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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순

교통대 커뮤니티센터 글쓰기 강사

그리도 부지런하던 소리의 주인공들은 다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밤이던 달빛마저도 노래가 되던 풀벌레 소리였다. 하긴 푸르게 빛나던 풀과 나뭇잎들이 시르죽는 계절이니 가을벌레들도 무대를 떠날 수밖에 없었으리라. 그래서인지 밤이면 창문을 열고 귀를 기울이던 일들이 그립기만 하다. 어느새 계절이 가을에서 겨울로 옮겨가는가 보다.

이상하게도 이 계절이면 오헨리의 작품 <마지막 잎새>가 생각난다. 가난한 화가 지망생 존시가 폐렴에 걸린 것도, 그녀가 침대에 누워 보던 옆 건물의 담쟁이가 잎을 떨구기 시작한 것도 이맘때다. 푸르게 담을 뒤덮은 담쟁이는 생명력의 화신이다. 그런 담쟁이가 가을이면 노랗고 빨갛게 온 벽을 물들이고 제일먼저 가을을 마감한다. 존시에게 담쟁이는 자신의 분신이었다. 하나 둘 떨어지는 잎들은 마치 자신의 죽음을 예견하는 것 같아, 폭풍우가 몰아치던 그 밤 존시는 자신의 마지막을 생각하며 다음날 아침을 맞는다. 그럼에도 벽에는 잎새 하나가 무섭던 그 밤을 지켜냈다. 존시의 생명을 붙들어 논 셈이다. 하지만 존시의 생명은 다른 누군가의 생명과 맞바꾼 일이었다. 이웃의 늙은 화가 베이먼씨는 존시를 위해 폭풍우가 불어오던 그 밤, 온 힘을 다해 마지막 잎새를 그녀가 언제나 바라보던 그 담쟁이 넝쿨에 자신의 붓으로 달아 놓았다. 걸작을 남기고 싶어 하던 베이먼 씨에게 그 일은 자신의 생명을 건 엄청난 일이었다. 그리고 결국 그는 존시의 생명을 살린 '마지막 잎새'라는 걸작을 세상에 남겨놓고 폐렴으로 죽음을 맞는다.

마지막 잎새는, 존시에게는 생명의 끝과 시작을 의미한다. 마지막 잎새 하나마저 떨어지면 그것은 자신이 죽음을 맞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 잎새가 모진 바람에도 떨어지지 않고 살아남는 일은 자신의 부활을 의미한다. 베이먼씨에게 마지막 잎새는 조금은 다른 의미이다. 마지막 잎새가 떨어지는 일은 다정한 이웃을 잃는 일이었다. 하지만 자신의 붓으로 그 잎새를 정교하게 떨어지지 않는 잎으로 표현하는 일은, 이웃의 생명을 지켜내는 일이기도 했지만 그가 꿈에도 그리던 걸작을 남기는 일이었다. 그러니 자신이 죽을 수도 있는 일을 기꺼이 했을 것이다.

한 계절이 가고 오는 달, 11월이다. 이어달리기 선수가 배턴을 잘 주고받아야 승리를 하듯,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다. 11월은 가을을 갈무리하고 겨울을 맞는 달 이음 달이다. 누군가는 10월이 추수의 계절이니 제일 바쁜 달이지 않겠냐고 하겠지만 사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11월만큼 바쁜 달도 없다. 사람이 가꾸는 들도, 자연이 돌보는 모든 열매도 마무리를 해야 한다. 내년을 기다리기 위한 시작이다. 그러니 몸도 마음도 얼마나 바쁠 텐가. 내일로 미루거나 능놀다가는 다음에 대한 기약을 허망하게 만들 뿐이다. 그야말로 게으름이 허락되지 않는 달이다. 얼마 전 무서리가 내리더니 어제와 오늘은 된서리가 내렸다. 빈들이 하나둘 늘어 간다. 된서리를 맞아야 수확을 하는 사과와, 서리태가 있는 밭도 머잖아 휑해 질 것이다.

그러고 보니 11월은 농부들과 자연이 그림을 그리는 달이었다. 농부들은 곡식들을 수확하며, 자연은 씨앗을 만들며, 내년에 대한 큰 그림을 구상하고 꿈을 품는다. 그러니 11월은 바쁘고도 아름다운 걸작을 그리는 이음 달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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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세종충북지회장 인터뷰

[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