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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샵스타그램 - 청주 서운동 '카페공기'

#청주카페 #한옥카페 #안채 #사랑채 #공간과기억 #커피그라인더 #원두분쇄기

  • 웹출고시간2024.09.10 13:51:49
  • 최종수정2024.09.10 13:51:49
[충북일보] 지도를 보며 따라오다가도 자칫 놓치기 쉬운 골목길이다. 간판을 발견하면 의아함을 품고 골목에 들어선다. 몇 걸음 가지 않아 잘 꾸민 정원 너머로 보이는 별채와 안채, 사랑채가 펼쳐진다. 도심 속 한옥카페 '카페공기'다.

지난 2022년부터 카페공기를 운영하고 있는 육성민 대표는 원두커피의 매력에 일찍 빠졌다. 생두와 기계 수입 등 커피 관련 무역을 하는 친구 덕분이었다. 직장 생활을 하며 드립커피를 취미로 다양한 생두를 접했고 당시 커피 매장에서도 생소하던 에스프레소 머신을 집에 들였다. 친구가 가져온 질 좋은 생두는 부족한 실력으로 집에서 볶아도 차이가 있었다. 취향대로 볶고 갈고 내려 마시는 커피는 일상에 활력을 주는 취미로 자리잡았다.
출장과 여행 등으로 다른 나라를 많이 찾은 것도 커피에 대한 관심을 키웠다. 어느 시장에서 우연히 눈에 들어온 커피 그라인더는 몰랐던 수집욕까지 일깨웠다. 비슷한 원리이지만 특색있는 모양을 갖춘 커피 그라인더는 생산 시기나 나라, 크기에 따라 아름다움이 달랐다. 하나 둘 씩 모으기 시작한 제품이 400여 개에 이른다.

30년 가까이 몸담았던 직장을 벗어나며 가장 먼저 생각한 것은 당연히 카페다. 커피에 대한 애정이 바탕이었다. 유행처럼 번져 반짝 인기를 끌고 사라지는 카페 중 하나가 되고 싶지는 않았다. 큰 규모로, 혹은 이색적인 메뉴로 이목을 끌어도 이내 질리고 마는 공간이 늘어나던 차였다.
카페공기가 자리잡은 곳은 청주 구도심 건너편으로 큰 규모의 기와집이 여러채 모여있는 골목을 발견하고 우연히 들어섰던 동네다. 볼품없이 나이든 한옥 매물에 새로움을 채워넣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규칙없이 늘어선 건물들을 어렵게 연결시켰다. 대형 설비는 들어올 수 없는 좁은 골목이 공사 기간의 변수였다. 작은 규모로 부수고 나르며 2년이 넘는 기간 동안 철거 작업을 이어갔다.

기간이 길어진만큼 조급하기 보다는 오히려 여유가 생겼다. 천천히 설계해 제대로 짓자는 마음이 굳어졌다. 머릿속에 그린 카페를 같은 모습으로 꺼내기 위해 거의 모든 공정에 직접 참여했다. 유튜브와 인터넷 등으로 배우고 자문을 구하며 하나씩 만들었다. 쓸만한 재료를 먼저 구하고 한편에 쌓아둔 뒤 완성해 나갔다. 문짝, 기둥, 책상, 의자, 선반 등 완벽하지 않지만 투박하게 공간을 채운 모든 구성에 육 대표의 손길이 닿았다. 벽면과 바닥까지 자세히 살필수록 애정이 묻어난다.
1955년에 만들어진 안채는 한옥에 가까운 멋을 살려두고 1965년 한옥과 기와집의 중간 형태로 지어진 사랑채는 각재만 남기고 판재와 기와는 새로 올렸다. 이전처럼 공간은 구분되지만 개방감도 충분하다. 오는 사람마다 건물의 나이를 묻기에 각각의 건물에 연도를 적어뒀다. 사랑채로 들어서는 통로에 과거와 현재가 어떤 과정을 거쳐 이뤄졌는지 사진도 걸었다.

창틀이나 선반 등 물건을 올릴 수 있는 곳에는 그간 수집한 커피 그라인더를 전시했다. 집에 남겨둔 100여 개를 제외하고 가게에만 300여 개의 커피 그라인더가 놓였다. 시대와 재료 등 표찰을 적어둬 마치 커피 그라인더 박물관 같은 분위기도 연출된다.
ⓒ 카페공기 인스ㅏ그램
사랑채 앞 뒤로 펼쳐진 정원도 육 대표가 직접 심은 꽃과 식물로 채워져있다. 색색의 꽃 옆으로 주렁주렁 열린 포도가 얼마나 정성을 들인 공간인지 짐작할 수 있게 한다.

철거 과정부터 관심과 이해로 힘을 줬던 동네 주민들은 이제는 특별한 단골 손님으로 이웃이 됐다. 카페공기는 공간과 기억에 대한 공감이다. 지금은 청주에서 쉽게 보기 힘든 건물을 매만진 공간이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각각의 기억을 일깨운다. 어떤 이는 자신의 추억을 떠올리고 누군가는 현재의 기억으로 이 공간에 추억을 새긴다. 카페공기에 머무는 이들의 두런거림이 카페공기에 가득 찬 공간의 기억으로 남는다.

/김희란 기자 ngel_r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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