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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순

교통대 커뮤니티센터 글쓰기 강사

봄, 시작이다. 모든 생명들이 움트기 시작하는 계절, 사람도 자연과 더불어 생동한다. 추위로 모든 것이 정지 된 듯 움직임이 없던 설성공원도 어느새 여기저기 보이지 않게 스멀댄다. 가까이 가야만 보이는 땅속의 생명들과 나무들의 몸짓 뿐 아니라, 멀리서 보아도 느낄 수 있는 아이들의 모습 모두다. 어쩌면 저리도 맑을까. 하늘로 띄워 올린 것은 축구공만이 아니다. 공원을 깨우는 소년들의 웃음과 말소리가 공을 따라 하늘 높이 떠오른다. 설성공원의 봄은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비로소 스위치가 켜진다. 물론 지금은 겨울의 막바지, 불어오는 바람결에 봄의 내음도 느껴지지만 어딘가에는 겨울의 매서움이 움츠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아이들의 웃음으로 숨어 있는 겨울을 밀어내고 있으니 계절은 결코 후퇴하지 않을 것이다.

설성공원에서는 많은 축제가 벌어진다. 벚나무와 연산홍이 꽃을 터트리면 축제의 시작이다. 어린이날이면 이곳에 아이들을 가득 불러 모아 축제를 벌이고, 그 다음은 품바의 정신을 이어받은 나눔과 사랑의 축제가 그 뒤를 잇는다. 여름이면, 음성예총에서 주최하는 한여름 밤의 가요제가 열리기도하고, 가을이면 설성문화제로 공원은 또 잠 못 드는 밤이 계속 된다. 물론 설성문화제의 주 무대는 종합운동장이지만 이곳도 사람들로 붐비기는 마찬가지다. 큰 축제 말고도 소소하게 일어나는 작은 축제들도 있다. 유치원생들의 운동회, 노인들의 무료 급식, 여러 단체들의 체육대회가 이곳을 달군다.

설성공원에서는 가끔 우연찮게 행운 같은 일이 일어나기도 한다. 2년 전, 어느 여름날이었다. 단풍나무 그늘이 있는 벤치에 앉아 책을 읽고 있었다. 처음에는 누군가 라디오를 크게 틀어 놓은 줄 알았다. 주변을 둘러보니 저 멀리 공원과 맞닿은 음성천 대로변의 경계쯤, 백화나무 그늘 진 곳에 앉아 있는 사람이 보였다. 달랑 기타 하나 들고 노래를 부르는 남자였다. 내가 앉아 있는 곳과는 거리가 있어, 노래 소리가 크지 않아 적당히 달달하게 귀에 감겼다. 노래가 끝나자 나도 모르게 박수를 힘차게 쳤다. 그런데 나 말고도 듣는 이가 있었는지 저 먼 곳에서 박수소리가 들려왔다. 우리의 박수에 용기를 얻은 것일까. 한결 맑고 청아한 노래 소리가 공원을 가득 채웠다. 그 뒤로도 몇 곡의 노래를 더 부르고는 기타를 내려놓는 모습이 보였다. 공짜로 들으려니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해 근처의 카페에서 시원한 아메리카노 사다 그 남자 앞에 놓고는 얼른 제자리로 돌아 왔다. 그날 이후, 그 남자가 공연을 하지 않은 것인지, 내가 시간을 맞추지 못한 것인지 라이브 공연은 더 이상 들을 수가 없었다.

설성공원은 사람들에게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 준다. 먼저 인조 잔디가 깔린 족구장에서는 봄부터 초겨울까지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도 배드민턴이나 족구로 여유를 즐긴다. 그리고 좌측에는 노인들의 휴식과 건강을 책임지는 게이트볼장이 있다. 흰색의 천정 가림막이 설치되어 있는 야외 음악당에서는 각종 공연이 열려 사람들을 즐겁게 한다. 하지만 야외 음악당 근처에 세워져 있는 '위안부 소녀상' 앞에서는 잠시 경건한 마음을 지녀야 한다. 공원 곳곳에 있는 아름드리 느티나무는 한여름 폭염으로 힘들어 하는 사람들에게 그늘을 만들어 주고, 곱게 물을 들이는 가을이 오면 저절로 사색에 젖게 한다. 공원의 우측에는 경호정이 있는데 그곳에서는 고려전기에 건립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오층모전석탑'을 만나는 행운도 얻는다. 연못에는 수련과 함께 어른 팔뚝만큼 큰 잉어들이 유유자적한다. 어쩌면 정자에서 이몽룡과 춘향이가 도란도란 이야기하는 모습도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겨울의 공원은 자는 듯 보이지만, 눈 쌓인 풍경은 음성의 절경 중 하나다. 설성공원은 음성 사람들에게 숨을 쉬게 하고, 평안을 가져다주는 허파 같은 장소다. 음성의 정 중앙에 있어 누구나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러니 음성사람 뿐 아니라 이방인들 누구나 그곳에 가면 추억 하나쯤은 가슴속에 지니게 된다. 어느 한 계절 아름답지 않은 모습이 없는 설성공원, 너무도 소중하고 자랑스러운 음성의 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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