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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순

교통대 커뮤니티센터 글쓰기 강사

노란 의자가 캔버스를 독차지 했다. 의자 위에는 담배와 파이프를 올려놨다. 나무로 만든 의자는 팔걸이도 없다. 그러니 편안한 느낌 보다는 왠지 쓸쓸함이 묻어난다. 빈 의자는 고흐 자신을 상징하는 듯 위태로워 보인다. 빈센트 반고흐가 아를의 노란집에서 고갱과 함께 지내면서 그린 <빈센트의 의자>다. 그리도 원했던 고갱과의 생활이었지만 고흐에게는 그것이 마냥 행복한 것만은 아니었던가 보다.

그 무렵 고흐는 <고갱의 의자>도 그렸는데 두 그림은 여러 면에서 사뭇 다르다. 일단 의자의 색에서도 <빈센트의 의자>는 주로 노란색인 반면, <고갱의 의자>는 노란색과 밤색, 푸른색이다. 모양도 고흐의 의자는 등받이만 있어 밋밋하지만 고갱의 의자는 등받이와 팔걸이가 있어 편안해 보인다. 그 뿐이 아니다. 밖으로 휘어진 다리와 등받이, 팔걸이들은 부드러운 곡선으로 치장을 했다. 누가 봐도 값 좀 나가는 의자다. 아마도 자신이 존경하던 고갱을 위한 배려였을 것이다. 의자 하나를 통해 이렇게 사람의 마음속까지 꿰뚫어 볼 수 있다는 데 놀라움이 클 수가 없다. 굳이 글을 쓰지 않아도, 말이 없어도 고흐는 자신의 그림 안에서 온전히 그 외로움을 호소한다.

의자가 '궁둥이를 대고 걸터앉을 수 있게 만든 기구'라지만 이제는 그 말은 사전에만 박제될 말이다. 그 말은 의자만큼 역할이 화려하기도 무서운 것도 없다는 뜻이다. 어찌 보면 의자는 언제, 어느 곳에서, 누가 사용하느냐에 따라 행복하기도 편안하게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권의와 권력, 사람의 생명까지도 탐하는 것이 되었다.

십년도 더 지났지만 아직도 가슴이 먹먹해지는 의자가 있다. 친정집 대문은 초록색 철제 대문이었다. 대문 양 옆으로는 봄부터 가을까지 친정어머니가 심고 가꾸시던 다알리아와 장미, 명자나무가 담상담상 환하게 집 앞을 밝혀주었다. 그 앞에서 친정아버지는 작은 나무의자를 놓고 누군가를 기다리듯 우두커니 앉아 계시는 날이 허다했다. 왜 그렇게 앉아 계시냐 물으면 얼쯤얼쯤 하실 뿐이었다. 그때 친정아버지는 뇌경색을 앓고 계시던 때였다. 말도 어눌하니 표현도 제대로 못하셨다. 게다가 치매까지 와 정신도 온전치 않았다. 한 달에 두 번 청주에 있는 병원으로 진찰을 가는 날이면 이른 아침부터 그렇게 앉으셔서 나를 기다리셨다.

친정아버지의 나무 의자는 성인 남성이 앉기에는 작기도 하고 등받이도 높지 않았다. 그런데도 아버지는 언제나 다리를 꼬고 앉아 계셨다. 그렇게 2년여를 치료를 받다 결국에는 병원에서 돌아 가셨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친정집을 가게 되었다. 아버지의 의자가 여전히 대문 앞을 지키고 있는 것을 보니 마음이 울걱했다. 아무런 칠도 하지 않은 작은 의자는 병환으로 여윌 대로 여윈 아버지의 모습처럼 보였다. 고통과 아픔까지 느껴졌다.

고흐가 자신의 의자를 그리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쓸쓸하고 외로운 마음을 고갱이 알아주기를 바라지는 않았을까. 그러고 보니 차마 아버지의 의자를 안으로 들여 놓지 못하던 어머니의 마음도 그것과 맞닿아 있었던 것을 아니었을까. 친정 부모님을 모두 여읜 지금에야 그 깊은 외로움과 쓸쓸함을 통탄하다니, 참으로 자신이 실큼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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