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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샵스타그램 - 청주 상당로 '서림문화회관'

#커피 #음악 #디자인 #공간이주는힘

  • 웹출고시간2019.09.17 15:41:04
  • 최종수정2019.09.17 15:41:03
[충북일보 김희란기자] 지난해 겨울 청주 성안길 고객 주차장의 입구에 낯선 이름의 가게가 문을 열었다. 제법 오래돼보이는 하얀 건물에 쓰인 서림문화회관이라는 간판은 '이런 곳에 문화회관이?' 하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문화회관의 사전적 정의는 '문화적 소양을 높이기 위해 일정 설비와 수단을 갖춰놓은 회관'이다. 보통 지역에서 규모있는 공연이나 전시 등이 정기적으로 이뤄지는 곳을 말하기도 한다.

얼핏 살펴도 흔히 우리가 아는 문화회관 같지는 않다. 눈으로 입구를 더듬어 조심스레 다가서면 간결하게 '커피'라고 쓰인 작은 표식이 보인다. 내부는 상상과 전혀 다른 분위기다. 잔잔하게 흐르지만 어딘지 모르게 묵직한 음악을 배경으로 어두운 조명 아래 온통 짙은 색의 나무다.
왕좌를 연상시키는 고풍스러운 직각 의자들이 몇 개 놓인 바 형식의 테이블, 정성스레 커피를 내리는 직원들의 뒷모습이 보인다. 조심스레 한발 내딛으면 걸음을 따라 삐걱이는 바닥의 소리마저 음향 효과같다.

건물의 구조도 일반적인 사각형이 아니다. 멋대로 각이 진 벽면을 따라 시선을 돌리면 또 다른 무언가가 나타날 듯 기대감이 든다. 계단을 올라서면 새로운 분위기다. 조금 밝아졌지만 조금 더 오래된 느낌이다. 가깝지 않은 테이블 몇 개와 장식, 의자와 오디오 등은 1950~1960년대에 만들어진 것이다.

서해원 대표가 연출한 이 공간은 기나긴 준비 기간을 거쳤다. 7년 간 성안길에서 운영했던 의류업을 정리하고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던 중 산업디자이너 '디터람스'의 스피커에 눈이 번쩍 뜨였다.
서울 어딘가에서 커피를 마시다 우연히 만났다. 1950년대 만들어진 물건이 여전히 그때의 그 모습으로 이토록 빠르게 변한 시대와 호흡하며 제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에 감동 받았다. 옛 것에서 나오는 새로운 감성은 빈티지 의류를 직접 리폼해 입었을 때 느꼈던 희열과 어딘가 맞닿아 있었다. 해원씨는 깊은 감명에 그치지 않고 그 시절의 제품과 감성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여기에, 저기에 색다른 느낌을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마음에 꼭 맞는 장소를 정하고 몇 달간의 기획과 구상이 끝난 뒤에는 원하는 인테리어를 구현해내기 위한 기다림이 필요했다. 구하기 어려운 옛 콘텐츠들로 공간을 채우는 것으로 또 한참을, 그 안에 완벽한 커피와 디저트를 완성하기까지 꼬박 2년이 걸렸다.

장막에 감춰진 서림문화회관은 많은 사람들의 걱정과 기대 속에서 무르익어갔다. 문을 열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사람들이 스며들었다. 그동안 없던 분위기와 만족할만한 비주얼은 소위 SNS에서 먹히는 아이템이었다.

준비 기간 동안 유행하는 모든 것들을 배제했기에 서림문화회관의 모든 것들은 여느 카페들과 다를 수밖에 없다.
눈코 뜰새 없이 바쁘게 사람이 붐볐지만 해원씨는 조금 아쉬웠다. 자신의 의도와 달랐기 때문이다. 해원씨는 서림문화회관이 '핫플레이스'가 되길 바라지 않았다.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공간이 되기 보다는 공간의 가치를 알아주는 이들이 온전히 자신의 시간을 만끽하고 가는 아지트가 되길 바랐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해원씨의 마음이 채워지기 시작했다. '핫해서'가 아니라 서림문화회관의 색깔이 '좋아서' 각자의 시간을 즐기기 위해 찾아오는 손님이 늘어서다. 서림문화회관의 단골을 자처하는 이들은 아무도 없는 공간 자체가 좋다거나, 커피를 내리는 모습이 마음에 와 닿았다거나, 공간을 채우는 음악이 특별해서라며 나름의 이유를 붙여 이곳을 찾는다.

오래된 가구와 오래 전 음악, 겪어보지 않은 세월이 묻어있는 서림문화회관이지만 다양한 연령층이 편안한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건 해원씨가 오랜 시간 고민했기에 가능한 공간이 주는 힘일 것이다.

/ 김희란기자 khrl1004@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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