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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샵스타그램 - 청주 운천동 문구점 '11포인트(11pt)'

#문구점 #편집샵 #필기구 #일기장 #연필 #볼펜

  • 웹출고시간2022.04.19 13:31:13
  • 최종수정2022.04.19 15:33:43
[충북일보] 손편지와 일기장, 가계부 등 자연스레 손으로 기록하던 것들이 특별한 콘텐츠가 됐다. 대부분이 스마트한 기기 하나쯤 품고 다니는 시대가 종이와 펜을 생략하게 했기 때문이다. 글씨를 써야겠다고 애써 마음먹지 않으면 이름 석 자 써볼 일도 별로 없다. 그나마 종종 하던 카드 결제 사인도 5만 원 이하 무서명으로 바뀌면서 줄어들었다.

쓰는 일이 적어진 만큼 필기구를 판매하는 곳을 찾는 일도 쉽지 않다. 대규모 문구센터나 잡화점을 찾아야 한편에 마련된 펜류 등을 써볼 수 있다.
그런데도 꾸준히 필기구와 지류를 사용하는 이들이 있다. 직접 선을 그어 종이에 글씨를 남기는 이들은 끄적이는 행위 자체를 즐기기도 하고 종이 위에 남은 기록을 중요하게 생각하기도 한다.

대단지 아파트와 거리가 먼 청주 흥덕구 운천동의 주택 골목에 그 욕구를 충족할만한 공간이 있다. 2020년 9월 연필가게로 시작해 볼펜과 지류와 몇몇 문구류 등으로 판매 목록을 확장한 11포인트다.

묵직한 목재로 만든 수많은 사각형이 벽을 채우지만 어쩐지 여백이 느껴지는 11포인트는 이 골목을 찾는 이들의 성향과 어울린다. 어떤 가게인지 모르고 이끌리듯 문을 열고 들어선 이들이 한껏 천천히 공간을 누벼도 보채는 이가 없다.
계산하는 곳 옆의 숨겨진 공간에서 손님들의 선택에 방해되지 않으려 모습을 숨기고 있는 김상재 대표의 작은 배려 덕이다.

벽면을 채운 원목 장 속 하나하나의 공간에는 한 종류의 필기구가 비커에 담겨 전시돼있다. 제 방을 차지한 듯 명확한 구획의 나눔은 모든 제품에 천천히 집중할 수 있게 한다. 시즌에 따라 달라지는 디자인의 연필이나 같은 종류의 펜도 색에 따라 다른 칸에 놓여 매력을 뽐낸다. 함께 놓인 간단한 설명 덕에 주인장의 설명 없이도 누구나 제품을 이해할 수 있다.

필기구 테스트를 위해 놓아둔 두꺼운 노트는 수많은 사람이 각자의 방식으로 남긴 흔적이 채워졌다.

컴퓨터로 문서작업을 하려고 파일을 열면 기본값으로 설정된 글씨 크기인 11포인트에서 따온 이름의 문구점에서는 디지털과 거리가 먼 물건들을 취급한다. 다이어리나 가계부, 잡지와 엽서 책 등 몇몇 지류와 필통, 가위 등 감각적인 문구류 몇 개, 펜과 연필이 전부다.

10여 년간 온라인을 활용한 업계에 몸담았던 상재 씨는 학창시절부터 펜 등 문구류를 모아온 아내의 취미에서 문구류에 대한 가능성을 읽었다. 악필이 콤플렉스라 웬만해서는 펜을 잡지 않는 자신과는 다른 부류였다.
ⓒ 11포인트 인스타그램
11포인트에 가져오는 물건은 상재 씨의 고민과 선택의 산물이다. 해당 브랜드의 정체성이 분명한 제품이나 제작자의 목적성이 뚜렷한 제품, 이야기가 담긴 작가의 작품 등이 주된 고려 대상이다.

오프라인은 온라인의 가격 측면 이점을 해결할 수 없지만 직접 만져보고 사용해볼 수 있는 장점이 그를 상쇄한다. 수많은 펜 중에도 손에 집히는 느낌과 선이 그려지는 필기감이 착 붙는 나만의 펜은 따로 있다. 그저 구경하러 들어왔다가 가볍게 구매할 수 있는 가격선도 문구류의 매력이다.
예술가들이 사랑했다는 브랜드의 연필은 감각적인 디자인과 희소성 등으로 가치를 입었다. 한정적으로 나오는 제품 특성상 최초의 물량을 확보하지 못하면 수요가 있어도 팔지 못한다.

무언가를 쓰기 위한 지류의 판매량이 늘어나는 가을, 다이어리나 플래너 등의 수량이 급증하는 겨울, 친구나 연인이 함께 써 내려 가기 위해 2권씩 판매되는 일이 많은 일기장 등 각각의 제품이 특별한 이야기를 갖는다.

11포인트가 소개하는 아날로그는 사라져가는 옛 정서가 아니다. 지금의 생각과 마음을 정리한 현재의 기록이나 고민 끝에 눌러담은 미래의 계획이 디지털을 벗어난다. 손가락으로 두드려 쉽게 열어 볼 수는 없지만 서랍 한쪽에 넣어두고 몇 번이고 다시 꺼내볼 수 있는 소장품으로 남는다.

/ 김희란기자 khrl1004@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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