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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순

교통대 커뮤니티센터 글쓰기 강사

들판은 어느새 농익은 가을빛이다.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황금 들녘이 가슴 뿌듯이 들어온다. 문득 황금 들녘을 보면서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농부는 당연히 수확의 기쁨에 가슴이 벅차겠지만 시인은 어떤 마음이 차고 들어올까. 아마도 혹독한 겨울을 보지는 않을까. 같은 것을 보아도 느끼는 것은 다르다. 그것은 그 사람의 삶의 태도에 따라 내면에서 일어나는 알 수 없는 반응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검정고시 수업 시간에 <김춘수의 꽃>을 이해하는 시간이 있었다. 나는 수업에 앞서 그 작품에 대한 배경 이야기를 검색을 하고 좀 더 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준비를 한다.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듣다보면 공감을 하게 되고 이해가 쉬울 것이기 때문이다. 국어는 특히 암기보다는 이해력이 무엇보다 필요한 과목이기도 하다. 물론 나이가 어린 학생이라면 암기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겠지만 나의 수업을 듣는 학생들은 대부분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이 대부분이다. 수업 진도도 빠르지 않게 한다. 작품 하나하나에 대한 이야기가 길다보니 늦어질 수밖에 없다. 첫 수업을 시작하기 전 언제나 같은 이야기를 공지한다. 수업의 속도가 다소 느릴 것이니 너무 어려워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말이다. 대개 첫 수업을 들어가 보면 어르신들의 모습은 긴장 한 모습이 역력하다. 그렇게 시작된 수업이 어느 정도 무르익어 가면 어르신들은 국어는 어려운데 국어 수업은 재미있다고 말씀하신다. 마치 예날 이야기를 듣는 것 같다고 하셨다.

<김춘의 꽃>은 1950년대에 발표된 시이다. 인터넷 백과사전에서 검색해 보니 '꽃'은 1952년 "시와 시론"에 발표된 김춘수의 연작시 중 하나라고 한다. 6·25 동란이 아직 그 결말을 짓지 못하고 있을 때 판잣집인 임시 학교에서 김춘추 시인은 교사로 재직했었다. 어느 날 방과 후 어둑어둑해질 무렵이었다. 그 판잣집 교무실에 혼자 앉아 있었는데 저만치 꽃이 두어 송이가 유리컵에 담겨 책상머리에 놓여 있었다. 그걸 한참 동안 인상 깊게 바라보고 있노라니 어둠이 밀려오는 분위기 속에서 꽃들의 빛깔이 더욱 선명해지는 듯했다. 그 빛깔이 눈송이처럼 희었다. 이런 일이 있은 지 하룬가 이틀 뒤에 '꽃'이란 시를 쓰게 되었는데 힘들이지 않고 시가 써졌다고 밝힌 시인의 소회가 실려 있었다.

작가가 작품을 쓸 때는 반드시 사연이 있는 법이다. 그 작품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알게 되면 작품이 한결 이해가 쉽고 공감을 할 수 있게 된다. <김춘수의 꽃>에 대한 배경 이야기를 들려주니 어르신 학습자들은 그윽한 눈빛을 하시고는 고개를 주억거리기는 분들이 많았다. 아마도 1950년대라는 격정의 시간을 지나온 분들이기 때문이란 생각이 들었다.

작가들은 자신의 삶을 서로 다른 방법으로 이야기한다. 시인은 은유로, 소설가는 스토리로, 수필가는 깨달음으로 독자들에게 펼쳐놓는다. 하지만 어떤 작품은 독자들에게 쉬이 읽히지 못하는 때도 있다. 그것은 독자들은 알 수 없는 작가만의 심연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작가들은 실망하지 않는다. 자신의 온전한 삶이 들어 간 작품이니 누군가는 공감을 해 줄 것이고 또 누군가는 비판을 하는 이도 있기 마련이니 말이다.

황금들녘이 풍성해 보이는 것도, 풍성한 그 들녘이 혹독한 겨울을 보여주는 것도 어찌 보면 같은 이치라는 생각이 든다. 때로는 보이지 않는 세상이, 당장 눈앞에 펼쳐진 세상보다 더 깊고 넓기도 하는 일이 왕왕 있어 왔지 않던가. 그러니, 꽃병에 꽂힌 꽃이 시인의 눈에는 추상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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