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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순

교통대 커뮤니티센터 글쓰기 강사

참 고운 날이었다. 가슴에 안고 있던 파스텔 톤의 꽃다발만큼이나 환한 미소를 띠며 아들과 함께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보기만 해도 미소가 절로 나는 사람이다. 아들과 딸아이 그리고 C와 저녁을 함께 하기로 했다. 그날은 서울에서 문학회 모임이 있던 날이었다. 모임이 끝나고 아들과 딸이 있는 집으로 가면서도 C를 만난다는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가슴으로 들어가는 일이 때로는 가슴 벅찬 일이기도 하다.

C를 처음 만난 건 2년 전이었다. 아들은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다고 했다. 사실 그동안 남편과 나에게는 말하지 않았지만 나는 느낌으로 알 수 있었다. 집으로 내려오면 한참을 바깥에서 누군가와 통화가 길어졌고, 일이 바빠 집을 오지 못한다는 답도 들었던 차였다. 부모는 눈빛만 봐도 알 수 있는 것이 자식의 마음이라는 것을 아마도 모를 것이다. 나도 내 눈빛을 우리 부모님에게 들켰다는 것도 모른 채 결혼을 했으니까.

나는 남편과 1년 여를 만난 끝에 결혼을 했다. 그 1년 동안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 사실 나와 남편은 서로에게 콩깍지가 씌어 주변의 상황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양가 부모님은 달랐다. 아니 시부모님은 우리를 생각하는 것이 달랐다고 해야 맞다. 시부모님의 오해는 우리 친정 부모님의 화를 돋우었고 급기야 나는 지금의 남편과 헤어지기로 결심을 한 채 서울로 올라가 버렸다. 남편은 혼자 남아 시댁과 나의 친정집을 오가며 결혼 허락을 받아냈다. 하지만 나는 내려오는 것이 망설여졌다. 아마도 미래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그때 내 나이 스물세 살이었다.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언뜻언뜻 엄마가 나를 보시던 눈빛이 참 슬펐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나는 고작 1년을 남편과 만나며 서로를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결혼을 했다. 그러니 결혼 생활이 어찌 쉬울 수 있었을까.

큰 딸아이도 내년이면 결혼을 한다. 어떻게 그리도 좋은 사람을 만났는지 대견할 뿐이다. 서로를 존중해주고 아껴주는 모습이 너무도 예쁘다. 그러고 보면 사람을 만나고 관계를 이어 가는 일은 삶의 색을 완성해 가는 것이란 생각이 든다. 언젠가 지인이 한 말이 스쳐 지나간다. 인연의 색은 모두 제각각이어서 모두 다른 모양의 사랑을 한다는 것이다. 좋은 인연, 나쁜 인연 할 것 없이 느껴지는 감정의 폭도, 깊이도 다르듯이 말이다.

C를 처음 본 순간을 얘기하라면 연한 보랏빛과 분홍빛이 어우러진 색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통통 뛰는 말투와 환하게 웃던 얼굴에서 미쁜 마음까지 느낄 수 있었다. 2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C는 달라지지 않았다. 그날 우리는 저녁을 먹고 영화도 보러 가기로 했다. 영화가 시작되기까지 시간의 여유가 있었다. C는 나에게 보여 드리고 싶은 게 있다며 근처의 백화점으로 우리를 이끌었다. 그곳에는 성탄절맞이 대형 크리스마스트리가 저만치에 설치되어 있었다. 생전 처음 직접 맞닥뜨린 초대형 트리였다. 트리를 보기 위해 입장을 하려 줄을 섰다. 하지만 마감시간이 되었다며 관리인들이 막아섰다. 아쉽지만 그냥 돌아가려는데 C가 그냥 가면 안 된다며, 관리인에게 다가가서는 한참을 설득을 하는 것이었다.

시골에서 올라온 어머니인데 꼭 보여드리고 싶다며 두 손을 모으고는 간절하게 부탁하는 모습에 관리인의 마음도 움직였던 모양이었다. 다른 사람들 눈도 있으니 빨리 사진만 찍고 나오라며 허락을 해 주었다. C는 내 손을 꼭 잡아 대형 크리스마스트리 앞에 세우고는 이렇게 저렇게 사진을 찍어 주었다. 그 모습이 얼마나 예쁘던지, 가슴이 참 따뜻했던 순간이었다.

우리는 하루하루를 살면서 많은 사람들과 인연을 맺기도 하고 끊기도 한다. 또한 그 인연들 중에서 상처를 주거나 받기도 하고, 사랑을 주거나 받는 관계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런데 그 모든 관계는 결국 자신의 마음이나 행동으로 결과를 낳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마음속에 어둡거나 숨기고자 한 것이 그득하다면 언제고 진실은 드러나고야 말 것이다. 반면 마음이 밝거나 따뜻함이 가득한 사람은 말과 모습에서 우러나와 상대를 저절로 사랑으로 이끌게 된다.

인연의 색, 참 묘하다는 생각이 든다. 생각해 보면 그동안 똑같은 인연은 하나도 없었다. 미묘한 차이지만 모두 다른 모습과 색으로 내 주위를 스쳐 지나가기도 했고, 지금도 여전히 머무는 인연이 있다. 내게 머무는 인연을 두고 딱히 왜 좋은지는 말은 못하지만 어렴풋이 느낌은 말할 수 있다. 나와 비슷한 색을 가진 인연이라는 것이다. 각자의 색은 진하지 않지만 서로에게 스며들어 만들어 내는 빛은 오묘하게 빛나는 고운 빛이라고 자신 있게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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