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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2.01.27 16:03:34
  • 최종수정2022.01.27 16:03:34

김경순

교통대 커뮤니티센터 글쓰기 강사

예술가들이 자신의 말을 표현하는 방법은 종종색색이다. 글을 쓰는 사람들은 글로 표현하다보니 아무래도 독자는 쉽게 이해가 될 듯하다. 여타의 예술인들 또한 자신들의 작품으로 내면을 표현하리라 본다. 그중에서 나는 화가들의 표현력에 종종 감탄을 하게 된다. 한 권의 문학 작품을 그림 한 점으로 표현을 할 수 있다는 점이 그렇다.

얼마 전 며칠에 걸쳐 윌리엄 세익스피어의 4대 비극인 '오셀로', '리어 왕', '맥베스', '햄릿'을 읽었다. 그런데 사실 내가 이 책들을 읽은 것은 한 장의 그림 때문이었다. 존 에버렛 밀레이가 그린 '오필리아'라는 그림이다. 오필리아는 '햄릿'에서 덴마크의 왕자 햄릿을 연모하는 여인이며 왕비 후보이기도 하다. 그런데 햄릿에게 외면당하고 자신의 아버지마저 햄릿에 의해 죽임을 당하자 그 충격으로 미치게 된다. 오필리아는 실성한 상태에서 개울의 꽃을 꺾다 빠지게 되는데, 물에 떠내려가면서도 계속 노래를 부르다 서서히 물속으로 가라앉아 죽어 간다.

물위에 떠 있는 오필리아는 살아 있는 듯 아름답다. 물위로 부풀어 오른 치마도 생명을 불어 넣었다. 반쯤 벌린 입에서는 노래를 부르는 듯하고 주위의 배치된 꽃들과 풀들은 오필리아의 아름다움을 보태고 있다. 오필리아는 '햄릿'에서 보면 정치적인 희생양이라고 할 수 있다. 햄릿과 오필리아의 아버지 플로니어스 욕심 사이에서 이용된 불쌍한 여인이다. '햄릿'을 읽어 본 사람이라면 '오필리아'의 그림 앞에서 아름답다라고 말할 수 없다. 그럼에도 그림만 본다면 죽음을 표현한 그림이라는데 살아 있는 듯 아름다운 모습에 빠져들게 된다. 그래서일까. 화가 존 에버렛 밀레이는 관람객을 위해 그림 곳곳에 의미심장한 단서를 넣어 두었다. 오필리아의 치맛자락 가득 펼쳐진 팬지꽃은 허무한 사랑을, 그리고 그녀의 머리 위에 드리워진 버드나무는 버림받은 사랑을 뜻한다. 햄릿에게 버림받고, 아버지에게 이용당한 오필리아, '오필리아' 그림 한 장은 희곡 '햄릿'의 모든 이야기를 담고 있으니 정말 무겁고도 깊은 그림이 아닐 수 없다.

언어는 무한하다. 말을 못하는 사람들은 손짓으로, 음악을 하는 사람은 악기로, 건축을 하는 사람은 건물로, 조각을 하는 사람은 조각물로 자신들의 모든 이야기를 표현한다. 그런데 우리는 점점 나이가 들고 커가면서 무언가를 표현을 하는 일이 쉽지 않다. 유치원아이들에게 짧은 동화 한 편을 들려주고 그림을 그려 보라고 하면 곧잘 그려낸다. 그런데 초등학생이나 중학생 고등학생들에게 책 한권을 읽고 책의 내용을 그려보라고 하면 한참을 뜸 드려 겨우겨우 그린다. 그것은 나이가 먹고 배움이 진행되면서 생각은 많아지지만 오히려 표현할 수 있는 폭은 좁아지기 때문이다. 또한 내면에서 이는 갈등과 억압으로 인해 일어나는 현상이며 누군가에게 관심받기 위해, 잘 보이기 위해 안전한 쪽으로 내면이 기울기 때문일 것이다.

예술가란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창조하는 사람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아름다움은 무엇일까. 기준은 있을까. 아니다. 아름다움이란 개인의 취향에 따른 모습으로 선택된다. 우리는 흔히 예술가들을 일컬어 영혼이 자유로운 사람들이라고도 부른다, 그것은 예술이야말로 내면의 구속이 있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그래야 무언가를 창조하고 아름다움을 표현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세계의 역사는 언제나 흐른다. 그 역사의 구비마다 화가들은 증인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사진이라는 신문물이 등장하면서 그림은 그 역할이 빛을 잃어가는 듯 했다. 하지만 그림은 사람이 가지 못하는 그 어느 곳도 그려 낼 수 있으니 어찌 사진이 그림의 언어를 따라 갈 수 있다 할까. 그림 '오필리아'를 본다면 백 번 만 번 고개를 주억이게 될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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