 발자국 소리가 적막을 깨운다. 온 산 나뭇가지에 은빛 구슬이 맺힌다. 아침 햇살 받아 반짝반짝 곱게 빛난다. 차가운 공기가 하늘을 더 푸르게 한다. 상고대 핀 숲이 바다 속 하얀 산호 군락지다. 잊기 어려운 환상의 세계다. 백두대간을 산호로 장식한다. 10여 분 더 걸어 마침내 산정에 선다. 계방산이 북풍한설에도 도도한 모습을 보여준다. 하늘을 향해 당당하게 버티고 선다. 한 해 한 해를 제 안에 나이테로 그린다. 흔적만으로 오롯이 가르침을 깨닫게 한다. 견딤 하나로 사시사철 쓰이는 법을 가르친다. 군소 연봉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산정 만남을 짧게 마치고 내려온다. 설화터널 사이로 쪽빛 하늘이 드러난다. 순식간에 요정의 나라에 발을 들이민다. 나뭇가지 은빛 구슬이 반짝반짝 빛난다. 계수나무 몸통이 하얗게 얼어붙는다. 흡사 겨울나라의 하얀 풍경이 연상된다. 설악산과 오대산이 백두대간 따라 굽이친다. 겨울미의 압권을 보여준다. 순백의 계방산 숲길에 하얀 바람이 인다. 흰 눈이 소리를 빨아들이고 색을 지운다. 겨울 숲을 진공의 흑백 세상으로 만든다. 눈으로 순백의 도화지 세상을 연출한다. 흑백사진처럼 멋진 풍광을 만들어낸다. 나뭇가지들 모두 하얀 솜털 옷을 입는다. 거친 난관 이겨낸 산행의 희열을 맛보게 한다.

산정 아래 전망대

바람소리와 걸음을 함께한다. 본래 마음자리로 돌아가는 시간이다. 발걸음이 멈춘 곳에서 오늘 해가 진다. 먼저 간 발자국이 눈 아래로 희미하다. 몇 개의 발자국 위에 눈이 다시 쌓인다. 그 길 위로 두세 번 더 눈이 내려 덮인다. 눈 내린 산에 진공 같은 적막이 흐른다. 나를 찾는 생명 그득한 숲길로 바뀐다. 산정을 타고 내린 찬바람에 얼얼하다. 연초 서설이 하얗게 계방산을 덮는다. 그늘에 소복 쌓여 다른 세상을 만든다. 예전에 느끼지 못한 감상을 선물한다. 버석한 숲이 휑한 찬바람과 어울린다. 이면의 고통과 두려움도 함께 보인다. 무상한 존재만으로 답이 뭔지 알려 준다. 일체개고 제행무상 제법무아.

/글·사진=함우석 주필

<취재후기> 충북일보의 미래를 찾는다

길은 끝내 중단하지 않는다. 멈출 수 없으니 길이다. 내가 가면 바로 길이 된다. 각각의 삶이 끝나도 길은 이어진다. 새로운 길이 다시 만들어진다. 때론 강물을 따르고 때론, 산줄기를 따른다. 작은 산모롱이를 돌아 야산을 오를 때도 있다. 수채화 같은 숲일 때도 있다. 흑백 농담의 수묵화 풍경도 있다.

계방산(桂坊山·해발1557m)은 오대산국립공원에 속해있다. 우선 크고 깊다. 하지만 오대산과 별도로 떨어진 산자락이다.·백두대간 서편에 선 국내에서 다섯 번째로 높은 산이다. 겨울이면 시베리아에서 불어오는 매서운 북서풍과 마주한다. 눈꽃이 만들어지기 좋은 조건이다.·한자 풀이대로·하면 계수나무 향기가 나는 산이다. 적설량이 많아 겨울에 찾는 산객들이 많다. 눈꽃 산행을 즐기기 위해서다. 운두령에서 산행을 시작하면 비교적 쉽다. 눈길을 그리 힘들지 않게 걸을 수 있다.·겨울이 오기 전까지는 각종 약초와 야생화를 볼 수 있다. 일대가 생태계보호지역으로 지정돼 있을 정도다.

정상으로 향하는 길은 비교적 순하다. 능선에서 보는 설악산과 가칠봉, 오대산 자락의 장쾌한 산세가 일품이다. 운두령에서 정상으로 오는 길은 하나다. 샛길은 없다. 하지만 정상에서 내려오는 길은 세 갈래다. 먼저 운두령으로 다시 돌아가는 길이 있다. 계방산삼거리 방면과 자동차 야영장 쪽 하산 길도 있다. 겨울 계방산은 청초하고 오묘하다. 쪽빛 하늘과 하얀 눈은 시그니처 풍경이다. 이즈음 나뭇가지들은 저마다 눈꽃이나 상고대를 두툼한 솜옷처럼 입는다. 영락없이 푸른 바닷물 속 하얀 산호의 모습이다. 하얀 나뭇가지 위로 파란 하늘이 넓게 펼쳐진다.·파란 하늘과 하얀 나무의 대비가 절정이다.

어는 곳이든 길 풍경은 다양하다. 거기에는 내가 있기도, 네가 있기도 한다. 사람들이 그들먹해 시끄럽기도 하다. 길은 나를 보편화 한다. 나를 찾을 수 있는 대응의 생명들을 만나게도 한다. 그래서 길은 바로 생존이며 실존이다. 현실의 공간이다. 때론 그 곳을 환상으로 바꾸기도 한다. 같은 사물을 봐도 느낌은 서로 다르다. 하얀 눈이 누군가에겐 걱정이다. 하지만 누군가에겐 설렘이다. 계방산을 걸으며 또 다른 출구를 찾는다. 혹독한 겨울풍경에서 희망을 본다. 창간 19주년 충북일보의 미래를 찾는다.

산풍경이 순식간 바뀐다. 설화의 선물이 반갑다. 충북일보의 건강한 언론관을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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