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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순

교통대 커뮤니티센터 글쓰기 강사

꽤 여러해 전이었다. 충치를 확인하느라 엑스레이를 찍어 보니 아랫니 양끝으로 사랑니가 보였다. 의사는 사랑니가 누워있으니 뽑는 것이 좋다고 했다. 그때는 무슨 생각이었을까. 나는 사랑니도, 생겨 나왔을 때는 다 본분이 있을 것이니 뽑지 않겠다고 의사에게 단호하게 말했다. 의사는 큰 키에 몸도 말라 튼튼해 보이지는 않았는데, 손으로 내려오는 안경을 올릴 뿐 웃지도 않았고 고개만 끄덕였다. 딱히 불편하신 곳이 없으면 그래도 괜찮다는 말을 흐리고는 다른 환자들이 있는 치료실을 향해 몸을 돌렸다. 원래 성격이 그런 것인지, 아니면 궤변을 늘어놓는 환자를 상대하는 것이 시간 낭비라 생각 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양쪽 잇몸과 볼 안쪽에 허옇게 염증이 자주 생겼다. 목이 붓고, 열도 났다. 충주에 있는 이비인후과를 들락날락했다. 하지만 근본적인 치료가 아니었는지 몇 년을 다녀도 병은 호전 되지 않았다. 마침 작년 가을, 아랫니에 씌운 보철이 떨어져 '푸른 치과'를 찾았다. 치료가 끝나고 별 기대 없이 양쪽 잇몸 염증에 대해 여쭤 봤다. 의사는 지그시 미소를 보이더니 기다렸다는 듯, 차분한 목소리로 사랑니 때문이라고 알려 주었다. 결국 사랑니를 빼기로 했다.

직업이 강의를 하는 사람이라 말을 많이 할 수 밖에 없다. 생각지도 못하게 사랑니를 빼고 난 후 이상하게 발음이 어색했다. 얼마나 당황이 되던지, 목에 힘을 주고 실수를 하지 않으려 신경을 곤두세웠다. 어깨도 아프고 가끔 다리에 경련도 왔다. 그러고 보면 없어도 되는 이(齒)가 아니었나 보다. 지인들과 차를 마시거나 모임이 있을 때도 신경 쓰였다. 그래서 일까. 입보다는 귀를 더 많이 열어 놓았다. 카페를 가거나 모임을 가면 서로 자신의 이야기를 하느라 바쁜 세상이다. 어느 때는 실내가 왕왕대고 피곤이 몰려와 그곳을 피하고 싶어진다. 그럼에도 피할 수 없을 때는 혼자 상상 속으로 들어가 순간을 모면했다. 얼굴에는 미소를 띤 채, 절대 상대에게 들키지 않도록 말이다. 호젓한 시냇가 돌다리를 건너듯 천천히 세상을 구경하기도 하고, 책 한권 들고, 바닷가 휴양림을 걸으며 며칠짜리 음유시인이 되기도 한다.

이상한 일이다. 입 안이 헐렁해진 때문일까. 허전하기도 하고, 불안하다. 제일 깊은 안쪽, 누군가에게 단 한 번도 보여주지 않았던 은밀한 사랑니였다. 본적 없고, 보이지 않으니 세상 사람들은 그 사랑니가 없어도 된다고 했다. 영원을 꿈꿨을까, 아니면 세월의 자비심을 욕망했을까. 어쩌면 사랑니는 지지대가 되어 다른 치아들을 단단하게 세워 주었는지도 모른다. 사랑니 뺀 자리가 움푹 들어갔다. 두세 달쯤 후에는 뺀 자리에 살이 차오른다고는 했는데 정말 그럴까. 이 닦을 때, 밥 먹을 때, 말 할 때, 물 마실 때, 나도 모르게 손가락으로 더듬어 본다.

"있을 때는 관심도 없더니, 없어지니 소중하더냐?"

사랑니가 지하에서 호통을 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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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을 넘어 협력으로" 성장 네트워크 구축하는 충북이노비즈

[충북일보] "충북 이노비즈 기업들이 연결을 통해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기술 우위를 바탕으로 경쟁력을 확보한 기술혁신형 중소기업은 지역 내 탄탄한 경제 기반으로 핵심역할을 하고 있다. 30일 취임한 안준식(55) 신임 이노비즈협회 충북지회장은 회원사와 '함께 성장하는 기술혁신 플랫폼'으로서 이노비즈협회 충북지회 역할을 강화한다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안 신임 회장은 "취임 후 가장 먼저 해야할 부분은 이노비즈기업 협회와 회원사 위상 강화"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대외협력위원회(위원장 노근호 전 충북테크노파크 원장) △경영혁신위원회(위원장 이미연 ㈜유진테크놀로지 대표) △회원사 협력위원회(위원장 한연수 ㈜마루온 대표) △봉사위원회(위원장 함경태 ㈜미래이앤지 대표) △창립 20주년 추진위원회(위원장 신의수 ㈜제이비컴 대표)로 5개 위원회를 구성했다. 안준식 회장은 도내 회원사들이 가진 특징으로 빠른 적응력과 협력네트워크를 꼽았다. 그는 "충북 이노비즈 기업은 제조 기반 기술력과 신사업으로의 적응력이 뛰어나다. 첨단산업 핵심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이 다수 분포해 있고, 산업단지 중심 클러스터화도 잘 이뤄져 있어 협력 네트워크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