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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순

교통대 커뮤니티센터 글쓰기 강사

초등학교 시절 우리 집은 과수원을 운영하였다. 과수원은 마을과 떨어진 산 밑 언덕에 있었다. 그래서인지 방학 때면 친구들과 어울리기보다는 주로 오빠들과 노는 시간이 더 많았다. 오빠들과 지척에 있던 방죽에서 붕어를 잡거나 수영을 하며 하루를 보내곤 했다. 우리 과수원은 이상하게도 과수원 가운데로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오솔길이 있었다. 과수원 너머의 논이나 밭으로 가기 위해 동네 사람들이 다니는 통로였다. 과수원은 비록 도지로 부치던 것이었지만 생각해 보면 그때가 제일 풍요롭고 행복했던 때였다. 바깥으로 돌던 아버지가 과수원을 운영하면서 성실한 남편으로 돌아왔고, 가을이면 사과와 배 수확으로 인해 어머니는 식구들의 끼니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었다.

과수원은 두 부분으로 나뉜다. 과수원 가운데로 난 오솔길이 그 경계선이었다. 오솔길 윗부분인 산 밑의 과수원은 우리 집이 속한 밭이다. 그곳에서는 소와 돼지를 길렀고, 사과나무만큼은 아니었지만 꽤 많은 배나무와 몇 그루의 자두나무와 살구나무도 있었다. 그리고 오솔길 아랫부분의 밭에는 드넓은 사과 과수원이 펼쳐졌다. 아랫부분의 밭 언덕배기에는 과수원 전체가 한 눈에 들어오게끔 아버지가 지은 원두막이 있다. 그곳에서 여름밤이면 아버지와 종종 잤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그때는 수도가 없던 때라 집집마다 우물이나 펌프가 그 역할을 했다. 우리 집은 펌프를 집 부근과 아랫밭 중간쯤 두 군데에 만들어 놓았다. 아랫밭에 있던 펌프는 주로 과수원 소독에 이용할 물을 받는 용도였다. 그곳에는 큰 물통이 있어 비가 오면 물이 저장되었다. 나는 여름밤이면 태양빛에 적당히 데워진 그 빗물 통의 물로 목간을 하는 것을 좋아했다. 마을과 떨어진 곳에 있으니 지나는 이도 없고 가끔씩 들리는 소쩍새 소리만이 사위를 채웠다. 엄마가 거친 손바닥으로 여린 내 등을 밀면 몸을 이리저리 비틀면서도 밤하늘의 별을 세느라 아픔도 잊을 수 있었다.

빗물을 받아 놓은 통은 그렇게 언제나 비어있는 때가 없었다. 빗물이 줄어들면 펌프에서 물을 받아 반 이상은 항상 채워 놓았다. 언니와 오빠들은 부모님을 도와 과수원 일을 했기 때문에 펌프에서 물 받는 일은 내 몫이었다. 물 한바가지를 빈 펌프에 붓고 긴 손잡이를 아래위로 움직이면 신기하게도 물이 촤르르촤르르 쏟아져 나왔다.

그 깊은 우물 속의 물을 끌어 올리는 한 바가지의 물, 그 물을 마중물이라고 했던가. 마중물, 이보다 소중하고 고마운 물이 또 있을까. 우리는 누군가에게 마중물이 되기고 했을 것이고, 또 다른 이가 만들어 준 마중물로 살아가고 있는 것일 게다. 과수원집에서의 생활을 떠올리게 되면 제일 먼저 사과과수원에 있던 펌프가 생각난다. 한 바가지의 물을 먹고 저 깊은 우물 속까지 들어가 삐걱삐걱 쇳소리를 내면서도 신나게 물을 쏟아내던 펌프, 그것은 어쩌면 내 삶의 나침반이 되어준 것은 아니었을까. 그러고보니 알게 모르게 마중물이 되어주었던 수많은 인연들로 인해 오늘의 내가 있는 것이리라. 이토록 모든 순간들이 소중하고 거룩할 수가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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