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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순

교통대 커뮤니티센터 글쓰기 강사

마이너스 20도. 지난 24일 음성 날씨다. 상상도 못할 일이다. 얼마나 고민을 하고 연구를 했을까. 실패도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결국 그 모든 난관을 이겨내고 성공을 하지 않았던가. 더운 나라에서만 생산된다는 커피, 하지만 이곳 음성에서도 커피가 생산되고 있다. 몇 년 전 방송을 통해 전파가 되었으니 이미 아는 사람도 있겠지만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눈과 귀를 의심하게 했으리라. 사실 나도 처음에는 믿지 않았다.

음성 하나로 마트에는 몇 년 전 로컬푸드 코너가 만들어졌다. 음성 농가에서 재배한 작물은 포장지에 생산자의 이름이 새겨져 진열대에 올려 진다. 소비자들은 생산지 뿐 아니라 생산한 사람까지 알 수 있으니 믿고 구입을 한다. 값도 저렴해서 언제부턴가 나도 마트의 상품보다는 될 수 있으면 로컬푸드 상품을 구입한다.

로컬 푸드 매장이 들어서고 그리 오래되지 않아 마트 입구 한 옆에 카페가 들어섰다. 처음에는 여느 카페와 별반 다르지 않은 가게인 줄 알았다. 커피를 마시러 들어가니 벽에 걸린 모니터 화면에 '카페 보그너'에 대한 방송이 나오고 있었다. 음성 생극면에 있는 커피농장을 방문 취재한 내용이었다. 아마도 방송국에서 방영한 내용을 재생시키고 있었던 모양이다. 카페 주인장에게 물어 보았다. 저게 사실이냐고. 음성에서 커피가 재배된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아 한참을 시청하고도 재차 묻곤 했다. 카페 문을 열고 들어가면 커다란 커피나무 화분이 있다. 조화인지 만져보니 진짜 커피나무다.

음성에서 재배한 커피를 원두로 쓰고 있다는 생각에서인지 커피 맛이 더 신선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음성 커피는 드립으로만 주문을 받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마저도 요즘은 원가 상승으로 값이 비싸서인지 메뉴에는 없었다. 아무래도 더운 나라가 아니다 보니 다량의 커피 생산이 어려울 뿐 아니라 생산을 위한 운용비가 만만치 않을 터이다. 다행이 집에서 드립으로 내려 먹을 수 있게 소포장의 음성커피가 판매되고 있다. 집에서 내려 먹고 싶다는 생각에 음성커피를 샀다. 맛은 그리 깊지는 않다. 하지만 입 안에서 오래도록 향이 맴돈다. 무엇보다 깔끔한 맛이다. 어깨가 으쓱해진다. 음성의 로컬 푸드 커피, 왠지 자랑스러웠다. 마음이 거들었는지 커피가 더 맛있게 느껴져 기분이 좋다.

슈베르트가 사랑했다는 오스트리아 빈의 카페 '보그너' 그래서 이름을 '카페 보그너'라고 지었다는 음성 커피농장의 대표 인터뷰 기사가 잊히지 않는다. 수많은 곡을 작곡한 음악가의 마음을 유혹한 커피, 커피를 두고 한때 유럽에서는 '악마의 음료'라고 불리며 금하기도 했다. 하기야 나도 하루라도 커피를 마시지 않으면 왠지 허전하고 마음이 불안하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중독인지 집에서도 커피메이커를 거의 매일 사용하는 편이다.

하나로 마트를 이용할 때마다 들르지는 않지만 가끔 마트 근처 아파트에 사는 친구를 불러낼 때는 어김없이 '카페 보그너'가 만남의 장소가 된다. 장도 보고 차도 마실 수 있으니 바쁜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기에는 제격이다. 물론 사람들의 왕래가 많다보니 혼자서 조용히 책을 읽기에는 마땅하지는 않지만 친구와 담소를 나누기에는 이보다 더 좋을 수도 없지 싶다. 이곳을 애용하는 데는 또다른 이유가 있다. 커피와 함께 슬그머니 따라 나오는 과자도 그렇고, 언제나 밝게 대해주는 주인장의 모습이 그렇다. 말하지 않아도 이름을 기억하고 쿠폰 도장과 마트의 포인트까지도 챙겨 주는 주인장의 모습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커피는 쓰지만 그 향은 오래도록 입안에서 머무는 것처럼 음성 하나로 마트 '카페 보그너'는 사람의 향기가 진한 커피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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