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맑음동두천 26.0℃
  • 구름많음강릉 28.0℃
  • 구름많음서울 24.5℃
  • 맑음충주 25.4℃
  • 맑음서산 21.4℃
  • 맑음청주 25.4℃
  • 맑음대전 25.8℃
  • 맑음추풍령 26.0℃
  • 맑음대구 26.1℃
  • 맑음울산 22.5℃
  • 맑음광주 25.0℃
  • 구름조금부산 21.0℃
  • 맑음고창 25.3℃
  • 맑음홍성(예) 23.7℃
  • 구름조금제주 18.9℃
  • 구름조금고산 18.1℃
  • 구름조금강화 22.5℃
  • 맑음제천 23.9℃
  • 맑음보은 25.4℃
  • 맑음천안 24.9℃
  • 맑음보령 22.5℃
  • 맑음부여 24.9℃
  • 맑음금산 26.8℃
  • 맑음강진군 22.8℃
  • 맑음경주시 28.3℃
  • 맑음거제 21.0℃
기상청 제공

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김경순

교통대 커뮤니티센터 글쓰기 강사

[충북일보] 제일 만만한 곳이다. 이제는 집보다 더 편안하다. 친구가 만나자고 하면 아무 거리낌 없이 장소를 정한다. 집이라는 곳은 누군가 방문을 하게 되면 일단 바빠진다. 청소도 해야 하고, 주전부리도 준비를 해야 한다. 그런데 이곳은 약간의 돈만 있으면 된다. 카페, 어디를 가든 쉽게 찾을 수 있다. 그야말로 카페 시절이다. 작은 시골 읍내에도 수십 군데의 카페가 생겼다. 하지만 모든 카페가 운영이 잘 되는 것은 아니다. 일 년도 채 안 돼 문을 닫는 곳도 있고, 몇 년이 지났음에도 문전성시를 이루는 곳도 있다. 그러고 보면 카페의 성패는 그 곳만의 차별화가 관건이다. 사람이 끊이지 않는 카페를 보면 분위기가 한 몫을 한다. 커피의 맛은 둘째다. 어차피 전문가가 아닌 이상 맛있는 커피를 찾아다니지는 않는 듯하다.

오늘도 C여사님과 카페를 왔다. 설 명절 끝이라 밥도 먹고 차도 마실 수 있는 곳을 택했다. 시내에서 꽤 떨어져 있는 곳인데도 이곳은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들고난다. 주인장이 직접 설계를 하고 지어서 그런지 색다른 느낌이다. 전문적으로 건물을 짓는 사람이 아니다 보니 여느 카페에서 느끼는 꼼꼼함과 심플한 맛은 없다. 하지만 주인장의 기발한 아이디어로 창출된 카페는 편안하고 따뜻해 정이 간다.

음식을 앞에 놓고 보니 30여 년 전이 떠오른다. 내가 남편을 처음 만난 곳은 레스토랑이었다. 그 당시 레스토랑은 시골 읍내에서 꽤 핫한 젊은이들의 요새였다. 밥도 먹고, 술도 마시고, 차도 마실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은 곳은 없었다. 그래서 맞선을 보는 장소로도 안성맞춤이었다. 나는 그날 얼마나 떨었는지 음식을 반도 먹지 못했다. 쉽게 먹을 수 없던 '돈까스'를 앞에 놓고, 나는 얼마나 고민을 했는지 모른다. 잘 보이고 싶다는 생각에 음식을 그렇게나 많이 남기다니…. 지금도 이렇게 그날이 생생한 걸 보니 그때는 꽤 내숭쟁이였던 게 틀림없다. 육식을 잘 못하지만 그나마 '돈까스'는 좋아하는 음식 중에 하나였는데 말이다.

지금은 많은 카페가 차와 함께 음식도 구비하고 있다. 물론 전문 레스토랑 음식의 종류만큼 풍성하지는 않지만 맛에 있어서는 떨어지지 않는다. 무엇보다 좋아하는 사람과 마주 앉아 밥도 먹고 차도 마시니 행복한 시간이다. 두 시간 남짓 우리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카페의 따뜻한 분위기 때문이었을까. C여사님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푹 빠져 버렸다. C여사님의 이야기는 언제나 법문을 듣는 듯 몰입을 하게 만든다. 오늘은 당신이 요즘 읽고 있는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해 주셨다. 연세가 지긋하신 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책을 읽고 마음을 수양하는 분이시다. 그래서인지 얼굴도 맑고 몸도 흐트러짐이 없다. 마음이 이리 맑으시니 얼굴 또한 편안해 보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카페의 분위기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C여사님의 이야기 때문이었을까. 음식을 하나도 남기지 않고 깨끗하게 먹었다. 배가 부를 만도 한데 몸이 이렇게도 가벼울 수가 없다. 맛있는 음식도 좋은 이야기와 함께 하니 소화가 잘 되는 모양이다. 나와 C여사님은 몇 십 년의 나이 차가 있지만 이야기를 하다보면 전혀 그 간극을 찾을 수가 없다. 오히려 그 분의 마음이 더 젊다는 생각이 들 데가 있다. 사람의 관계는 불편하다고 생각되면 피하기 마련이다. 그런데도 여사님과 나는 만난 지 20년이 훌쩍 지났음에도 여전히 만나면 편안하고 행복하다.

밖을 나오니 기다렸다는 듯 찬바람이 외투 속으로 파고든다. 군데군데 빙판이 된 길을 나와 C여사님은 손을 꼭 잡고 걸었다. 먼발치의 복숭아나무 위에서 겨울까치 한 마리가 꽁지깃을 다듬는 평온한 시간이다. 오늘도 우리는 카페에서 또 이렇게 아름다운 날을 만들었구나.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매거진 in 충북

"기술을 넘어 협력으로" 성장 네트워크 구축하는 충북이노비즈

[충북일보] "충북 이노비즈 기업들이 연결을 통해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기술 우위를 바탕으로 경쟁력을 확보한 기술혁신형 중소기업은 지역 내 탄탄한 경제 기반으로 핵심역할을 하고 있다. 30일 취임한 안준식(55) 신임 이노비즈협회 충북지회장은 회원사와 '함께 성장하는 기술혁신 플랫폼'으로서 이노비즈협회 충북지회 역할을 강화한다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안 신임 회장은 "취임 후 가장 먼저 해야할 부분은 이노비즈기업 협회와 회원사 위상 강화"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대외협력위원회(위원장 노근호 전 충북테크노파크 원장) △경영혁신위원회(위원장 이미연 ㈜유진테크놀로지 대표) △회원사 협력위원회(위원장 한연수 ㈜마루온 대표) △봉사위원회(위원장 함경태 ㈜미래이앤지 대표) △창립 20주년 추진위원회(위원장 신의수 ㈜제이비컴 대표)로 5개 위원회를 구성했다. 안준식 회장은 도내 회원사들이 가진 특징으로 빠른 적응력과 협력네트워크를 꼽았다. 그는 "충북 이노비즈 기업은 제조 기반 기술력과 신사업으로의 적응력이 뛰어나다. 첨단산업 핵심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이 다수 분포해 있고, 산업단지 중심 클러스터화도 잘 이뤄져 있어 협력 네트워크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