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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2.06.09 17:35:37
  • 최종수정2022.06.09 17:35:37

김경순

교통대 커뮤니티센터 글쓰기 강사

개구리 소리가 요란하다. 우리 집 작은 연못에 사는 개구리 두 녀석의 소리다. 서로 질세라 옥타브도 따라 올라간다. 오랜만에 내린 비에 농작물만 반가운 것은 아닌가 보다. 물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생물들에게도 비는 목소리가 커지고 배를 불릴 수 있는 생명줄과도 같다. 어제부터 간간히 내리던 비가 오늘 오전에는 제법 굵직하게 쏟아 졌다. 이 비가 갈라진 땅도 농부의 마음도 어루만져 주길 바라본다.

오늘은 글쓰기 수업이 야외수업으로 잡힌 날이다. 비가 온다는 소식에 수업을 어찌해야 할지 설왕설래 했지만 오랜만에 잡은 야외 수업을 포기할 수 없어 그냥 진행하기로 했다. 아니나 다를까. 아침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수업 자료가 들어있는 가방을 챙겨 집을 나서는데 연못의 개구리들이 잠시 멈추었던 목청을 돋운다. 그것이 마치 잘 다녀오라는 배웅처럼 들렸다. 하지만 머릿속은 부디 수업 시간에는 비가 참아줬으면 좋겠다는 생각만이 가득했다. 평소 같으면 이 비가 얼마나 반가울까. 그렇잖아도 빗소리를 좋아하고 비를 맞는 것도 좋아하는 나인데 오늘은 그렇지가 않다. 수업 장소는 음성의 아담한 사찰 '묘정사' 정자이다. 도착해 보니 벌써 수강생들은 두런두런 이야기꽃을 피우는 중이다.

요즘은 자서전 쓰기 강의를 하고 있다. 모든 글쓰기가 자신을 들여다보는 일이라 하지만 자서전 쓰기만큼 자신을 알아가는 방법에 있어 깊지는 못하다. 어린 시절부터 시작해 현재 자신의 모습까지 그야말로 자신의 모든 세월을 되작여 보는 일이다. 처음에는 다들 무엇을 써야 할지, 어디서부터 시작을 해야 하는지도 막막해 했다. 나는 서두르지 않았다. 기억의 씨앗을 꺼내자고 했다. 눈을 감고 자신의 어린 시절 집 마당, 부모님, 형제자매들을 생각하게 했다. 그 후 놀라운 일이 벌어 졌다. 자신의 이야기들이 술술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 누구에게도 하지 못했던 아프고 힘들고 외로웠던 순간들의 일들이었다. 그렇게 하루하루 이어져 온 수업이다. 이제는 내가 굳이 어떻게 쓰라는 방법을 일러 주지 않아도 자신들의 이야기를 쓰고 발표하는 게 낯설지가 않다.

오늘은 예전에 써 놓았던 나의 초등학교 시절 이야기를 예문으로 읽어 주었다. <어머니의 초상화>란 글이었다. 당신보다 자식밖에 모르시던, 까막눈의 어머니에 대한 글이었다. 마흔이 넘어 나를 낳으셨던 어머니는 언제나 일 바지 차림에 쪽진 머리를 하고 다니셨다. 학교 친구들은 그런 나의 어머니가 학교에라도 오시면 우리 할머니냐고 묻곤 했다. 어느 날은 미술 시간에 '어머니의 초상화'를 그렸는데 담임 선생님은 내 그림을 게시판에 걸어 놓으시고는 '할머니의 초상화'라고 제목을 붙이셨다. 그때 나는 선생님께 할머니가 아니고 어머니라고 감히 말씀을 드리지 못했다. 까막눈의 어머니는 그런 것도 모르고 학예 발표회 날 교실 게시판에 붙은 내 그림을 보시고는 돌아가실 무렵까지도 얼마나 자랑스러워했는지 모른다. 때마침 글을 낭송하는 내내 비가 주룩주룩 내려 정자 지붕을 타고 내려오는 빗소리에 사방이 소요했다. 그 덕분에 돌아가신 어머니 생각에 울컥한 내 목소리는 빗소리에 파묻혀 아무에게도 마음을 들키지 않아 다행이었다.

우리가 글을 쓰는 이유는 아프고 힘들었던 지나간 삶을 바탕으로 앞으로의 삶이 힘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은 아닐까. 글을 쓰기 위해서는 자신의 깊은 내면 끝까지 밀고 내려가야 한다. 그러다 보면 예상치 못했던 수많은 장면들을 마주한다. 별것 아니었던 자신의 삶이 정말 특별해 지는 경험도 맛본다. 가여워 안아 주고 싶고, 기특해 쓰다듬어 주고 싶고, 사랑스러워 뽀뽀해 주고 싶은 그런 소중한 순간들을 말이다. 그러고 보면 우리가 이렇게 꿋꿋하게 살아가는 이유는 같은 이유라는 생각이 든다. 각자 자신만의 삶의 텃밭에서 힘들고 고된 순간들의 긴 밭도 묵묵히 피하지 않고 소중하게 하루하루를 가꾸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하는….

하여, 우리는 지금 모두가 다른 빛나는 삶을 쓰는 중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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