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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9.03.26 13:00:22
  • 최종수정2019.03.26 13:00:22
[충북일보] 밤 야(夜) 위에 초승달이 노랗게 떴다. 밤 야자 옆을 채운 건 즐길 한(憪). 밤을 즐기는 식당이라는 뜻의 야한식당이다.

이경민 대표의 이력은 다채롭다. 어린시절 청주를 대표하는 태권도 선수였는가 하면 아버지의 권유로 대학시절 럭비 선수로 활동하기도 했다. 그의 명함 속 직업은 인테리어를 겸하는 디자이너지만 럭비하러 건너간 일본에서 요리에 흥미를 느껴 요리를 시작한지도 17년이 됐다.

고향인 청주에서 야한식당이 문을 연건 청주에 즐길만한 콘텐츠가 없다는 생각에서 시작됐다. 그저 먹고 마시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즐길만한 무언가를 찾았다. 일본 선술집에서 느꼈던 분위기와 문화를 청주에 가져오고 싶었다.

누구나 가벼운 마음으로 들어와 맛있는 음식으로 배를 채우고 주변과 어우러져 스스럼 없이 즐기는 모습을 그렸다. 첫 번째 시도는 서문동이다. 시내와 인접하지만 외진 길가에 야한식당의 간판을 걸었다. 메뉴는 단 두가지. 버터새우구이와 우동이었다.

자신있게 내세운 버터새우구이는 하와이 현지 식당에서 만난 소울푸드다. 특별할 것 없어보이는 모습으로 식탁에 올라온 버터새우구이를 한입 베어문 순간 경민씨는 호텔로 금방 돌아갈 수 없을 것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야말로 술을 무한대로 부르는 '단짠'의 조화였다.

3일 내내 출근도장을 찍다 주인장에게 도움을 청했다. 이곳에 다시 올 수 있는 기회는 인생에서 몇 번 없을 것 같다며 조리법을 알려달라고 했다. 주인장은 아리송한 웃음을 머금고 흔쾌히 경민씨를 주방으로 들였다. 버터와 간장, 비정제 원당 뿐인 재료를 보여주며 조리법을 알려줬다. 조리법에 대한 보답으로 식사를 대접하자 몇 가지 메뉴의 비기를 더 알려주기까지 했다.

지인들은 물론 부모님도 모르게 문을 연 야한식당이다. 번잡한 술집이 아닌 편안한 장소를 그린 그가 요란한 홍보를 할 리 없었다. 오픈 후 일주일간은 단 한명의 손님도 받지 못했다. 직원들은 서로 얼굴만 보고 웃었고 준비했던 재료는 직원들의 식사로 모두 쓰였다.
ⓒ 야한식당 인스타그램
첫 손님은 늦은 밤 장사를 마치고 귀가하려던 성안길의 한 상인이다. 우동을 한그릇 맛 보고 돌아간 그는 자주 찾아왔고 이후 서서히 손님이 늘었다. 메뉴는 두가지 뿐이었지만 재료가 있는 한 손님들이 원하는 메뉴를 제공했다. 운영 구조를 아는 단골들이 늘어난 뒤에는 도전의 연속이었다. 미리 전화로 원하는 메뉴를 얘기하면 경민씨가 만들어냈다. 이태리 요리에서 태국 요리까지 모두 섭렵한 그다.

간단한 김치볶음밥부터 시작해 두루치기, 파스타 등으로 장르를 가리지 않는 것은 물론 중국 유학생들이 원하는 마라샹궈와 경장육사까지 현지의 맛으로 만들어주는 식당이 됐다. 한번 찾아온 손님은 단골을 자처한다. 혼자 오기도 편한 식당이지만 함께하기를 원하면 경민씨가 나서서 인연을 엮어 주기도 한다.
경민씨에게 요리는 단순히 먹는 것이 아닌 마음의 위로다. 처음 푸드 테라피를 고민한건 어린 딸의 이야기에서다. 몇 년 전 4살 무렵의 아이가 유치원 친구를 걱정했다. 피자를 먹어보지 못한 친구가 있다며 함께 먹고 싶다고 했다. 아빠로서 마음이 아린 그는 유치원을 통해 함께 피자를 만들어보는 체험을 주선했다. 먹는 것을 통해 마음이 채워짐을 본 경민씨의 봉사는 이후로도 다양한 경로로 확대됐다.

창업이나 경험에 목마른 청년들에게는 선뜻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자신이 시행착오를 통해 아깝게 버렸던 기회비용을 아껴주고 싶어서다.

어느덧 야한식당은 수곡점, 청대점, 율량점, 천안점까지 뻗었다. 일반적인 체인점이 아니라 한식, 튀김, 중식 등 전문 분야가 다른 사장님들이 꾸리는 특색있는 공동체다. 끊임없이 서로 소통하며 더 나은 야한식당을 고민한다. 욕심많은 경민씨는 거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즐길거리 많은 청주를 위해 야한식당을 주축으로한 다양한 콘텐츠를 기획 중이다.

순박한 얼굴로 끊임없는 이야기를 쏟아내는 경민씨의 야한(夜憪) 생각이 청주의 밤풍경을 조금은 변화시킬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가 생긴다.

/ 김희란기자 khrl1004@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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