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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순

교통대 커뮤니티센터 글쓰기 강사

각자도생이란 말이 있다. 바쁜 현대인들의 삶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말일테다. 이렇듯 각박한 사회에서 반려 동물은 우리 사람들에게는 따뜻한 안식처가 되어주고도 남는다. 굳지 말하지 않아도 언제나 믿어주고, 따라와 주는 반려동물들이다. 어린 시절 동네에는 개를 기르지 않는 집이 없었다. 우리들이 뛰노는 곳에는 언제나 컹컹 짖으며 함께 따라다니던 누렁이도 흰둥이도 추억 속에 한 장면이다. 나는 결혼을 하고 난 후에도 계속 이곳 작은 읍내에서 살았다. 집도 단독주택에서 살다보니 우리집에는 언제나 개와 고양이가 함께했다. 그동안 우리집 가족이 되어 살다 간 동물들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그러니 반려동물들과 이별이 얼마나 많았을까. 그럼에도 작은 녀석들의 주검을 대할 때면 속절없이 무너지곤 한다.

며칠 전, 저녁 무렵이었다. 갑자기 움직임이 둔했다. 그리도 탐을 내던 간식도 냄새만 맡고 덥석 먹지를 못한다. 미세하게 몸이 떨리는 것이 감지됐다. 채웠던 목줄을 빼고 안아 보았다. 하루사이 배가 쏙 들어 가 있다. 나는 두려운 마음에 차 뒷좌석에 태워 동물 병원으로 향했다. 하지만 병원 문은 굳게 닫혔다. 할 수 없이 그냥 집으로 데리고 올 수밖에 없었다. 힘이 없는 녀석의 배를 문질러 주었다. 혈액 순환에 도움이 될까하는 마음에서다. 기운이 났는지 사료를 조금씩 먹기 시작했다. 다음날 아침 일찍 나가보니 심상치가 않다. 병원 문이 열리는 시간에 맞춰 가 보았지만 오늘도 또 허탕이다. 문 앞에는 출장 중이며 점심쯤에 문을 연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점심때가 되어 마당으로 나가보니 몽이는 이미 숨이 끊어져 있었다.

그동안 이런 이별을 한두 번 겪은 일도 아닌데 이번에도 어김없이 마음이 진정되질 않는다. 조금만 힘을 내라며 내 마음을 알아주길 바랐지만 몽이는 기다려 주지 않았다. 이곳은 동물 병원이라고는 두 군데 밖에 없고, 그나마 개를 치료할 수 있는 곳은 한 군데 뿐이다. 그나마도 수시로 문을 닫으니 개와 고양이가 제대로 치료를 받기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나는 먹이를 찾아 든 고양이들을 보면 그냥 둘 수 없어 먹이를 챙겨준다. 또한 주인에게 버림을 받은 강아지도 그냥 지나치지를 못한다. 몽이도 3년 전 우리 집 골목에서 일주일을 배회하던 강아지였다. 이웃집 할머니는 누군가 차를 타고 와서는 우리집 골목에 강아지를 버리고 가는 것을 봤다며 안타까워했다. 차의 통행량이 적지 않은 골목에서 강아지는 정말 위태로워 보였다. 한번 만져 보려 곁으로 다가가니 다른집 구석으로 몸을 숨기고 만다. 녀석이 숨어든 그 집 앞에 살그머니 사료와 물을 갖다 놓으니 얼마나 배가 고팠는지 허겁지겁 먹었다. 그렇게 몇 번을 먹을 것을 주어서인지 점점 나를 보면 꼬리를 흔들더니 어느 날엔 아예 우리집으로 들어와 나가지 않았다. 그렇게 몽이는 우리집 가족이 되었다. 몽이라는 이름으로 지은 이유는 왠지 원숭이처럼 귀엽다는 생각에서다.

몽이는 정말 착한 아이었다. 그런데 가까이서 보니 다리도 약간 휘고 입은 언청이다. 겁도 많은 몽이는 사람의 손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사람의 소리만 들으면 구석으로 숨기 바빠 친해지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사람에게 상처가 깊어 그런가 싶어 마음이 아팠다. 다행히도 사람에게는 그렇게 몸을 내어주지도 않으면서도 우리집 고양이들 하고는 사이가 좋았다. 그래서 고양이 집을 몽이 집 가까이 두었다. 사실은 사나운 들고양이의 공격을 막아 줬으면 했다. 정말 내 바람은 이루어졌다. 몽이는 낯선 사람을 보면 짖기는커녕 무서워 벌벌 떨며 숨기에 급급했다. 그런데 낯선 고양이가 우리집 고양이집 근처를 어슬렁거리면 정말 사납게 짖어댔다.

그렇게 착한 녀석이 제대로 된 치료도 받지 못하고 우리 곁을 떠나고 말았다. 이렇게 후회가 될 수가 없다. 이웃 도시로라도 안고 갔더라면 살 수 있지 않았을까는 생각에 가슴이 미어진다. 한참을 몽이 집 앞에서 우두망찰 서 있다. 화단은 온통 봄꽃으로 만발하건만 몽이가 없는 마당이 왜 이리도 휑하고 쓸쓸한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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