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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샵스타그램 - 청주 운천동 고양이(가 있는)카페 '엔탈피'

#사람과동물 #공존 #목공예 #고양이 #강아지 #열역학함수

  • 웹출고시간2022.03.08 15:39:32
  • 최종수정2022.03.08 15:39:38
[충북일보] 전면 유리 너머로 난로 근처에 모여앉은 다섯 마리의 고양이들이 지나는 이들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무심한 듯 한껏 나른하게 몸을 굴리다가도 사람이 다가가면 강아지인지 고양이인지 구분이 되지 않을 친밀함을 내보인다.

메뉴를 준비하는 카운터와 고양이의 방 옆으로 창문이 뚫린 방에서는 커다란 스탠다드푸들이 한껏 목을 빼고 사람을 반기며 꼬리를 흔든다. 그야말로 사람과 동물이 공존하는 공간이다.

엔탈피는 열역학의 핵심 함수다. 기계공학을 전공한 윤진상 대표가 2명의 친구들과 의기투합해 사업을 시작하면서 본질을 잊지 말자며 결연히 새긴 이름이다. 석사 학위를 취득한 후 예비창업패키지를 통해 연료전지 등을 제조하는 사업으로 시작했으나 현실의 벽은 생각보다 높았다. 제품을 제조하는 것은 성공했지만 인증과 판로 등을 고려할 때 승산이 없었다.
ⓒ 엔탈피 인스타그램
구입한 장비를 활용할 방안으로 나온 것이 나무에 사진이나 문구를 새길 수 있는 공방이었다. 레이저, CNC, 용접 등의 이론과 실습을 거친 이들에게 나무는 무른 재료이면서도 따뜻한 감성을 담은 결과물이었다.

공간을 마련할 때 염두에 둔 것은 언제나 고양이다. 이런 저런 사정으로 보호하게 된 고양이들이 어느새 6마리로 늘면서 함께할 공간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사무실 천장에서 발견한 새끼고양이를 시작으로 진상 씨와 고양이의 인연이 이어졌다. 행인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모습에 발끈해 집으로 데려온 고양이가 있는가 하면 친한 지인의 가게에 갑자기 나타난 고양이를 맡게 되기도 했다.
좁은 자취방에서 맡아 보호하는 고양이가 늘어나며 공간의 필요성을 느꼈다. 눈도 뜨지 못하고 길 가운데 놓여있던 고양이를 외면하지 못하고 여섯 마리 고양이와의 동거가 시작됐다.

건강하지 못했던 고양이를 치료하고 보살피는 동안 버는 돈보다 쓰는 돈이 많을 때도 있었다. 온전히 책임져야 하는 돌봄의 무게를 체험하니 자연스레 감당할 수 있는 깜냥을 알게됐다.

충북대 인근에서 운영하던 공방을 정리하고 운천동 골목으로 찾아든 것은 고즈넉한 분위기가 좋아서다. 번잡하지 않고 조용한 골목 어귀에서 생각을 정리하다 우연히 눈에 띈 빈 건물에 시선이 멈췄다.
오래된 주택을 이리저리 손 봐가며 적합한 공간으로 꾸몄다. 동물과의 공존을 고려해 공간을 나누되 막힘없이 공유한다. 우여곡절 끝에 시작한 엔탈피는 일반적인 고양이 카페라기 보다는 고양이가 있는 카페다. 손님들을 위해 고양이가 있는 것이 아니라 고양이와 함께 있을 곳을 마련하다 보니 카페가 된 공간이기 때문이다.

자식 자랑하듯 귀여운 나의 고양이를 보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힘든 순간에도 곁에서 가만히 위로가 되어준 녀석들의 진가를 더 많은 사람들이 느낄 수 있게 하고 싶었다. 그저 보고 있어도 위안이 되는 동물들의 움직임은 엔탈피를 따뜻하게 채운다.
함께 시작한 친구들은 각자의 사정으로 흩어지고 혼자서 엔탈피에 남았다. 끝까지 가지못한 아쉬움은 남았지만 하고 싶은 일의 방향을 잡기는 수월해졌다. 진상 씨가 만드는 목공 제품에는 동물을 위한 제품이 많다. 주문 제작으로 이뤄지는 제품들은 가족과의 추억을 담은 사진이거나 반려동물의 이름 각인 등이 주를 이룬다. 나무에 새길 수 있는 추억의 카테고리는 모두 담을 수 있다.
이름과 사진을 새긴 팻말을 비롯해 길고양이들을 위한 급식소나 잠시 머물 수 있는 쉼터 등 재능기부로 이어가는 봉사는 가까이서 돌보지 못하는 동물들이 길에서나마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지원하는 따뜻한 나눔이다.

엔탈피 카페에서 복잡한 열역학 함수까지 생각할 필요는 없다. 각자의 사연을 안은 고양이들이 사랑을 받고 얼마나 편안해 졌는지, 그 사랑을 어떻게 표현해 주는지 차 한잔의 여유와 함께 위로를 받으면 된다.

/ 김희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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