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맑음동두천 16.4℃
  • 구름많음강릉 18.1℃
  • 맑음서울 19.3℃
  • 흐림충주 15.8℃
  • 구름많음서산 17.1℃
  • 흐림청주 20.5℃
  • 흐림대전 19.6℃
  • 흐림추풍령 15.9℃
  • 구름많음대구 20.4℃
  • 구름많음울산 18.8℃
  • 구름많음광주 21.0℃
  • 맑음부산 21.1℃
  • 구름많음고창 18.1℃
  • 흐림홍성(예) 17.6℃
  • 맑음제주 22.8℃
  • 맑음고산 22.0℃
  • 맑음강화 16.5℃
  • 구름많음제천 12.7℃
  • 흐림보은 16.4℃
  • 흐림천안 16.3℃
  • 흐림보령 18.9℃
  • 흐림부여 18.6℃
  • 흐림금산 17.0℃
  • 맑음강진군 19.6℃
  • 구름많음경주시 17.5℃
  • 맑음거제 19.5℃
기상청 제공

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웹출고시간2025.04.10 14:12:23
  • 최종수정2025.04.10 14:12:22

김경순

교통대 커뮤니티센터 글쓰기 강사

꽤 여러해 전이었다. 충치를 확인하느라 엑스레이를 찍어 보니 아랫니 양끝으로 사랑니가 보였다. 의사는 사랑니가 누워있으니 뽑는 것이 좋다고 했다. 그때는 무슨 생각이었을까. 나는 사랑니도, 생겨 나왔을 때는 다 본분이 있을 것이니 뽑지 않겠다고 의사에게 단호하게 말했다. 의사는 큰 키에 몸도 말라 튼튼해 보이지는 않았는데, 손으로 내려오는 안경을 올릴 뿐 웃지도 않았고 고개만 끄덕였다. 딱히 불편하신 곳이 없으면 그래도 괜찮다는 말을 흐리고는 다른 환자들이 있는 치료실을 향해 몸을 돌렸다. 원래 성격이 그런 것인지, 아니면 궤변을 늘어놓는 환자를 상대하는 것이 시간 낭비라 생각 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양쪽 잇몸과 볼 안쪽에 허옇게 염증이 자주 생겼다. 목이 붓고, 열도 났다. 충주에 있는 이비인후과를 들락날락했다. 하지만 근본적인 치료가 아니었는지 몇 년을 다녀도 병은 호전 되지 않았다. 마침 작년 가을, 아랫니에 씌운 보철이 떨어져 '푸른 치과'를 찾았다. 치료가 끝나고 별 기대 없이 양쪽 잇몸 염증에 대해 여쭤 봤다. 의사는 지그시 미소를 보이더니 기다렸다는 듯, 차분한 목소리로 사랑니 때문이라고 알려 주었다. 결국 사랑니를 빼기로 했다.

직업이 강의를 하는 사람이라 말을 많이 할 수 밖에 없다. 생각지도 못하게 사랑니를 빼고 난 후 이상하게 발음이 어색했다. 얼마나 당황이 되던지, 목에 힘을 주고 실수를 하지 않으려 신경을 곤두세웠다. 어깨도 아프고 가끔 다리에 경련도 왔다. 그러고 보면 없어도 되는 이(齒)가 아니었나 보다. 지인들과 차를 마시거나 모임이 있을 때도 신경 쓰였다. 그래서 일까. 입보다는 귀를 더 많이 열어 놓았다. 카페를 가거나 모임을 가면 서로 자신의 이야기를 하느라 바쁜 세상이다. 어느 때는 실내가 왕왕대고 피곤이 몰려와 그곳을 피하고 싶어진다. 그럼에도 피할 수 없을 때는 혼자 상상 속으로 들어가 순간을 모면했다. 얼굴에는 미소를 띤 채, 절대 상대에게 들키지 않도록 말이다. 호젓한 시냇가 돌다리를 건너듯 천천히 세상을 구경하기도 하고, 책 한권 들고, 바닷가 휴양림을 걸으며 며칠짜리 음유시인이 되기도 한다.

이상한 일이다. 입 안이 헐렁해진 때문일까. 허전하기도 하고, 불안하다. 제일 깊은 안쪽, 누군가에게 단 한 번도 보여주지 않았던 은밀한 사랑니였다. 본적 없고, 보이지 않으니 세상 사람들은 그 사랑니가 없어도 된다고 했다. 영원을 꿈꿨을까, 아니면 세월의 자비심을 욕망했을까. 어쩌면 사랑니는 지지대가 되어 다른 치아들을 단단하게 세워 주었는지도 모른다. 사랑니 뺀 자리가 움푹 들어갔다. 두세 달쯤 후에는 뺀 자리에 살이 차오른다고는 했는데 정말 그럴까. 이 닦을 때, 밥 먹을 때, 말 할 때, 물 마실 때, 나도 모르게 손가락으로 더듬어 본다.

"있을 때는 관심도 없더니, 없어지니 소중하더냐?"

사랑니가 지하에서 호통을 치는 듯하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매거진 in 충북

'철탑산업훈장 수상' 곽인학 ㈜광스틸 대표이사 인터뷰

[충북일보] ㈜광스틸이 2026년 대한민국 중소기업인대회에서 영예의 철탑산업훈장을 수상했다. 2000년 설립 후 20년간 건축자재 제조 외길을 걸어온 곽인학 ㈜광스틸 대표이사는 이번 수상에 대해 "지난 20여 년간 오직 '더 안전하고 견고한 건축 자재를 만들겠다'는 외길을 걸어왔다"며 "그간 숱한 난관 속에서도 타협하지 않고 기술 혁신과 품질 향상에 매진해 온 광스틸의 고집과 정직함을 인정받은 것 같아 감회가 매우 깊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20년이 이 기반을 다지는 시간이었다면, 이번 수훈을 계기로 향후 100년을 이어갈 지속가능한 건축 자재 리딩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광스틸은 삼성전자, LG에너지솔루션 등 국내 대표 대기업 산단 현장과 공공기관에 자재를 납품하며 독보적인 신뢰를 쌓아오고 있다. 안전과 품질에 있어 단 1%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엄격한 기준이 적용되는 가운데 광스틸은 '철저한 품질관리'와 '현장 맞춤형 솔루션 제공'으로 꾸준히 선택받고 있다. 광스틸의 시그니처인 '스피드블록메탈패널'은 세계 최초로 실리콘을 쓰지 않는 Non-Caulking(논 코킹) 방식이 적용됐다. 기존 패널의 외벽 오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