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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9.08.27 16:46:57
  • 최종수정2021.01.27 10:15:16
ⓒ 살롱덴 인스타그램
[충북일보 김희란기자] "알아서 해주세요"

고객들이 헤어샵을 찾아 자주 하는 말이다. 누군가에게는 두루뭉술한 이 요구가 고역이겠지만 살롱덴 이성규 원장에게는 무엇보다 반가운 말이다. 뒤에 선 사람을 온전히 믿고 자신의 스타일을 맡기겠다는 표현이기 때문이다.

호흡을 가다듬고 고객의 얼굴을 다시 본다. 두상을 만져보고 얼굴을 확인한다. 이목구비와 표정까지 세세히 살핀다. 모발의 양이나 질감에 맞는 스타일을 고민한 다음 다시 고객에게 공을 넘긴다. 이런저런 작업을 하겠다는 설명과 함께 평상시 착장이나 자주하는 스타일까지 묻는다. 다른 곳에서는 없었던 구체적인 상담에 웃음이 오간다.
성규씨의 구상이 끝나고 나면 비로소 스타일링이 시작된다. 가볍거나 묵직하게, 그냥 둘 때는 물론, 머리카락을 넘기거나 아무렇게나 묶어도 예쁜 포인트를 찾는다.

성규씨가 가장 자신있는 것은 '질감 커트'다. 단순하게 머리 길이만 만져 단발이나 긴머리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얼굴에 어울리는 디테일이 추가된 작업이다.

어린시절 야구부에서 운동했던 그가 미용의 길로 들어서게 된 것은 시합 중 당한 팔꿈치 부상 때문이었다. 부상 이후 야구를 그만두고 잠시 방황을 거쳐 전혀 생각지 못했던 미용을 택했다. 학교에서의 미용 교육과 현장 실습으로 이어지는 생활은 이전과 전혀 달랐다. 남자들만 있던 공간에서 여자들의 세상으로 들어선 듯한 어색함이었다.
기술을 배우는 것은 재미있었지만 사람을 상대하는 것은 다른 이야기였다. 낯을 가리는 성격을 극복하는 것이 첫 번째였다. 쑥스러워서 눈도 마주치지 못하던 성규씨가 입을 뗀 건 제품 설명부터다. 자신이 하는 얘기에 누군가 적극적으로 귀를 기울이는 것이 신기한 경험이었다. 손짓을 섞어가며 열심히 말하면 고객들은 눈을 맞추며 고개를 끄덕였다. 들을 준비가 된 이에게 말하는 것은 할수록 신이 나는 일이었다.

학교를 졸업하고 무작정 서울로 갔다. 연예인을 볼 수 있을 거라는 막연한 기대가 성규씨를 적극적으로 바꿨다. 젊은이의 패기로 유명 헤어숍에 발을 들일 수 있었다. 쪽방에서 먹고 자던 막내 생활을 거쳐 군대까지 다녀온 뒤에는 꿈에 그리던 디자이너의 스텝이 됐다. 환상은 그저 환상에 불과했다. 가위를 잡기는커녕 4-5년을 있어도 보조만 하는 선배들을 보고는 다른 길을 생각했다. 가까이서 본 연예인도 그냥 예쁜 사람이었다. 무언가 특별할 것이라는 환상은 사라졌다.

청주로 돌아와 다시 시작했다. 더 많은 고객들을 가까이에서 보고 실제로 머리를 만졌다. 운동부나 해병대 생활도 어렵지 않았는데 미용 현장은 어려웠다. 기술이나 속도가 남들보다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시간이 날 때마다 교육을 찾았다. 쉬는 날도 없이 전국으로 ㅤㅉㅗㅈ아다녔다. 어디서든 하나만 더 배우자는 마음가짐으로 배우다 보니 어느새 손에 익고 머릿 속에 쌓인 성규씨만의 자산이 됐다.
무턱대고 많은 이들을 만나는 것보다 한사람 한사람에게 집중하는 분위기가 적성에 맞았다. 어느정도 자신감이 붙었을 때 '살롱덴'을 열었다. 철거부터 인테리어까지 직접한 가게는 보는 것만으로 배가 부른 공간이다. 기구 구입에도 발품을 팔았다. 가게에 놓인 어느 하나도 의미 없는 것이 없다.

가게 밖으로 보이는 건너편의 숲 마저 성규씨에겐 영감의 원천이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을 바라보면서 새로운 스타일이 연습한다. 고객의 얼굴에 드리운 음영이 머리카락과 어우러지면 어떤 느낌을 낼지 상상한다. 클래식 선율에 맞춘 리듬감 있는 가위질이 성규씨 작업의 트레이드 마크다.

한 사람의 고객을 만족시키면 그 고객은 다시 찾아오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지인이나 가족들에게 살롱덴을 소개하고 별다른 요구없이 믿고 맡기는 고객이 많아진다. 고객들 스스로 리뷰를 올리고 다시 예약을 잡는 것은 성규씨가 잘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DEN'은 편안한 공간이 되겠다는 의미로 지었다. 기대를 안고 들어선 고객들의 설레는 표정이 만족으로 바뀌어 살롱덴을 나서는 순간 공간의 의미가 완성된다.

/ 김희란기자 khrl1004@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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