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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3.03.30 17:20:54
  • 최종수정2023.03.30 17:20:54

김경순

교통대 커뮤니티센터 글쓰기 강사

봄, 꽃의 향연이다. 산수유, 개나리, 진달래, 목련, 벚나무 등, 나무들이 바투 꽃을 피어내는 중이다. 눈을 어디로 돌려도 사방천지가 온통 꽃 잔치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성이 차지 않는지 전국의 명소를 찾아 꽃들을 보기위해 떠나기 바쁘다. 하지만 어디 잔치를 벌인 것이 꽃 뿐 이랴. 봄나물들에게도 봄은 몸을 달뜨게 만드는 계절이지 않던가. 다행인 것은 봄나물은 그리 멀리 가지 않아도 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남들은 주말이라 꽃구경을 간다지만, 나는 봄을 먹으러 가는 중이다. 딱 이맘때, 3월이 지나면 먹을 수 없다는 불미나리 삼겹살 행사장이 그곳이다. 어느 해는 3월이 훌쩍 지나고 나서야 생각이 나는 바람에 그만 놓쳤던 때도 있었다. 올해는 다행이도 C여사님 덕분에 귀한 불미나리를 먹게 되었다. 불미나리는 돌미나리라고도 하는 밭 미나리를 말한다. 이곳의 불미나리는 향도 진하고, 줄기도 전혀 질기지 않아 생으로 먹어도 식감이 좋다. 미나리에는 각종 비타민과 무기질, 섬유질이 풍부한 알카리성 식품이니 영양 만점의 봄나물인 셈이다.

음성의 구안리 청정 불미나리 먹거리 행사장은 2013년부터 운영되어 온 마을기업으로 3월, 한 달간만 운영을 한다. 이곳의 불미나리는 300m 암반수로 재배를 해서일까. 미나리에서 느껴지는 쓴 맛이 없다. 오히려 달큰한 맛이 난다. 삼겹살이 익기 전 미나리전이 먼저 나왔다. 진한 미나리향이 느껴지는 전을 먹으니 벌써 배가 든든했다. 그런데도 삼겹살이 익으니 젓가락이 연신 춤을 춘다. 돼지고기 누린내는 어디가고 향긋한 미나리향이 삼겹살 맛을 한층 돋운다.

모두들 배가 든든한 지 삼겹살을 가져가는 젓가락이 느려지고 있을 때 쯤, 주인장이 우리 곁으로 다가왔다. 걸음걸이가 단아한 외모만큼이나 조용하다. 이렇게 번잡스러운 식당일과는 거리가 먼 분이라 생각했다. 사실 이곳 불미나리 행사장의 안주인은 음성 향교에서 예절사를 지내셨고, 한복을 만드는 장인이시다. 나와 인연을 맺은 것은 10여 년 전쯤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음성자원봉사센터에서 있었던 교육봉사 강사 전문 봉사단 양성 과정에서 그 분을 만났다. 말씀을 하실 때도 큰소리를 내는 법도 없으셨다. 함께 수업을 받으며 우리는 제법 가까이 지내는 사이가 되었지만, 교육봉사 활동이 뜸해지면서 점점 서로에 대해 소원해졌다.

인연이라는 것이 참 소중하다는 생각이 든다. 불현 듯 만나도 좋고, 곁에서 바라만 보아도 지긋이 미소가 번지는 분이다. 그 분을 생각하면 한복을 곱게 입은 모습이 먼저 떠오른다. 한복이 정말 잘 어울리지만, 한복을 입지 않아도 풍겨져 나오는 단아함은 어찌 숨길 수 없나보다. 공군대령 조종사 출신의 남편과 함께 서울에서 이곳 음성 구안리에 뿌리를 내린 두 분의 모습을 보면 고마움이 앞선다. 더구나 이곳에 불미나리를 재배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건강함을 제공하니 그 또한 감사할 일이다.

오늘은 주말인데도 3월의 끝 무렵이라 그런지 손님이 그리 많지 않다. 북적이지 않아, 여유 있게 음식을 즐긴 것 같다. 이곳도 작년과는 많이 달라졌다. 주차장이 협소해 들어오는 길에 일렬로 차를 세우느라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그런데 이제는 번듯하게 넓은 주차장도 있어 반가웠다. 또한 넓은 주차장 한 옆으로는 카페를 짓느라 공사가 한창이다. 주차장과 잇닿아 있는 곳에는 사과 과수원이 있는데 주인 내외의 또 다른 일터이기도 하다. 봄에는 불미나리를 그 외 계절에는 과수원일로 바쁜 두 분이다. 아마도 불미나리 철 외에도 사과 과수원과 함께 카페로 사람을 불러 모으려는 듯하다. 사과 꽃이 지고 애기 사과가 달리면 아마도 카페가 완성이 되지 싶다.

작별 인사를 하고 나오는데, 안주인이 우리의 뒤에서 아직 미나리 하우스 한 동은 수확 전이니 4월 초까지는 할 것 같다는 말씀을 해 주셨다. 그렇잖아도 한 번만 맛보기에는 아쉬웠던 참이었다. 행사가 끝나기 전에 가족들과 꼭 다시 찾아오리라 다짐을 해 본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누가 저리도 수채화를 예쁘게 그렸을까. 노란색, 초록색, 붉은색 칠을 한 봄 산이 아쉬운 듯 저 멀리서 우리들을 배웅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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