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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샵스타그램-청주 복대동 '둥지마을왕족발'

#둥지족발 #충북대맛집 #앞발뒷발 #엄마와아들

  • 웹출고시간2019.10.15 16:00:32
  • 최종수정2019.10.15 16:00:32
[충북일보 김희란기자] '추억의 맛집' 찾기가 어려운 시대다. 업종을 불문하고 우후죽순 생겼다 몇 년 지나지 않아 사라지는 식당들이 넘쳐난다.

20여 년 전 충북대 인근을 누비던 맛객들에게는 몇몇 추억의 맛집이 남아있다. 정문 근처 '둥지족발(둥지마을왕족발)'도 그중 하나다.

김정순 대표는 우체국 옆 작은 가게였던 둥지족발을 이어받았다. 건강이 좋지 않았던 남편 대신 두 아들을 위해 생활 전선에 뛰어들었을 때다. 1995년 청주에 발을 들이면서 정순씨는 네 가족의 생계를 책임졌다. 김밥을 말아서 납품하는 일부터, 식당 일이나 신문 배달까지 안 해본 일이 없을 정도로 몸을 혹사시켰다. 잠조차 사치였다. 하루 2시간쯤 눈을 붙이는 것 외에는 오로지 돈을 벌기 위해 일했다. 발이 퉁퉁 부어 서 있지도 못하기 일쑤였다.
ⓒ #둥지마을왕족발 인스타그램
십수 년 전 일했던 족발집의 경험 덕분인지 작은 족발 가게를 넘겨받을 기회가 왔다. 그간 모은 돈에 대출을 더해 둥지족발을 인수했다.

처음 몇 년은 생각처럼 되지 않았다. 족발을 삶는 낮 동안에는 다른 식당에서 일해 생활비를 충당했다. 모두가 어려운 시절이었다. 손님보다 많은 사람들이 배고픔을 호소하며 가게에 들어왔다. 남는 밥이 있으면 허기만 면하게 해달라는 손님 아닌 손님이었다. 힘든 여건이었지만 정순씨는 단 한 사람도 그냥 보내지 않았다. 없으면 없는 대로 있으면 또 있는 대로 수많은 이들의 주린 배를 채워 보냈다.

그저 주어진 대로 열심히 준비해 부끄럽지 않게 음식을 냈다. 선행이 쌓일수록 이상하게 손님들도 늘었다. 작은 가게 앞으로 줄이 이어졌다. 포장 손님도 상당했지만 자만하지 않았다. 베푸는 만큼 복이 돌아온 것이라 여겼다. 메뉴는 단출했다. 국내산 돼지 생족을 사용해 정성으로 삶아내는 앞발과 뒷발, 해장국과 감자탕이 메뉴의 전부였다. 한 번도 잔꾀를 부리지 않았다. 그저 깨끗이 손질해 과일과 한약재 등 15가지 비법 재료를 넣어 푹 삶아냈다.
족발을 기다리는 동안 입이 심심하지 않도록 준비한 바삭한 빈대떡과 집에서 끓인 것보다 맛있다는 콩나물국도 둥지족발의 상징이다. 갖은양념을 더한 새우젓과 쌈장도 족발의 맛을 살린다.

군대를 갓 제대한 둘째 아들이 둥지 마을 족발을 함께 하게 된 것은 정순씨의 건강 때문이었다. 십여 년 가게 운영 중 남편이 세상을 떠난 뒤 갑작스레 병이 찾아왔다. 암이라는 청천벽력같은 소리에도 가게를 비울 수 없어 입원한 기간 외에는 가게를 지켰다.

제발 쉬라는 아들들의 말도 소용없었다. 엄마의 고집을 꺾을 수 없었던 둘째 아들 심광복 대표가 함께 뛰어들었다. 일을 놓지 않는 엄마를 지키려면 곁에서 돕는 수밖에 없었다. 수시로 가게 일을 도왔기에 힘들 것은 없었다. '맛이 변했다'며 괜한 시비를 내뱉는 손님들도 있었지만 열심히 하라는 단골들의 격려가 훨씬 많았다.

작은 가게 옆으로 가게를 확장했다. 추억과 삶이 어려 지키고 싶은 터였지만 건물주의 의견을 넘어설 수 없어서다.

손가락을 몇 번 움직이면 배달이 가능해진 지 오래다. 둥지족발은 20여 년간 배달은 하지 않았다. 원하는 손님들은 늘 전화하고 방문해 포장해가는 것을 당연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족발은 배달 음식의 표본과도 같은 음식이다. 오랜 단골들은 여전히 예전 그 맛의 둥지족발을 찾지만 신규 고객의 유입이 어려운 듯했다. 오랜 상의 끝에 시대의 흐름을 따라 배달 어플 입점을 결정했다.

시대에 따라 변한 것은 메뉴에도 있다. 야채족발(냉채족발)과 불족발도 새롭게 추가됐다. 원가는 올랐지만 둥지족발은 8년 전 가격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앞발 2만9천원, 뒷발 2만5천원이라는 가격은 여느 족발집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가격이다.

정순씨에게 족발은 새로운 삶을 살게 해준 아버지 같은 존재다. 수술이 끝나고도 일을 놓지 않고 암을 완치한 기적 같은 삶의 원동력이기도 하다. 앞으로도 힘이 닿는 한 둥지족발을 지키겠다는 정순씨다. 광복씨의 생각도 다르지 않다. 대를 이어 많은 이들의 추억을 지키는 이들 모자의 고집이 오랜 단골로서 고마울 따름이다.

/ 김희란기자 khrl1004@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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