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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3.05.11 17:24:35
  • 최종수정2023.05.11 17:24:35

김경순

교통대 커뮤니티센터 글쓰기 강사

거리가 있어서일까. 그곳을 가려면 큰마음을 먹고 가게 된다. 앞으로는 호수가 펼쳐지고, 뒤로는 우거진 숲이 있어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곳이다. 음성에서 출발해 금왕을 잇는 37번 국도를 따라 가다보면 사정리 저수지 안쪽에 아담한 식당이 보인다. 낮에는 큰길에서 멀찍이 있어 평범한 식당 같지만 가까이 가게 되면 아담하면서도 아기자기한 조형물과 아름다운 정원에 이끌려 들어가고 싶게 만든다. 그 식당은 밤이면 화려한 조명등으로 인해 멀리서도 금세 눈에 들어온다. 음성과 금왕 근방의 사람들은 분위기를 즐기기 위해 그곳을 찾는 사람이 적잖이 많을 듯하다. 그럼에도 사실 내가 그곳을 가는 날은 뜨문뜨문하다. 가끔 단체나 모임에서 그곳을 장소로 정하게 되면 가는 것이 고작이다. 그곳은 격식을 차려야 하는 조촐한 모임이나. 가족의 특별한 날 식사 자리로 안성맞춤이다. 다인실이 따로 있어 10명 정도의 인원 정도라면 정담을 나누며 편안하게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다만 미리 예약을 해야 그런 행운도 따라올 것이다. 지금이야 차를 타고 조금만 나가면 이웃 도시에 경관은 물론이고 맛도 좋은 레스토랑은 많다. 하지만 몇 년 전만 해도 음성 사람들에게는 그 집은 왠지 특별한 곳이었다. 우스갯소리로 애인이 생기면 그곳에 가야 한다는 말이 있을 만큼 그곳은 사람의 마음도 열리게 만드는 곳이었다.

'스완 레스토랑', 마음이 울적할 때는 밥이 아니라도 친구와 그곳에서 커피를 마셔도 좋았다. 요즘은 서로 바빠 그럴 여유가 없지만 몇 년 전만 해도 나는 마음이 잘 맞는 친구와 그곳으로 종종 밥도 먹도 커피도 마시러 가곤 했다. 레스토랑의 아름다운 정원과, 잔잔한 물결이 일렁이는 호수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시름도 그곳에 부려놓고 돌아 올수 있었다.

스완 레스토랑을 좋아하는 이유 중에는 그곳으로 들어가는 아름다운 풍경 때문도 있다. 봄이면 저수지 가장자리를 따라 서 있는 벚꽃과 몸을 반 쯤 담근 물 버들은 한 폭의 수채화처럼 어우러져 탄성이 절로 나오게 만든다. 올 봄에도 남편과 그곳으로 밤 벚꽃 나들이를 하고 왔다. 벚꽃이 한참 벙글어 깜깜한 밤인데도 분위기를 더욱더 달달하게 만들었다. 벚꽃은 밤에 보면 몽글몽글한 꽃송이가 사람을 더욱더 빠져들게 한다. 우리는 손을 잡고 스완 레스토랑 앞길을 천천히 거닐다 왔다.

여름이면 스완 레스토랑 주변은 또 다른 풍광으로 사람들을 유혹한다. 깊고 넓은 저수지에는 낚시꾼들이 진을 치고 며칠씩 지내다 가기도 한다. 저수지에는 사람 뿐 아니라 산도 좋아해 그 큰 몸을 물속에 담그고 명상을 즐기기도 한다. 어느 해던가, 대소에서 수업을 마치고 음성으로 돌아가던 길에 잠시 휴식을 취하려 사정리 저수지 가에 차를 세웠던 때가 있었다. 물은 남실남실 일렁이는데 커다란 산이 물속에 뭉텅 빠져 있는 것이 아닌가. 물빛이 얼마나 맑은지 산 나무들의 모습이 여실히 비치는 것이었다. 그 모습에 넋을 잃고 나도 모르게 '하, 좋다'는 말을 쏟아냈다.

사실 사정리 저수지와 스완 레스토랑은 봄, 여름 뿐 아니라 가을 겨울도 그 정취가 남다르다. 가을은 저수지를 둘러싼 벚나무와 저수지에 맞대어 있는 산속의 나무들이 만들어 내는 형형색색의 잔치를 보는 것은 경이로움 그 자체다. 겨울에는 맑게 얼어 수정 같이 빛나는 저수지가 사람들을 불러들이곤 한다. 주말이면 저수지에는 빙어 낚시를 하는 사람들과 구경을 하는 사람들로 만원이다. 지나가는 사람도 호기심에 차를 세우고는 사람구경 빙어구경을 하느라 바쁘다.

'스완 레스토랑', 누가 그렇게 이름을 지었을까. 호수가 앞에 있으니 백조가 노닐 것 같아서였을까. 그런데 그 이름이 너무도 잘 어울린다. 백조가 노니는 식당, 그래서였을까. 그곳에 가면 왠지 나도 우아해지는 느낌이 들어 밥도 천천히 씹고, 고기도 조용히 썰고, 커피를 마실 때도 조금씩 입에 물고 음미를 하곤 했다. 역시, 그랬구나. 그곳에서는 나도 백조가 되어 우아한 사람이 되었던 이유를 이제야 알 것 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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