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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9.04.23 15:46:06
  • 최종수정2019.04.23 15:46:06
[충북일보] "그때도 갈기에 리본을 매고 다닐 수 있을까요?"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은 인간의 지배를 벗어나고자 했던 동물들의 혁명을 그린 소설이다. 여기에 등장하는 흰 암말 몰리는 혁명 후에도 인간들이 달아준 리본을 아쉬워한다. '파란가게' 김은영 대표는 각설탕의 달콤함을 잊지 못하고 또 다른 농장에서 일하는 몰리에게서 자신을 읽었다. 10여 년 일했던 직장의 시스템 속에서 망설임이 앞서던 시기에 몰리를 만난 은영씨는 과감하게 직장 생활을 청산했다.

은영씨는 건축사무소에서 삶을 위한 공간을 만드는 일을 했다. 설계와 도면대로 공간이 완성되는 일에 기쁨을 느꼈던 그는 오랜 기간 일 속에 갇혀 살게 되자 막연히 삶에서 소외되는 기분을 느꼈다.
'몰리'를 계기로 1년쯤 재충전의 시간을 가졌다. 발길이 닿는 데로 걸어보기도 하고 서울살이에 지친 몸을 자연 속에서 달래보기도 했다. 서울에서 그렸던 고향의 자연은 10년 새 많이 달라져 있었다. 어느 날은 시골집에서 흔히 들리던 새소리조차 잦아들어 한동안 울기도 했다. 생태건축을 위해 찾아 읽었던 '침묵의 봄'이 눈앞에 있는 것 같았다.

그럴수록 자연을 찾았다. 책 속에 그려진 자연에 위로를 얻기도 하고 어느 비 오는 날 다시 크게 지저귀는 새소리에 귀가 번쩍 트이기도 했다. 유난히 무더웠던 여름, 건물 안 에어컨 바람에 시리던 몸이 나무 그늘에서 치유되는 것을 느끼기도 했다.
ⓒ 파란가게 인스타그램
다시 시작할 용기를 얻은 건 강릉의 어느 바다에서다. 안목해변에 도착해 해안선을 따라 걷다 강문해변에 도착했을 때 바다의 파란색이 마음에 담겼다. 우주에서 바라본 푸른 지구처럼 여전히 삶이 푸르름을 느꼈다. 그 파란색을 품고 돌아와 추억이 담긴 거리를 걷다 충동적으로 '파란가게'를 열었다.

파란 천과 파란 문틀, 파란 글씨의 간판이 있는 '파란가게'는 동네서점이다. 책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쉽게 문턱을 넘을 수 있도록 커피와 차도 준비했다. 처음에는 은영씨의 관심사였던 자연과 과학이 주제였다. 은영씨의 관심사가 넓어지면서 파란가게 속 책의 영역도 확장됐다. 감성적인 일러스트가 담긴 엽서나 달력 등의 소품도 가져왔다.

한쪽 선반에는 파란가게를 상징하듯 푸른 계열의 표지들로 가득하다. 모두 파란색을 주로 사용했지만 같은 파란색은 없다. 책 표지의 소재와 질감, 디자인 등이 다르다. 수동 인쇄 거리에 위치하다 보니 인쇄물로서 책의 매력이 보였기 때문이다.

파란가게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책을 매개로 자발적으로 모이는 독서모임이나 낭독회도 여럿이다. 이는 은영씨가 기획하거나 의도한 것이 아니라 '파란가게'라는 공간을 통해 만들어진 콘텐츠다. 어떤 기대를 가지고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날수록 공간이 가진 가능성과 잠재성에 놀라는 중이다.

오랜 시간 몸담아온 건축에 대한 마음도 놓지 않았다. 향후 파란가게를 채워갈 책의 분야에는 도시와 건축도 당연히 포함돼있다.

건축은 은영씨의 의미 있는 시간이 담긴 자산이면서 가장 자신 있게 소개할 수 있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파란가게를 통해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눌수록 청주라는 도시에 관한 이야기를 담아낼 자신이 생긴다고 했다. 단순한 서점이 아니라 도시와 건축의 담론이 있는 공간으로 꾸미는, 아직 먼 꿈이라고 말하는 은영씨의 눈빛에는 확신이 차있다.

땅의 가장자리에서 떠올려 파란 문을 열고 들어왔다는 은영씨의 파란가게는 청주의 가장자리에서도 조금씩 가운데로 나아가고 있는 듯하다.

/ 김희란기자 khrl1004@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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