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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0.06.02 15:53:18
  • 최종수정2020.06.02 15:53:18
ⓒ #도쿄이즈미
[충북일보] 자영업을 하면서 해마다 한번씩은 고비가 찾아온다고들 하지만 2020년은 고비라는 말로 부족했다. 그 어느 때보다 빨리 찾아온 시련은 끝을 알 수 조차 없었다. 곳곳에서 한숨 소리가 터져나왔다. 다들 어렵다는 이 시기에도 발 빠르게 다음을 도약한 사람들이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운영이 어려워진 틈을 이용해 바쁠 때는 그냥 지나쳐야 했던 아쉬운 부분을 찾아 재투자와 정비를 감행한 업체들이다. 8년 전 산남동에서 문을 연 일식 전문점 '도쿄이즈미'도 과감한 결단으로 두 달여의 휴업 기간 동안 리모델링 작업을 했다. 처음과 같은 마음까지 다잡아 5월 초 다시 돌아왔다.

어린 시절 아르바이트로 우연히 접한 일식은 전진구 대표 인생의 일부가 됐다. 설거지와 서빙을 돕던 청년의 눈에 직접 칼을 잡는 주방장의 모습이 각인됐다. 음식을 직접하는 것 뿐 아니라 식재료 선정부터 사람 관리까지 주방 전체를 지휘하는 모습은 힘든 과정을 참고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오르게 하는 힘이 됐다.
늘 화려하고 바쁜 곳에서 제대로 배울 수 있었다. 요리 실력도 실력이지만 기본으로 갖춰야하는 것은 신선한 식재료였다. 재료에 대해 큰 소리를 낼 수 있으려면 정확한 비용처리가 우선이다. 직접 주방을 지휘하게 됐을 때 가장 중요하게 처리한 것도 거래처와의 정산이다. 당당하게 요구하려면 당당함의 근거가 있어야했기 때문이다.

손님들과의 관계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진구씨를 믿고 찾아준 손님들에게는 언제고 작은 정성으로 보답했다. 손님이 지인이 되고 지인에서 친구가 되는 과정은 단순히 세월이 만들어 주는 것은 아니었다. 서로에 대한 신뢰와 관계를 위한 노력이 필요했다.

요리 실력과 함께 쌓아온 진구씨의 신뢰도는 자신의 가게를 준비하는 소중한 자산이 됐다. 작은 흐트러짐에도 예민하고 자기관리에서도 엄격한 진구씨의 깔끔함은 음식점에서 무조건 가산점이다. 수질관리와 수온관리가 이뤄지는 깨끗한 수족관이 눈에 띈다. 손님상에 오르기까지 일정 시간의 숙성을 거치지만 반드시 상태 좋은 활어를 이용해 직접 숙성에 들어가는 것이 도쿄이즈미의 철칙이다. 깨끗하게 사용했지만 8년의 세월이 묻은 주방 바닥의 배수까지 리모델링에 들어간 이유이기도 하다. 세월이 남긴 흔적조차 허락하고 싶지 않아서다.
음식의 기본은 맛이지만 보이는 것도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고 믿는다. 눈과 입으로 즐기는 도쿄이즈미만의 재미를 위해 다양한 요리에 걸맞는 플레이팅이 계속해서 시도된다. 화려한 담음새가 맛을 뒷받침한다. 누구나 정성스러운 대접을 받는다 느낄 수 있는 것이 목표다.

요리는 10여 단계의 코스로 준비된다. 죽과 샐러드, 전채요리로 가볍게 시작되는 코스는 사시미와 구이, 서더리탕과 계절에 맞는 재료를 이용한 요리로 이어진다. 튀김과 식사, 후식까지 부족하지도 넘치지도 않는 짜임새 있는 구성은 세월이 만들어낸 노련함이기도 하다.
번거로움을 감수하면서도 3층을 고집한 것은 여느 일식집에서 찾아볼 수 없는 대규모 단체석을 위해서다. 소규모 가족 단위는 물론 10인, 20인, 30인, 50인 등 인원에 구애받지 않고 함께 도쿄이즈미를 즐길 수 있다. 긴 식사 시간동안 좌식 문화를 불편해 하는 손님들을 위해 '호리코타츠(바닥이 꺼진 마루)' 형식으로 신경썼다.

음식점에서 음식 이외의 문화가 자리잡아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는 것도 진구씨의 신념이다. 친절한 서비스의 도쿄이즈미지만 손님들이 다시 찾아오는 첫 번째 근거는 언제나 '음식이 맛있어서'여야 한다. 몇 번을 먹어도 지루하지 않도록 늘 메뉴에 변화를 주고 모든 음식 조리에 최선을 다하는 이유다.

십 수년 전부터 연을 맺은 손님들이 도쿄이즈미의 노력을 인정한다. 일식이 생각날 때면 당연하다는 듯 도쿄이즈미를 찾는 이들의 방문은 곧 진구씨의 신념이 틀리지 않았다는 무언의 격려이자 응원이다.

/ 김희란기자 khrl1004@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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