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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순

교통대 커뮤니티센터 글쓰기 강사

참으로 이상한 일이다. 멀어지면 불안하고 너무 가까이 다가오면 부담스럽다. 이상적인 관계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라는데 그게 어디 말처럼 쉬운 일일까. 귀가 얇은 것인지 아니면 마음이 약한 것인지 나는 곧잘 관계에 빠져 허우적일 때가 많다. 그것은 사람뿐만 아니라 생명이 있는 모든 것이 포함된다.

봄만 되면 나는 화훼시장을 들락날락한다. 이제는 그러한 나의 행동이 봄만 되면 행하는 습관이 되고 말았다. 아침에 일어나면 밥을 준비하기 전에 마당을 둘러본다. 화단에서 일어나는 작은 움직임을 제일 먼저 목도하고 싶은 마음에서인지는 모르겠으나 자연스런 행동이 되었다. 며칠 전에도 화단을 둘러보니 여기저기서 튤립과 수선화가 뾰족뾰족 잎을 땅위로 내밀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런데 작년에도 분명 빈 곳이 없게 채워서 심은 것 같은데 올해도 어김없이 여기저기 틈이 보였다. 사람도 그렇지만 화초야 말로 무리를 지어 피어있는 것이 더 탐스럽고 보기가 좋다.

그렇게 내가 시장에서 사다 심은 꽃들과 나무들은 봄부터 가을까지 꽃이 피고 지고, 푸른 잎들로 싱그럽다. 하지만 전문가가 아니다보니 꽃과 나무의 위치가 제각각이어서 정돈된 맛은 없다. 게다가 가까운 야산에서 캐다 심은 야생화들의 번식력은 얼마나 대단한지 화단을 벗어나 사람이 들고나는 마당 곳곳에도 씨가 날아가 자리를 잡는 녀석이 많다. 남편은 왜 뽑아내지 않느냐고 성화지만 나는 차마 뽑아 버릴 수가 없어 화단 가까운 곳으로 자리를 옮겨 준다. 그러니 여름이면 우리 집 화단 안팎은 식물들의 자리다툼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식물들에게는 한없이 정을 끊지도 못하면서 사람과의 관계에서는 어느 정도 맺고 끊는 것은 잘 하는 편이다. 그것은 어쩌면 그동안 사람과의 관계를 거치며 알게 된 답습의 결과는 아닐까싶다. 우리는 겉모습을 통해 그 사람을 평가하게 된다. 물론 그 사람과의 관계도 거치지 않고 처음 대면하는 사람을 알기에는 어려운 것이 당연하다.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섣불리 상대방을 이렇다 저렇다 평가는 해서 안 된다. 사실 나도 남편과 맞선을 보고 끌린 이유는 남편의 따뜻한 인상 때문이었다. 하지만 결혼을 하고 난 후 남편은 참 벅찬 사람이었다. 생활력도 강하고 성실한 사람은 맞지만 자신만을 바라보는 아내에게는 그리 좋은 남편은 아니었다. 물론 남편도 내가 자신이 생각했던 착하고 순종적인 여인이 아니라는 사실에 실망을 했을 터이다. 그러니 우리의 결혼 생활이 어떠했을까. 지금 생각해도 신혼시절은 행복했던 순간보다는 남편을 비롯한 시부모님과의 관계가 버겁고 힘들었던 날들이 더 많았다.

그렇게 모난 돌 같았던 우리 부부도 어느덧 결혼한 지도 서른 해를 훌쩍 넘겼다. 이제는 서로에게 무던해 졌다고 해야 할까. 굽이굽이 굴곡도 많았고, 세찬 파도를 만나는 순간도 많아서 이제는 둥글둥글 서로에 대한 이해로 살아가는 듯하다. 만약 우리가 처음부터 사이가 좋았다면 어땠을까. 이상하게도 사람의 관계는 항상 좋을 수만은 없다. 싫었다가도 좋고, 좋다가도 어느 순간 싫어지게 된다. 그런데 관계가 지속되는 것은 갈등을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달렸다. 부부의 관계가 지속되는 데는 자식들이 한 몫을 하게 된다. 그것은 자식이 서로가 지켜야하는 책임과 의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타인의 관계에서는 지켜야하는 책임도 의무도 없으니 관계를 지속하는 일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인지 나도 그동안 자의반 타의반 관계를 끊은 사람들이 더러 있다. 그런 경우 가만히 생각해 보면 아마도 서로에 대한 신뢰 때문이란 생각이 든다. 결국 관계란 자신이 뽑아내는 실 속에 갇히는 것이다. 관계의 덫, 언제쯤이면 내가 만든 덫에서 빠져나와 자유로울 수가 있을까. 그 해답은 어쩌면 내가 이 세상 소풍이 끝나는 날 자연스레 풀리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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