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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순

교통대 커뮤니티센터 글쓰기 강사

전체가 다 좋을 필요는 없다. 오래도록 대중의 입에서 흥얼거리게 만드는 명곡도 사실 알고 보면 짧은 몇 구절의 가사와 가락이다.

그날은 집에서 좀 멀리 떨어진 곳을 다녀오는 길이었다. 차는 용산 저수지를 옆에 끼고 산모퉁이를 돌고 있었다. 며칠 전 내린 눈이 저수지 수면을 하얗게 덮었다. 아마도 살얼음이 언 모양이다. 물과 얼음 경계에 천둥오리들이 오종종 모여 앉았다. 그 모습을 곁눈으로 힐끔 힐끔 보며 운전을 하던 그때였다. 라디오에서 진행자가 예전에 나온 곡인데 요즘 다시 대중들에게 인기가 있는 이유가 뭐냐고 했다. 음악 평론가였던 게스트는 그것은 광고나 유튜브의 영향이라고 했다. 20초에서 15초 광고에 삽입되는 곡은 전체가 아닌 부분이다. 사람들은 짧은 곡을 듣고 그 곡을 찾아서 듣는다는 것이다. 사람들의 가슴에 강열하게 남는 15초의 음악이면 그 곡은 다시 살아난다니, 그렇다면 한 곡 전체가 최고가 아니어도 된다는 얘기다.

나도 모르게 '아, 맞아. 그래.'라는 말이 튀어 나왔다. 모든 게 아니어도 되었다. 한 권의 소설을 읽어도 그렇지 않던가. 간혹 어떤 책은 단 몇 줄의 글귀도 남는 게 없기도 하지만, 감동을 받거나 가슴을 벅차게 만드는 책일지라도 모든 장면이 아닌 몇 부분만이 머릿속에서 살아남기 마련이다. 천재가 아닌 이상, 모든 부분을 샅샅이 머릿속에 남길 수 없는 노릇이다. 천재라도 그렇다. 남기고 싶은 것은 모두가 아닌 부분일 것이다. 책을 읽을 때면 밑줄을 긋고 포스트잇을 붙이는 게 습관이다. 좋은 글귀는 따로 메모하고 저장을 한다. 두껍거나 얇은 책에서 뽑아내는 글귀는 몇 장, 혹은 몇 줄 일뿐이다. 물론 전체적 줄거리를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가슴을 두드리는 것은 그리 많지 않다는 얘기다.

사람의 일도 그렇지 않던가. 매 순간을 최선을 다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아마 그렇게 산다면 병이 나거나 정신적으로 온전히 살기는 힘들 것이다. '개미와 베짱이', 근면과 성실의 개미, 방탕과 게으름의 베짱이를 상징하는 두 동물이다. 우리는 어린 시절 선생님은 물론 부모로부터 두 동물의 삶을 통해 어떻게 사는 것이 올바른 것인지 강요받았다. 요즘은 어느 부모도 개미처럼 살아라, 베짱이처럼 살면 안 된다 하는 부모는 없다. 급변하는 사회에서 일만 해서도 안 되며, 게으르거나 즐기기만 해서도 안 될 일이다. 가난과 전쟁을 지나온 세대들의 삶을 무시하는 것도 비난하자는 게 아니다. 그 분들의 노력과 성실로 인해 우리들이 윤택한 삶을 누리고 있음을 어느 누구도 이견을 달수는 없다. 다만, 흐르고 변하는 세상에서 머물러 있을 수는 없다는 이야기다. 삶은 윤택해 졌을지 모르지만 정신적으로 고통을 받는 세상이다.

'워라벨'은 요즘 젊은 세대들의 삶의 모습이다. 그들은 단지 집을 사기 위해 열심히 돈을 모으며 일하지 않는다. 즐기며 살고자 한다. 일만하는 것이 아니라 적당한 휴식도 놓치지 않는다. 자신의 적성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이직도 자유롭다. 장기근속이 미덕인 시대는 지나갔다.

매 순간이 아닌, 가끔 반짝반짝 빛나면 되는 것이다. 그러니 노는 개미여도 좋고, 일하는 베짱이도 괜찮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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