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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순

교통대 커뮤니티센터 글쓰기 강사

겨울바람이 건듯 부는 날이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가파른 길을 오르니 한적한 절집 마당이 눈에 들어온다. 절 마당이 적막하고도 고요하다. 법회가 시작하려면 아직 두어 시간은 기다려야 한다. 마당 우측으로 차를 마실 수 있게 마련한 카페 '커피붓다'로 들어갔다. 점심 공양으로 김밥과 커피, 그 외에도 국산 차를 마실 수 있는 곳이다. 같이 온 C여사님과 따끈한 보이차와 김밥을 먹으며 바깥 풍경을 구경 중이다.

이곳은 상주에 있는 '대원정사'이다. 가끔 C여사님을 따라 법상스님의 법문를 듣기 위해 온다. 법문은 1시 30분부터다. 간단하게 요기를 하고 우리는 마당에 만들어진 데크로 나왔다. 그곳에는 야외용 탁자와 큰 그네가 여러 개 매어져 있다. 그네 하나에 어른 두셋은 앉을 수 있을 만큼 발판이 넓다. 그 중 하나에 C여사님과 나란히 앉았다. 서로 가끔씩 발을 구르며 앞으로 갔다 뒤로 갔다 천천히 그네를 탄다. 찬바람이 얼굴에 닿는 것도, 이렇게 느적느적 시간을 즐기는 것도 참 오랜만이라 그런지 새롭게 느껴진다.

그때 어디선가 아름다운 풍경 소리가 들려 왔다. 그런데 그동안 듣던 소리와는 달랐다. 우리는 그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발을 옮겼다. 데크 첫머리에 서 있는 아름드리 소나무에 매달려 있는 풍경소리였다. 길고 짧은 알루미늄 막대들이 가운데 원형의 나무 조각에 부딪히며 내는 소리다. 바람이 잦으면 작은 막대기가 부딪히며 은은하게 소리를 내고, 바람이 세게 불면 큰 막대기와 작은 막대기가 화음을 이루며 하나의 음악을 만들어 낸다. 너무도 아름다워 한참을 그 앞에서 붙박이고 말았다.

대개 절이나 암자에는 물고기 모양의 풍경이 달리기 마련이다. 그것은 '물고기는 밤낮으로 눈을 감지 않으므로 수행자는 마땅히 물고기처럼 자지 않고 수행에 임하라.'는 뜻이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실 풍경을 다는 이유는 정작 다른 곳에 있다. 과거에는 인적이 드문 산속에 사찰들이 있었기에 맹수들에게 승려들이 습격을 당하여 피해를 입는 일이 많았다. 그래서 자구책으로 산짐승들이 싫어하는 쇳소리의 습성을 이용해 풍경을 설치했다고 한다. 허나 요즘 우리나라 산에는 맹수가 살지 않는다. 더구나 절도 속세와 가까워 더 이상 산속의 맹수보다 인간의 욕심을 더 두려워할지도 모르겠다.

차가운 날씨에 C여사님은 법당 안으로 들어가셨다. 나는 아직 시간이 남아 절 주변을 산책하기로 했다. 대원정사 앞으로 펼쳐진 판곡 저수지에는 초겨울 바람이 물이랑을 만들어 넘실거렸다. 저수지 둘레를 조금 걷다보니 그곳에 신발 두 짝이 거리를 두고 놓였다. 해진 신발이 그곳에 놓인 지는 꽤 오래 된 모양이었다. 반쯤 땅에 박혀 그곳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절로 돌아오면서도 그 신발의 사연이 궁금해 머릿속이 심란했다. 그런데 절 마당에 다다르자 아름다운 풍경 소리가 눈과 귀를 환하게 밝혀주는 것이 아닌가. 아, 풍경소리가 이리도 마음을 맑게 해 주다니. 경이롭기만 했다. 그러고 보니 풍경소리는 사람의 번뇌를 벗어나게 해 주는 자연이 들려주는 법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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